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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방송들은 여론조작 경쟁 중

  • [데일리안] 입력 2020.01.21 09:00
  • 수정 2020.01.20 09:33
  • 데스크 (desk@dailian.co.kr)

언론윤리도 염치도 없이, 문재인 정권에 충성경쟁만 벌려

문재인 정부, '여론왜곡'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발암유발 행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요즘 공중파 방송들의 정치보도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언론윤리도 염치도 없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충성경쟁만 벌이고 있는 것 같다. 여론이 따가워도, 시청률이 떨어져도, 적자가 심각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방송사가 곧 망할 것 같은데도, ‘주인 없는 기업’이니 걱정해 줄 사람도 없다. 하긴 기존 부동산 자산이 조 단위를 넘어가니, 상당기간 그것 까먹으며 버틸 수 있다는 ‘합리적인 안이함’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당대에는 설마~’하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중파 공영방송은 KBS와 MBC다. 먼저 MBC이야기를 해 보자.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9일 한심한 오보를 날렸다. "전화해보니 자유한국당입니다. 이 당의 정체는?"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이 기사에는 "비례자유한국당 대표번호로 전화하자 자유한국당 안내음이 흘러나왔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기자가 전화한 번호는 비례자유한국당이 아닌 자유한국당 대표번호였다. 이 사실이 확인되자 MBC는 마지못해 사과방송을 해야 했다. 문제는 이런 황당한 기사가 어떤 검증(데스킹)도 받지 않고 보도된 것이다. 과거에 이런 초대형 오보를 하고도 살아남은 데스크는 없었다. 그런데, 아나운서를 통한 ‘억지사과’ 한마디뿐이다.


KBS는 더욱 심각하다. 국민의 시청료를 받는 방송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용의 악의성은 심각하게 위협적이다. KBS는 지난 8일 4·15 총선을 앞두고 '보수야당 심판론'에 대한 공감 여부를 물은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했다. 그 보도에서 ‘다른 여론조사는 정확하지 않고 자신들의 여론조사가 유일하게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왜곡은 ‘역대급’이었다. 결국 선관위가'공직선거법 준수 촉구' 조치를 내려 경고했다.


설문내용을 확인해 봤다. 가관이었다. ‘보수야당 심판론’ 질문에서는 "내년 총선에 자기반성 없이 정부의 발목만 잡는 보수 야당에게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했고, ‘정부여당 심판론’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기 위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돼 있다. 예상대로 결과는 ‘보수야당 심판론’에 찬성 55.8%, 반대 36.4%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여당 심판론’은 찬선 36.4%, 반대 54.4%였다. 이 정도 되면 국민의 시청료를 받아 운영하는 공영방송이 시청자와 국민을 ‘개, 돼지 취급’하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한국리서치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전문가집단의 직업윤리 뿐 아니라 상식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 시대 마지막 권력은 여론조사기관이라고. '삼인성호(三人成虎)'의 원리다. 이 사자성어는 《한비자》〈내저설(內儲說)〉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전국시대(기원전 403~221)에 위(魏)나라 대신 방공이 조(趙)나라에 인질로 가는 태자를 수행하며 왕에게 한 말이다.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가 없음은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세 사람이 한 목소리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호랑이는 나타난 것입니다. 지금 제가 태자를 모시고 가려는 조나라 수도 한단은 위나라 시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먼 곳입니다. 게다가 제가 조정을 비운 사이 저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할 사람은 셋 정도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모쪼록 임금께서는 잘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경계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길한 예감은 여지없이 현실이 됐다’. 왕은 귀국한 방공을 다시는 보지 않았다.


여론조사가 그런 역할을 한다. 주변 여론은 아닌데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다면, 한두 번은 지나치지만 세 번이 넘어가면 믿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스스로 잘못 생각했다며 자기검열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여론조사가 권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역대 권력자들은 어떤 수단을 동원하더라고 여론조사기관을 통제하려 했다. 그러니, 여론조사기관도 피해자가 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사업가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여론조사 발주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발주자는 대부분 정부와 언론(특히 방송사)이다. 즉 여론조사시관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친여 권력기관'이란 뜻이다. 생존을 위해 잠시 눈을 찔끔 감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면 이런 설문지를 썼을 리가 없다. 그들에겐 ‘발주자의 역린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철칙이 있다. 마지노선도 있다. ‘정권지지도 40%’가 그 마지노선이고 이를 깨는 것은 역린을 건드리는 행위다. 그래서 여론이 최악이어도 그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잠시 내려가도 갖은 방법을 동원해 끌어 올린다.


이런 작업을 소위 ‘마사지’라 한다. 여기는 다양한 수단이 동원된다. 설문조작도 있지만, 모집단 조작이 더 큰 문제다.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설문은 공개되지만, 샘플은 웬만해서는 공개되지 않는다. 게다가 연령, 성별 등 다양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에 손댈 여지가 많다. 요즘처럼 응답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이런 마사지가 어느 정도 용인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샘플의 보존이 반드시 필요하다. 야당에서 그런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오죽했으면 민간기구인 여론조사기관에 법적 기준을 강제하겠는가? 공정하기 못한 여론조사는 쓸모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여론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타락시키기 때문이다.


관리책임이 있는 선관위도 방관자 행세를 해서는 안 된다. 출마자예정자들의 자체여론조사에는 토씨하나까지 챙기고 꼬투리를 잡더니, 국정평가 같은 중요한 사항에서는 여론조사에 책임을 떠넘긴다. KBS여론조사 설문을 확인했던 선관위는 반성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선관위는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정부기구 중 얼마 안 되는 헌법기관이라며 거들먹거리더니, 이럴 때는 방관자고 심지어 청부업자를 자청한다. 하긴 선관위의 유일한 상임위원이 문재인대통령 후보시절 특보 출신이니 오죽하겠는가. 야당이 그렇게 반대했는데, 임명을 강행한 것만으로도 현 정권의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선관위 내부에서도 이렇게 입성한 상임위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제1야당을 ‘왕따’시키고 독단적으로 통과시킨 것을 봐도, 국민 누구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선관위 직원들도 인간인지라 눈치 보는 대응을 했을 것이다.


야당은 여론조사 기관과 선관위의 악행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문재인정부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여론왜곡'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발암유발 행위다. 암세포는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재발한다. 이번 총선이 성공적 ‘외과 수술’이 되길 바란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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