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안철수의 '홀로서기' 고집...'친노·친문 학습효과' 때문에?


입력 2020.02.28 06:05 수정 2020.02.28 04:34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김철근·장환진…안철수 측근, 분분히 통합당行

'한때 안철수계' 김영환·장진영 통합당 공천면접

김삼화·김수민·신용현, 지역구 물밑논의 진행중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14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 출범을 앞두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당시)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014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 출범을 앞두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당시)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오랜 동지'들이 미래통합당으로 분분히 향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거대 정당과 결합했다가 이용만 당했던 안 좋은 추억이 있는 안 대표는 계속해서 독자 행보를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철근 전 국민의당 대변인이 27일 오후 통합당 입당을 선언했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 2012년부터 안철수 대표와 정치행보를 함께 해와 한때 '안철수의 입', '안심(安心) 그 자체'라고도 불렸던 인사다.


이날 통합당 입당선언에서 김 전 대변인은 "문재인정권의 아집으로 대한민국 민생경제가 파탄났다"며 "안철수 대표가 어려울 때면 늘 곁을 지켰고 안 대표가 어디에 있든 충정으로 기다렸지만, 더 이상 이 자리에 얽매여 있는 것은 역사에 우를 범하는 것이라 판단했다"고 토로했다.


앞서 전날 장환진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비서실장도 통합당에 합류했다. 장 전 실장도 안철수 대표와 7년여 '고난의 행군'을 함께 해온 자타공인 '안철수 맨'으로 꼽힌다. 장 전 실장은 "야권이 힘을 하나로 모아 절대권력의 폭주에 제동을 걸고, 민생파탄 책임을 심판하는 게 4·15 총선의 시대적 요구"라고 밝혔다.


'안철수계'로 분류되거나 분류됐던 적이 있는 김철근 전 대변인과 장환진 전 실장, 장진영 전 국민의당 수석최고위원과 김영환 통합당 최고위원 등은 이날 일제히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면접도 치렀다.


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 등 이른바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도 이동섭 의원을 뒤따라 통합당으로 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높아가고 있다.


공천 문제가 최대 관건인데 이들 의원들과 통합당 공관위 사이에서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약세 지역구인 충북 청주청원과 대전 유성을 출마를 노리는 김수민·신용현 의원은 통합당 합류시 그대로 공천도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병 출마를 염두에 둬왔던 김삼화 의원은 이 지역구가 통합당의 절대강세 지역인 관계로 그대로 공천은 곤란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통합당에서는 충남 보령 출신으로 대전여고를 나온 김 의원에게 연고가 있는 대전·충청권 일부 지역구로의 이동을 권유했으며, 김 의원도 숙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계 비례대표'로 분류되는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통합당으로) 가실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한껏 열어놨다.


1년여 국내 떠나있던 安, 정국 상황 느슨히 봤나
"국민 반으로 나뉘어 내전 방불케 될 것" 예언?
현실은 이미 '두 동강'…'양 극단 쏠림' 간과했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철근 전 국민의당 대변인(사진 왼쪽)이 27일 국회에서 염동열 미래통합당 인재영입위원장과 함께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철근 전 국민의당 대변인(사진 왼쪽)이 27일 국회에서 염동열 미래통합당 인재영입위원장과 함께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 광산을의 재선 권은희 의원은 이날 오전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입당을 선언했지만 '구멍 난 둑'에서 흘러나오는 물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권 의원은 지역구가 광주광역시라는 특수성이 있다"며 "애초부터 통합당은 고려대상일 수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안철수 대표 측근들의 분분한 이탈을 놓고, 최근 1년여 동안 우리나라를 떠나 독일과 미국에 체류했던 안 대표가 국내 정국 상황을 다소 느슨하게 바라봤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는 지난 16일 국민의당 시·도당 창당대회에서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예언을 하겠다"며 "이번 총선에서 기득권 양당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국민은 반으로 나뉘어 전쟁을 방불케 하는 내전 상태로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는 '예언'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에 불과하다는 게 이를 접한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실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가 지난 1년여 외국에 있다보니 우리나라에서 현 정권 지지자들과 '비토층'이 서로 원한과 분노를 겹겹이 쌓아갔던 과정을 피부로 체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며 "총선을 앞둔 우리나라는 이미 반쪽으로 쪼개져 준내전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미증유의 감염병 사태 앞에서 대처를 잘못한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주장이 100만 명, 그 대통령을 '응원한다'는 주장이 40만 명을 쌓아가고 있다는 사태가 뭘 의미하느냐"라며 "이미 국민은 반으로 나뉘어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표심이 그 어느 때보다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의 양극으로 극도로 결집해, 총선이 다가올수록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느슨하게 바라본 게 안철수 대표의 실착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측근과 주변 인사들의 분분한 이탈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대표 본인이 통합당과 극적으로 정치를 함께 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측근과 주변 인사들도 안철수 대표의 곁을 떠나기에 앞서 충간(忠諫)을 하지 않았을 리 없다. 한 인사는 이 과정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안 대표를 설득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들 '눈물 충간'에도 '독자행보' 의지 공고해
2014년 민주당 합류했다가 '당했다'는 인식 있어
"YS처럼 보수진영내 가능성 직시했으면" 호소도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옛 국민의당 출신 비례대표 의원인 신용현·김삼화·김수민·이동섭·이태규 의원(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옛 국민의당 출신 비례대표 의원인 신용현·김삼화·김수민·이동섭·이태규 의원(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하지만 안철수 대표의 '독자 행보' 의지는 오히려 보다 확고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김형오 위원장을) 못 만날 이유는 없다"고 여지를 열어두는 듯 했지만, 이날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보수 진영과 통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쉽지 않으나 줄곧 강조해온 중도·실용정치의 길을 가려고 한다"고 다시 문을 걸어잠갔다.


김형오 위원장도 "나는 여전히 (안철수 대표로부터) 연락이 오면 만날 자세"라면서도 "(연락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이같은 기류를 뒷받침했다.


이처럼 완강한 태도에 대해 안철수계로 분류됐던 한 인사는 "민주당에 합류했다가 친노·친문으로부터 당했던 기억이 있지 않느냐"라며 "거대 양당에 합류한다는 것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지난 2014년초 국민과 함께 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를 발족하며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모색했던 안철수 대표는 그해 3월 '힘을 합쳐 정권을 심판하자'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간곡한 설득에 응해 민주당에 전격 합류, 공동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정작 지방선거 와중에서는 친노·친문 세력의 극심한 견제와 '흔들기'에 시달리며 의도했던 정치·정당개혁의 뜻을 펼치지 못했다. 곧이은 7·30 재·보궐선거 때에는 호남에서 일기 시작한 '반문(반문재인) 정서'로 친노 후보가 전남 순천·곡성에서 낙선했는데도 '안철수·김한길이 책임지라'는 친노·친문의 아우성에 결국 당대표를 내려놓고 쫓겨나다시피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추억'이 있는 안철수 대표로서는 미래통합당에 합류했다가 4·15 총선 때 '이용'만 당하고 팽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신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통합당 중진의원은 "안철수 대표는 통합당에 온다면 정치적 잠재력이 굉장할 것"이라면서도 "오지 않는다면 이번 총선이 끝난 뒤 소멸될 수밖에 없다"고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최근 통합당에 입당선언을 한 안철수계로 분류되던 인사도 "안철수 대표가 이대로 소멸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와 국민들에게 큰 손실"이라며 "'호랑이 굴에 들어가서 호랑이를 잡겠다'던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결국 대통령이 됐던 것처럼, 안철수 대표가 보수정당에서의 자신의 가능성을 직시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