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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가공식품 사재기'가 식품업계 반사이익?..."유통기한만 7년"


입력 2020.03.20 06:00 수정 2020.03.19 15:41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코로나19 종식 후 가공 식품 소비 절벽 가능성 커"

기존 제품만 팔리는 것도 문제, 신제품 연기 및 마케팅도 ‘올스톱’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생필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보관기간이 긴 냉동식품과 가공식품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외식업계를 비롯해 대부분 유통 관련 업종이 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식품업계는 이런 소비 패턴이 마냥 달갑진 않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오히려 손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냉동만두, 라면 등을 비롯해 통조림 같은 비축성 제품의 경우 한 번 구입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비상식량 대부분이 매출 성장을 기록 중이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국·탕 등 가정간편식은 물론 라면, 통조림, 냉동만두 등을 중심으로 식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무엇보다 대용량 1+1 상품 등 가성비 제품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았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온라인몰 'CJ더마켓'의 2월 마지막주 간편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아워홈이 운영하는 '아워홈몰'의 2월 매출도 매주 전주 대비 약 30~50%씩 증가했다.


더욱이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불황일수록 창고형 할인매장의 매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큰데, 지난 2월 매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의 2월 이마트 할인점 매출은 9.6% 감소한 반면,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 매출은 20.4% 뛰었다. 롯데마트의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 역시 지난 1월과 2월 매출 신장률은 각각 4.1%, 6.4%를 기록했다. 가성비 높은 대용량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비상 사태로 얻은 ‘호재’라는 꼬리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비상식량 대부분 유통기한이 넉넉해 이후 소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라면 5~7개월 ▲냉동만두·냉동피자 9개월 ▲카레는 1년 ▲스팸 3년 ▲참치는 무려 7년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냉동식품과 가공식품은 유통기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 장기전을 대비해 사재기 현상으로 직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장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급상승 하고 있지만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비축성 식품 중 하나인 가공햄의 경우 매출에 큰 변화 없다. 이는 지난 설 명절에 선물 등으로 이미 많이 들여 놓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의 한 중소기업 마트의 라면 진열대 모습. ⓒ독자 제공 경기도 소재의 한 중소기업 마트의 라면 진열대 모습. ⓒ독자 제공

식품업계에서는 일부 제품만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현상 또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례로 라면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예정된 신제품 출시를 대거 미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수십년 인기를 지속하는 신라면·삼양라면·진라면 등 기존 인기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기존 제품 주문량이 늘어 상대적으로 신제품 출시에 쏟을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농심과 삼양식품이 신제품 출시를 조금 뒤로 미루기로 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삼양식품의 경우에도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에 우선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라면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공장 가동을 늘리며 생산을 최대치로 올리고 있다. 농심은 공장을 24시간 돌리고 있고, 오뚜기 역시 평택 공장 가동률을 끌어 올리는 등 대응 중이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당장 신제품 출시 연기로 문제될 것은 없지만 여름까지 지속된다면, 냉면과 비빔면 등 계절 한정 시즌 상품을 내놓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고, 내놓더라도 마케팅 활동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라면 신상품 주기는 딱히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상반기와 하반기로 크게 나눠서 봄, 여름, 겨울 각 계절에 특수성에 맞는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신제품이 출시될 때는 기본적으로 생산 케파를 잡아두고 나머지 제품에 대한 생산도 조정하기 때문에, 작은 업체의 경우 기존 제품 공급량을 맞추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소비자 접점 마케팅의 일환인 팝업스토어 진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 역시 근심으로 작용중이다. 식품업계에서는 활동이 활발한 3~4월을 기점으로 팝업스토어를 준비했지만 잇따라 중단되거나 취소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제품 사재기 현상이 포착되면서 ‘반사이익’ 혹은 ‘호재’ 등의 이야기가 많은데 사실상 일부 제품에 한정된 현상이고, 다른 제품 매출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전과 비교해 크게 매출이 올랐다고 볼 수도 없다”면서 “앞으로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고, 무엇보다 매출을 떠나 세계적으로 우려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종식됐음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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