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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십년 넘은 전자투표제…가슴 미어지는 소액주주


입력 2020.01.07 07:00 수정 2020.01.07 09:58        백서원 기자

상장사 전자투표 실시 늘었지만 의결권 행사비율 고작 2.0%

시스템 개선 의지 아쉬워…주주들 적극적 의결권 행사 필요

상장사 전자투표 실시 늘었지만 의결권 행사비율 고작 2.0%
시스템 개선 의지 아쉬워…주주들 적극적 의결권 행사 필요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에서 2017년 열린 전자투표, 위임장 모바일서비스 오픈행사 당시 주주총회 전자투표 모바일 기술이 시연되는 모습.ⓒ뉴시스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에서 2017년 열린 전자투표, 위임장 모바일서비스 오픈행사 당시 주주총회 전자투표 모바일 기술이 시연되는 모습.ⓒ뉴시스


"전자투표제가 도입이 되기나 한 것인가요."

최근 상장사 경영진의 합병 결정과 관련해 만난 소액주주 모임 대표가 몇 차례에 걸쳐 쏟아낸 불만이다. 경영진의 합병 비율 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위한 소액주주 결집 통로가 아직도 마련되지 않은데 대한 울분이었다.

소액주주의 권리 행사를 돕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전자투표제도가 시행 11년째에도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그동안 실효성 논란 등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뒤 소수주주권 장치의 기본적인 틀은 갖춰가는 추세다. 하지만 실질적 활용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 2010년 5월부터 시행됐다. 이후에도 상장사들은 전자투표 도입에 소극적이었지만 2017년 말 섀도우보팅 제도 폐지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전환됐다. 기업들이 주주총회 의결이 가능한 최소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주행동주의가 부상한 것도 전자투표제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를 높였다.

상장사 한 관계자는 “전자투표제 도입이 논의될 당시에는 잡음이 있었지만, 결국 기업들도 소주 주주들의 권한을 키워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자투표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면서 “또 기업 입장에서는 전자투표제 도입이 주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이기 때문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이미지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공시대상기업집단(56개) 소속 상장사 현황을 보면 아직 활용 수준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투표제의 도입 회사 비율은 34.4%로 전년 대비 8.7%포인트 증가했고 실시 회사 비율도 22.8%로 전년 대비 6.7%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심각한 부분은 전자투표제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비율이 2.0%에 그쳤다는 점이다. 전자투표제 도입이 강제성을 띠지 않다보니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이 됐다. 제도 의무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어정쩡한 장치를 만들어 낸 꼴이 됐다.

이런 분위기 탓일까. 주주권익을 위한 상장사의 노력은 되려 후퇴했다. 실제로 집중투표제와 서면투표제의 도입률은 4.5%, 8.2%로 1년 새 각각 0.1%포인트, 0.6%포인트 떨어졌다. 집중 투표제는 1주를 보유한 주주에게 2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에서 2주의 의결권을 주는 등 소수주주의 의견을 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제도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전년과 마찬가지로 아예 실행되지도 않았다. 서면투표제 실시율도 5.4%에서 5.3%로 오히려 하락했다.

각 회사 주총이 같은 날 열려 주주권 행사가 어려워지는 ‘슈퍼 주총데이’는 올해 3월에도 반복될 전망이다. 당초 전자투표제로 주총 쏠림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제도 안착과 기업의 소극적인 행보가 여전히 아쉽다. 전자투표제가 발전하려면 상장사 및 투표 관계자, 주주 모두의 시스템 개선 의지가 필요하다. 소액주주들도 모두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투자한 기업의 성장 가치를 높여야 한다.

이런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에 이어 최근 신한금융투자까지 전자투표 플랫폼 구축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업계의 서비스 출시 역시 전자투표제의 활성화로 이어져 자본시장이 장기적인 열매를 맺길 기대한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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