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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한석규 "연기란 죽어야 끝나는 공부"


입력 2019.12.27 09:09 수정 2019.12.29 10:00        이한철 기자

영화 '천문'서 세종 역 맡아 장영실 최민식과 호흡

"연기는 나를 반응하게 만들어…계속 하고 싶다"

배우 한석규가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통해 팬들과 만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석규가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통해 팬들과 만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최)민식이 형이 연기에 대해 '죽어야 끝나는 공부'라고 했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100% 이해가 돼요."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배우 한석규가 연기에 대한 끊없는 열정을 드러냈다. 한석규는 "제 직업은 얼굴과 몸짓, 말로 뭔가를 계속 표현해야 하는데 그게 매력이다. 제 인생을 걸어볼만한 일"이라며 "연기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식이 형의 말은 그냥 내뱉은 문장이 아니라 정제된 문장"이라며 "저한테는 문장이나 말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 100%~1000% 이해가 된다"고 공감을 표했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그런 한석규의 노력이 잘 묻어나는 작품이다.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한석규는 2011년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 이어 다시 한번 세종을 연기했다.

한석규가 굳이 세종 역을 선택한 건 "'어머니'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삶이 어머니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것처럼, 세종 또한 그랬다는 것이다.

한석규는 "세종이 조선 역대 왕 중 유독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며 "아버지가 세종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외삼촌을 비롯한 외가 남성들을 모두 죽였는데, 그런 일을 겪은 어머니에 대해 강한 연민과 애착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석규는 "세종은 '죽이지 않겠다'가 아니라 '무조건 살린다'고 생각했다고 봤다. 그건 완전히 다른 다른 마음"이라며 "한쪽은 '죽일 수도 있는데 살려준다'는 마음이고, 다른 한쪽은 '살려야해'라고 마음 먹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석규는 20년 만에 절친한 선배 최민식과 호흡을 맞췄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석규는 20년 만에 절친한 선배 최민식과 호흡을 맞췄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1999년 '쉬리' 이후 20년 만에 한 작품에서 재회한 한석규와 최민식의 훈훈한 '브로맨스'도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그만큼 많은 추억과 이야기거리를 갖고 있었다. 눈빛만으로도 서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 정도로 깊은 교감은 영화 속에서도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한석규는 세종과 장영실이 어떤 관계였는지, 또 둘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깊이 있게 상상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는데, 평소 모든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는 최민식의 존재가 큰 도움이 됐다.

"민식이 형은 남들은 재미없어 하는 내 이야기를 재미 있게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진짜로 눈이 반짝반짝반짝 하죠. 특별히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기분까지 알 수 있어요. 추억이 많고, 공통의 관심사가 있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한석규는 "바보같은 놀이를 자주 한다. 대학교 때는 1000만원이 생기면 어디다 쓸까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도 했다. 아마 그런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에게 한다면 이상하게 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석규가 깊은 고민과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세종을 만들어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석규가 깊은 고민과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세종을 만들어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석규는 '연기는 나를 반응하게 만든다'며 "연기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계속 갈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보고 엄청난 감동을 느꼈어요. 그 때 '바로 저거다' 싶었죠. 이후 연기를 하고 싶게 됐어요. 지금도 계속 하고 싶고, 느끼고 싶어요. 그걸 느끼면서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껴요."

하지만 그런 한석규도 어느덧 연기 경력 30년이 됐다. 배우로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도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술자리에서 대선배 신구의 꾸지람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그것은 한석규에게 저 멀리 목표 지점을 설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신구 선생님 앞에서 '저희들은 꽃으로 치면 지고 있다'고 말했다가 크게 혼났어요. 신구 선생님이 '너희가 무슨 지고 있는 꽃이냐.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봉오리'라고 하셨어요.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남다르더라고요."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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