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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긴급처방 묘수 없는 채안·증안펀드


입력 2020.04.06 07:00 수정 2020.04.05 20:28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채안펀드 가동 첫날부터 잡음...여전채 금리 놓고 업계 눈치싸움

증안펀드도 출자부담에 불협화음...정책지원·금융순기능 역할 다해야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시안정펀드 가동에 나섰지만 실효성을 둘러싼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금융위원회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시안정펀드 가동에 나섰지만 실효성을 둘러싼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금융위원회

“증시안정펀드는 몰라도 채권시장안정펀드에 대한 기대는 큰 편이었는데, 껍질을 까보니 또 껍질이 나오는 형국입니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시안정펀드 가동으로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실효성을 둘러싼 시장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촉박하게 집행이 이뤄지다보니 이해관계자들 간 조율이 되지 않아 시장 혼란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채 업계에 기대려고만 하는 경향이 짙고, 또 이런 비상상황에서 당국에 힘을 실어줘도 모자를 판에 잇속만 챙기려는 일부 집단들도 문제”며 “모두 차차 조율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한시가 급한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채안펀드의 경우, 지난 2일 공식 출범했지만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첫날부터 혼선을 빚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 매입을 두고 발행금리 수준에 대해 채안펀드 운용사와 채권 발행사 간 이견이 불거진 탓이다. 일각에선 증권사가 발행한 CP가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시장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채안펀드가 정상 가동되지 않는다면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의 유동성 어려움이 심화될 수 있다. 당장 이달에만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규모가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시작부터 잡음이 발생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들어온 한은이 이런 특단의 카드를 꺼낸 것은, 당초 계획만으로는 금융시장 안정을 이끌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증안펀드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10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증안펀드(다함께코리아펀드)는 이르면 오는 9일부터 운용될 전망이다.


증안펀드는 과거에도 3차례 조성된 바 있지만 민간 금융회사들이 직접 주식시장 자금 수혈에 나선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채안펀드에 이어 증안펀드에서도 가장 큰 금액을 출자하는 은행권의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운용 방향을 놓고 비은행권과 마찰을 빚는 분위기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전 세계 기업경기가 더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의 통화·재정정책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집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지원책이 단기 대책에 그치지 않으려면 자금을 투입하는 금융사들에 대한 정책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사들도 실물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금융 순기능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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