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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삼성과 화웨이, ‘동시 매진’의 함정


입력 2019.11.28 07:00 수정 2019.11.27 22:08        김은경 기자

한정판 마케팅 기법?…같은 수량 팔린 듯한 착시 효과

갤럭시폴드 vs 메이트X…매진과 완성도는 별개로 봐야

한정판 마케팅 기법?…같은 수량 팔린 듯한 착시 효과
갤럭시폴드 vs 메이트X…매진과 완성도는 별개로 봐야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왼쪽)와 화웨이 ‘메이트X’.ⓒ각 사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왼쪽)와 화웨이 ‘메이트X’.ⓒ각 사

‘2초 완판’ ‘정면 승부’ ‘세기의 라이벌’. 요즘 하루가 멀다고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폴더블 스마트폰이 중국에서 매진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특히 ‘매진’이라는 단어는 ‘갤럭시폴드’와 ‘메이트X’ 출시를 기점으로 굉장히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쯤 되면 “또 다 팔렸다는데, 그래서 도대체 총 몇 대가 팔렸을까” 궁금해진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구체적인 물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일부러 공급 물량을 제한하는 ‘한정판 마케팅(Hunger Marketing)’ 기법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겨우 10대 팔아놓고 매진이라고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한정판 마케팅은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널리 활용돼 온 기법이다. ‘일정 기간 동안 딱 이만큼만 판다’는 제한을 걸어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희소성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애를 닳게 만드는 것이다.

판매량이 공개될 경우 어떤 제품이 더 잘 팔리고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지 당장 눈에 보이는 숫자로 가늠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매진’이라는 단어가 효과적이다.

두 제품은 ‘폴더블폰’이라는 동일한 카테고리 내에서 단 일주일 간격으로 중국 시장에 출시됐고, ‘인폴딩’과 ‘아웃폴딩’이라는 정반대의 접히는 방식을 채택해 자연스레 비교 대상에 올랐다.

지난 22일에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제품 판매가 이뤄졌고 두 제품 모두 빠르게 매진되면서 ‘동시 매진’됐다.

그러나 이 ‘동시 매진’이라는 단어에는 함정이 존재한다. 한정판 마케팅의 맹점처럼 한쪽은 1만대를 팔았고 한쪽은 1대를 팔았는데 ‘매진’이라는 말로 두 제품이 비슷하게 잘 나가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준다. 현혹되지 않으려면 제품 완성도와 시장 경쟁력을 ‘매진’ 여부와 별개로 놓고 봐야 한다.

갤럭시폴드는 지난 9월 국내에 먼저 출시됐다. 당초 4월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제품 결함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뼈아픈 실수를 딛고 9월 선보인 제품은 완성도 논란을 불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시장에 이어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출시 후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중국은 24번째로 갤럭시폴드가 출시된 국가일 뿐이다.

반면 메이트X는 완성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출시됐다. 화웨이는 지난 15일 메이트X 출시를 앞두고 인터넷을 통해 ‘영하 5도 이하의 환경에서는 제품 화면을 구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폴더블폰인데 접지 못하는 중대한 결함이다.

글로벌 시장 경쟁력도 비교하기 어렵다. 미국 제재 후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들에서는 구글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할 수 없게 됐고, 메이트X 역시 중국 시장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정상과 비정상이 같은 꼴로 엮이면 정상에겐 손해고 비정상에겐 이익이다. ‘동시 매진’으로 두 제품이 엮일 때마다 화웨이가 뒤돌아서서 기쁨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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