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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봉준호 "씁쓸한 빈부격차, 정면돌파 하고 싶었다"


입력 2020.02.19 15:54 수정 2020.02.19 15:59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아카데미 4관왕 수상 기념 국내 기자회견

"오스카 캠페인 물량공세보다 열정으로"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카데미 4관광을 휩쓸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기생충' 팀이 국내 기자회견을 열고 소회를 밝혔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갖고 세계 이곳저곳 다니다 마침에 한국에 와서 기쁘고 감사하다"라며 "수상보다는 영화 자체로 기억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봉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 출연 배우들과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이 참석했다.


앞서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쓸었다.


오스카에 작품을 알리기 위한 오스카 캠페인에 대해 봉 감독은 "우리는 물량공세보다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승부했다"며 "저와 송강호 씨가 코피를 흘린 적이 많았다. 인터뷰는 600개 이상, 관객과의 대화는 100개 이상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홍보 과정이 낯설게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이런 방법이 작품을 밀도 있게 점검해 가는 과정이라고 판단했다. 촬영 기간보다 더 긴 오스카 캠페인을 마쳤다. 긴 기간을 행복한 마무리로 끝내려고 한다"고 전했다.


'기생충'은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했다. 봉 감독은 "현대사회의 빈부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씁쓸함을 피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면 돌파하고 싶었다. 관객들이 불편해하고 싫어하실 수 있겠지만, 달콤한 장식을 하고 싶진 않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솔직하게 그리고 싶었다. 대중적으론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말했다.


'기생충'의 전 세계적인 흥행 요인을 묻자 "우리 이웃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뛰어난 배우들이 잘 표현해줬다. 우리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가 폭발력을 가진 것 같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전 세계 관객들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짚었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기생충의 배우들과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기생충의 배우들과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화제가 된 수상 소감을 언급하자 "(수상 소감을 패러디한) 유세윤, 문세윤 씨 참 존경한다. 최고의 엔터테이너"라고 웃었다.


오늘 마틴 스코세이지에게 편지를 받았다는 그는 "'조금만 쉬고 빨리 일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최고의 응원이었다. 조금 쉬려고 했는데 형님이 빨리 일하라고 했다"미소 지었다.


'기생충'은 미국 방송국 HBO에서 드라마로도 재탄생된다. 봉 감독은 "'기생충'의 주제 의식, 빈부격차를 더 깊게 파고들어 갈 것"이라며 "'리미티드 시리즈'인데 캐스팅은 아직 확정 안 됐다. 작가, 채널과 함께 본적인 골격에 대해서 얘기 중인데 이제 첫발을 뜬 단계"라고 했다.


정치권이 밀고 있는 '봉준호 마케팅'에 대해선 "(내가) 죽은 후에 얘기해주셨으면 한다. 이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 싶다. 딱히 할말이..."라며 웃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이전부터 준비 중인 프로젝트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곽 대표는 "성원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 감사하다"며 "작품상은 이 작품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영광이 되는 상이라 기뻤다"고 밝혔다.


'봉준호의 페르소나'인 송강호는 "처음 겪는 경험인데 전 세계 관객분들에게 뛰어난 한국 영화를 선보일 수 있어서 기쁘다"며 "캠페인 과정을 통해 내가 아니라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소통하고 공감하는지 알 수 있었는데 나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호연이 빛나는 '기생충'은제26회 미국 배우조합상(SAG) 앙상블 상을 받았다. 송강호는 "20년 동안 봉준호 감독을 봤는데 가장 기뻐하더라.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모든 배우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톰 행크스는 이정은 배우를 보고 반가워했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조여정 배우에 대해 10분이나 얘기했다. 전체 배우들이 미국 배우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고 배우들을 치켜세웠고, 이에 배우들은 "꿈 같은 일을 현실화 시켜줘 감사하다. 그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해외 진출도 관심사다. 이정은과 박소담은 "그런 기회가 온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배우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작년 1월부터 작품을 쉬었다는 송강호는 "할리우드가 아니라 국내에서 일을 하고 싶다. 너무 쉬었다"고 웃었고, 조여정은 "한국말로 하는 연기도 어려워서 할리우드 진출을 고민해봐야 한다. 한국에서 더 좋은 작품으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도 나온 장혜진은 "좋은 기회가 온다면 하고 싶다"고 했고, 박명훈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각본상을 받은 한 작가는 "'기생충'은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대립으로 흘러가지 않아서 모두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다"며 "기우 입장인 내게 박사장은 판타지였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구현한 영화 속 모습이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듯하다"고 강조했다.


이 미술감독은 "'기생충'을 잘해서 주는 상이 아니라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격려로 주는 상이라고 생각했다.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하고 있다"고 다짐했다.


SNS상에는 '봉하이브'(Bong Hive)를 자처하는 봉 감독 팬이 줄을 잇는다. '봉하이브'는 '봉'과 '벌집'의 합성어로 봉 감독 영화를 벌집 안의 벌들처럼 응원하는 팬덤을 뜻한다.


'봉하이브'에 대해 이정은은 "동시대적인 문제를 재밌고, 심도 있게 표현해서 전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것 같다"며 "특히 감독님이 캠페인 동안 유머를 잃지 않아서 인기를 얻은 듯하다"고 했다.


19일 기준으로 '기생충'은 해외 영화제 수상 19개, 해외 시상식 수상 155개 등 총 174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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