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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보다 조국이 먼저였다


입력 2020.01.15 04:00 수정 2020.01.15 05:57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文대통령 신년기자회견…통합‧치유 없이 "이젠 놓아달라"

"공수처법·검경 수사권 조정법 통과에 기여 굉장히 크다"

국민에게는 "많은 갈등‧분열 이어지고 있는 점 송구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대신 조국'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조국사태'와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사태에 대한 허심탄회한 심경'을 묻자 조 전 장관을 향한 개인적인 미안함과 안타까움 마음을 전했다.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자로서 우리 사회를 뒤흔든 사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국론분열에 대한 진솔한 사과, 이를 치유할 통합의 메시지도 없었다.


오히려 조 전 장관의 공(功)을 강조하며 "고위공수처비리수사처법(공수처법)과 검찰개혁 법안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고 추켜세웠다.


통합‧치유의 메시지는 없고…"이제 조국을 놓아달라"


특히 문 대통령은 "국민께도 호소하고 싶다.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까지 통과가 됐으니 이제는 조 전 장관은 놓아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조 전 장관에 대한) 유무죄는 재판 결과에 맡기고, 그 분을 지지하는 분이든 반대하든 분이든 갈등을 이제는 끝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국사태 이후 정치적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초당적 대안을 제시하기 보단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자코 지켜보라는 '대국민 훈계'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미 조 전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을 "합법적 불공정"으로 규정해온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임명으로 국민 간에 많은 갈등과 분열이 생겨났고, 그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만 했다.


조국사태로 불거진 '공정'을 검찰에 요구한 '견강부회'


아울러 문 대통령은 조국사태로 불거진 '공정' 문제를 검찰에게 들이댔다. "검찰의 수사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나 검찰 자신의 사건에 대해서나 항상 공정하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권력형 비리를 파헤치는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검찰의 수사를 '표적수사', '과잉수사'라며 비판하고 있는 여권의 시각과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검찰이 어떤 사건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수사의 공정성에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국사태로 무너진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워야 하는 문재인 정부가 엉뚱한 곳에 공정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조국사태 본질은 외면…자신에겐 들이대지 않는 '공정 잣대'


조국사태의 본질은 '정의의 상징'인줄 알았던 진보인사의 특권과 반칙에 대한 공분이었다. 사태를 만든 건 검찰이 아니었다. 인사청문회도 검찰수사도 이뤄지지 않던 '조국 후보자'시절부터 들끓은 여론에서 비롯됐다.


고교생이 의학논문 제1저자가 되고,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유급을 하고도 6차례 장학금을 받는 것 등에서 불거진 공정성의 문제였고, 위조 여부의 법리적 공박을 떠나 부모가 근무하는 대학교에서 자녀가 인턴을 하고 표창장을 받은 것 자체가 국민들 눈높이에선 반칙과 특권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107분 간의 신년기자회견에서 '공정'이란 단어를 총 5차례 거론했다. 검찰을 향해 '공정하게 수사하라'는데 2차례 썼고, 촛불정신을 설명하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고, 더 혁신적이고 포용적이고 공정한 경제를 만들어내자는 것이 촛불정신"이라고 했다. 재건(再建)의 대상인 스스로에겐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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