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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못 버티면 나가라” 규제로 더욱 견고해진 서울 집값


입력 2019.12.05 07:00 수정 2019.12.04 17:46        원나래 기자

집값 상승세 계속…“세 부담에도 집값 상승분에 버티기로”

청약대기· 2년 실거주 요건 수요 등 전셋값도 불안

집값 상승세 계속…“세 부담에도 집값 상승분에 버티기로”
청약대기· 2년 실거주 요건 수요 등 전셋값도 불안


지난달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정도로 안정화되어 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달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정도로 안정화되어 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1. 자녀 둘을 둔 50대 A씨는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30평대 아파트 한채와 함께 10평대 소형 아파트 힌채를 더 가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주요 타깃인 다주택자인 셈이다. 이에 올해부터 높아진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부담스러워 이달 고지서가 나오기 전에 서둘러 매도를 하려고 했으나, 이내 그 마음을 접었다. 향후 집값 상승을 생각하니 팔면 후회할 것 같고, 나중에 자녀들의 주거지를 마련할 때를 생각해 보면 서울로의 재 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2. 40대 B씨는 최근 전세 계약기간이 만료되기도 전인데 집주인에게서 전세 재계약을 할 수 없으니 계약이 만료되면 이사를 준비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집주인은 현재 B씨가 살고 있는 서울 아파트를 더 이상 세 놓지 않고, 직접 들어와 거주한다고 했다. 몇 개월만이라도 연장할 수 없냐는 부탁에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미안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에 B씨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자녀 때문에 외곽으로 이사를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주변 전세를 샅샅이 뒤졌지만, 전세매물도 없는데다 그나마 남아 있는 곳은 지금 전셋집보다 금액이 너무 높아 막막하기만 하다.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매건, 전세건 품귀현상으로 씨가 말랐다. 수요는 꾸준한데 공급은 부족하다보니 가격 역시 상승세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분양가상한제 지정지역이 발표되고 종부세 납부가 본격화됐지만, 서울 집값 상승세를 꺾지 못한 것이다. 집값 상승이 계속 되면서 향후 집값 차익이 세금 리스크 보다 달콤할 것이란 기대 때문에 집을 내놓는 사람도 많지 않다.

전세 시장 역시 자사고 폐지, 정시 확대 등 교육 정책 변화,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두고 수요가 증가 하고 있다. 여기에 실거주 2년 거주 요건을 못 맞췄던 집주인들이 내년부터 세입자를 내보내고 서울로 본격적으로 이주 할 것으로 예상 돼 국지적인 전셋값 상승 기류까지 흐르고 있다. 현행 세법은 조정대상지역에서 2017년 8월 2일 이후 매수한 주택은 2년 동안 거주한 뒤 되팔아야 비과세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56% 상승세를 이어가며 집값이 급등했던 지난해 7월 수준만큼 상승했다.

지난달 서울 주택전세가격도 전월 대비 0.18% 상승하면서 전월 대비 상승폭은 다소 둔화됐지만 분양을 기다리는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시장 상황에도 여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 대부분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다”고 평가했다. 전세가격 역시 “과거 미친 전·월세라 불렸던 전·월세 시장도 우리 정부 들어 아주 안정돼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다는 대통령의 이런 현실과 동떨어진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있는 발언에 여론은 정책을 불신하며 차갑게 돌아섰다. 세금을 더 내더라도 몇 년 만 버티면 집값은 더 많이 오른다는 학습돼 왔던 경험도 되살아났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2년간 수없이 남발됏던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시장은 오히려 더 어지러워졌으며, 세입자들은 여전히 집 걱정, 이사 걱정을 하고 있다.

강남을 넘어 강북에서도 20억원대 아파트를 보는 게 어렵지 않은 걸 보면 서울은 이제 아무나 진입할 수 없는 견고한 성이 돼 버린 듯 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말도 안되는 근자감은 '이제 서울 집값과 전셋값을 못 버티는 사람은 외곽으로 나가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런 사이 '지금 서울에서 밀려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한다'며 버티는 내성만 커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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