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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의 단식에 대하여...


입력 2019.11.21 09:00 수정 2019.11.21 08:27        데스크 (desk@dailian.co.kr)

<장성철의 왈가왈부> 시점, 목표, 명분, 효과 면에서 썩 좋은 선택 아니다

한국당 투톱, 호흡 안 맞을 수가… ‘애국심’과 ‘절박감’에 선택했기를

<장성철의 왈가왈부> 시점, 목표, 명분, 효과 면에서 썩 좋은 선택 아니다
한국당 투톱, 호흡 안 맞을 수가… ‘애국심’과 ‘절박감’에 선택했기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공수처법 통과와 지소미아 종료를 저지하기 위한 단식을 시작하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후 자리에 앉아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공수처법 통과와 지소미아 종료를 저지하기 위한 단식을 시작하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후 자리에 앉아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좀 느닷없는 결정이었다. 황교안 대표의 단식 말이다.

황 대표는 단식에 들어가며, “더 이상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민생, 자유주의를 두고 볼 수 없다”며, “국가위기를 막기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다. 죽기를 각오하겠다. 목숨을 건 단식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인 대통령에게 “지소미아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했다.

제 1야당의 대표가 단식 투쟁에 들어간 것은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 도입을 요구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2009년 미디어법 처리를 반대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에 이어 세 번째다.

필자는 황 대표의 단식은 시점, 목표, 명분, 효과 면에서 썩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현재는 정기국회와 예산안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내투쟁에 몰두할 때라는 말이다. 예산안 처리가 끝날 시점에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둘째, 미국도 설득하지 못하는 지소미아파기 철회와 집권세력이 야당과 야합하여 처리하려고하는 공수처법, 준연동형비례 선거법을 야당 대표가 단식한다고 포기할 문재인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다. 무엇을 포기시킬 수 있을까?

셋째, 이 정권이 많은 부분에서 나라를 잘못 이끌어가고 있지만, 삶이 어려워지고는 있지만,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국가위기라고 국민이 체감할 결정적인 사태(예전의 IMF같은)가 발생하지 않았다. 명분에 선 듯 동의가 되지 않는다.

넷째, 조국사태 때의 삭발은 국민의 60%가 넘게 조국을 반대했기 때문에 지지층의 결집과 지지율 상승이라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지소미아, 공수처법, 선거법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여론조사 상 국민들의 쏠림 현상이 없다.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당 대표는 국가위기를 막기 위해 이 추운 겨울에 노상에서 담요 한 장 덮고 단식을 하는데,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당 원내대표와 함께 비행기 비즈니스를 타고 미국으로 출장을 갔다. 물론 방위비 분담금 폭탄을 막으러 간다는 명분을 달았지만, 당의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출장도 상당히 부적절해 보인다.

당의 투톱이 이렇게 호흡이 안 맞을 수가 있는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래서 당의 앞날을 걱정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의 공격은 도를 넘고 있다.

제 1야당의 대표가 단식을 하는데, 집권여당의 이재정 대변인이라는 작자는 온갖 험담을 다했다. “남루한 명분, 떼쓰기, 웰빙단식, 민폐단식, 정치초보의 조바심”이라며 저급한 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말 이토록 천박한 집권여당은 처음 본다. 대화, 타협, 조정을 해야 하는 집권여당의 역할 포기선언이다.

박지원 의원도 단식이 끝나면 당대표 사퇴밖에 없다며 조롱했다. 정치권의 원로라는 분이 혜안을 발휘해서 단식도 막고, 패스트트랙 강행처리라는 파국을 막을 생각을 해야지, 고작 말장난과 비야냥으로 후배 정치인에게 상처를 준단 말인가?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단식이 황 대표의 고독한 결단인지, 참모들의 건의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에서도 말렸고, 우파진영에서도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 결정하기 전에 더 많은 상의가 필요했다고 보인다. 황 대표는 야당과 보수우파의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지도자다. 신중히 결정하고, 무겁게 행동해야 한다.

안했으면 좋았을 단식이지만 그러나 이미 시작됐다.

황 대표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퇴론’을 잠재우기 위한 정략적이고, 정치적 이해 때문에 단식을 선택했다고 보지 않는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문재인 정권하에서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순수한 ‘애국심’과 ‘절박감’을 갖고, 목숨을 건 단식을 시작했다고 믿는다.

되돌릴 수 없는 당대표의 결단에 당과 구성원들은 이젠 다른 목소리를 내지 말아야 한다. 옳다. 그르다. 논쟁하지 말라. 이 시점에서의 비판은 진짜 내부총질이다. 단식이 어떠한 파장을 가져올지, 황 대표의 정치생명에 치명타가 될지, 지도자로 우뚝 서는 계기가 될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주사위가 던져졌다.

목숨을 건 단식을 하는 분에게 적절하지 않은 말이겠지만, 추운데 건강 조심하시라고 전하고 싶다. 아직 할 일이 많고, 가야 할 길은 멀기 때문이다.

제 1야당의 대표가 단식 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현실은 정말로 참담하다.

글/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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