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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음악을 소장하다②] "앨범 발매, 손해 보는 장사 그러나 자존심"


입력 2020.03.25 14:52 수정 2020.03.27 09:05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팬덤의 크기가 좌우하는 음반 시장

아이돌 제외하면 수익 기대하기 어려워

방탄소년단 등 글로벌무대에서 활약하는 아이돌그룹을 제외하면 CD와 LP 판매로 인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 뉴시스 방탄소년단 등 글로벌무대에서 활약하는 아이돌그룹을 제외하면 CD와 LP 판매로 인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 뉴시스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음원 스트리밍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가수들이 음악을 선보이는 방식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스타급 가수들뿐만 아니라 신인가수들도 CD라는 형태의 앨범을 통해 가요계에 데뷔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싱글로 적게는 1곡, 많게는 5~6곡이 발매하는 형식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유형이 아닌 무형의 형태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는 제작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기술이 발전에 따라 매체도 바뀐 것"이라며 "음악을 파일로 듣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문화가 대세가 됐기 때문에 음반과 앨범의 중요성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술 발전은 음악 제작 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음반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사실상 투자 대비 수익이 없는 음반 제작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티스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약 10곡 이상이 수록되는 앨범을 제작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10만 장은 팔려야 한다는 게 음악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세븐틴, 블랙핑크 등 글로벌무대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아이돌그룹을 제외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기란 쉽지 않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제작비 부담 때문에 10곡씩 모아서 발매하는 건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장인정신을 발휘하길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작사가 그걸 뒷받침해줄 여력도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와 달리 지금의 CD는 음악을 듣는 용도라기보다는 이른바 '소장용'이란 인식이 강해졌다. 거대 팬덤을 거느리는 아이돌그룹들이 음반 시장을 주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가정용 PC나 노트북에도 CD롬 드라이브가 제거됐고, 차량에도 USB를 넘어 이제는 블루투스로 연결해 음악을 들으면서 CD는 더더욱 외면을 받고 있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1~2곡의 음원만으로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제작비는 줄어들었고, 그만큼 다양한 음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킨 지코의 '아무노래'도 디지털 싱글로 대박을 친 경우다.


강 평론가는 "그만큼 버리이어타한 음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케이팝(K-POP)이 한류의 중심에 올라서는데 큰 힘이 됐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음악의 예술적 무게감보다는 휘발성이 굉장히 강해졌다는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물론, 앨범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이 발매한 정규 4집 앨범 'MAP OF THE SOUL : 7'에는 무려 20곡이 수록됐다. 이 앨범은 전 세계에서 4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 외에도 엑소, 아이유 등 케이팝 대표 가수들은 꾸준히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무대를 대상으로 활동하거나 팬덤의 크기가 큰 일부 가수들을 제외하면 앨범 발표는 "손해 보는 장사"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강 평론가는 "앨범을 통해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 철학 등을 담아낼 수 있는 아티스트들은 앨범 발매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김동률, 이적 등 극소수를 제외하면 음반 판매를 통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단지 자존심이 거린 문제"라고 분석했다.


한편, 해외의 경우엔 여전히 3~4년의 장기적 프로젝트로 앨범을 내는 경우가 많다. 아델, 비욘세, 마룬5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앨범 발매 주기가 3~5년이다. 그들은 디지털 싱글을 내고 단기적인 활동을 하기보다는 앨범을 발표한 뒤 오랜 기간 투어에 나선다. 하지만 시장규모와 방송 환경 등 구조적인 차이가 큰 만큼,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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