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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삼성 파운드리, 초격차로 반전 노린다


입력 2020.08.26 06:00 수정 2020.08.25 22:3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TSMC와 격차 확대에도 자신감 여전...긴호흡으로 추격

치열한 기술확보 경쟁 속 신뢰구축으로 고객 확보 나서

'비전 2030' 달성 직접 나선 이재용 부회장 리더십 기대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기술력에 이어 시장 점유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초미세 공정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에서는 타이완 TSMC와 격차가 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반전 시나리오를 서서히 준비하는 모습이다.


26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3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17.4%의 점유율로 타이완 TSMC(53.9%)에 이어 2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직전 분기인 2분기(18.8%)에 비해 1.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1분기 15.9%였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분기 2.9%포인트 상승한 바 있다.


점유율 하락은 삼성전자의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0 판매량이 당초 예상보다 못 미치면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의 웨이퍼 투입량을 조정한 결과라고 트렌드포스는 분석했다.


TSMC가 전분기(51.5%) 대비 2.4%포인트 상승한 53.9%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달성한 가운데 양사간 격차가 소폭(3,8%포인트) 벌어졌다.


◆ 초미세공정·패키징 기술력으로 고객과 신뢰 구축


3분기만 놓고 보면 양사간 격차가 벌어지는 모양새지만 초미세공정과 3D패키징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자신감은 여전하다. 양사는 최근 5나노미터(1nm=10억분의 1미터)급 반도체 칩 양산에 들어갔고 내후년인 2022년 하반기에는 3나노급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미세공정과 함께 패키징 기술력 확보에 사활을 걸며 경쟁하고 있다. 반도체의 크기를 더 작게 하면서도 더 많이 적층할 수 있는 구조로 고성능과 고효율을 갖춰 부가가치를 높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기존 시스템반도체의 평면 설계(왼쪽)와 삼성전자의 3차원 적층 기술 'X-Cube'를 적용한 시스템반도체의 설계 비교.ⓒ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7나노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공정을 도입한 데 이어 5·4·3나노 등으로 초미세공정 단계를 낮춰 나갈 태세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7나노 EUV 공정 시스템반도체에 3차원(3D) 적층 패키징 기술인 'X-Cube'(eXtended-Cube)를 적용한 테스트칩 생산에 성공했다.


TSMC도 시스템온IC(SoIC) 등 3D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특허청(USPTO)에서 ‘3D패브릭(3D FABRIC)’이라는 상표를 출원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세공정으로 반도체 크기를 줄이고 3D 패키징 기술로 적층 구조를 고도화해 부피를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는 것이 양사가 추구하는 기술의 핵심 방향이다. 반도체 칩은 위로 적층할수록 전체 칩 면적을 줄이면서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확보도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워낙 오랫동안 독보적인 점유율을 확보해 온 터라 단기간내 이를 따라 잡기는 어려운 만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격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파운드리 사업자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기술력뿐만 아니라 굳건한 상호 신뢰 구축이 이뤄져야 하는 시장의 특성도 감안한 것이다.


파운드리업체가 팹리스(Fabless·설계전문) 기업들과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미세공정과 패키징 등 기술력은 기본으로 설계 기술에 대한 보안성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만 전문으로 하는 TSMC와 달리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모두하는 종합반도체기업이라는 점이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해 왔다.


파운드리 사업자로서는 좋은 고객이 될 수 있는 애플과 퀄컴 등이 경쟁사이기도 해 이들로부터 위탁 생산 수주를 따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 라인을 살펴보기에 앞서 설명을 듣고 있다.ⓒ삼성전자

◆ 잇따른 수주로 성과 가시화...이재용 진두지휘로 변화 주도


하지만 올들어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는 성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파워10’에 대한 위탁 생산을 수주하면서 파운드리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퀄컴의 차세대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 칩 ‘X60’ 생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TSMC와 공동수주로 비록 일부 물량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TSMC에 대부분 몰아줬던 것에서 변화의 조짐이 읽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변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발표한 '비전 2030'을 통해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상태다.


이를위해 관련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확충에 총 133조원(R&D 73조원·시설 60조원)을 투자하는 동시에 전문인력 약 1만5000명을 채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회사는 총 투자 규모인 133조원 중 올 연말까지 약 26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 이후 이뤄진 사업 수주에도 역할을 하면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잇따른 수주로 기술력 확보 뿐만 아니라 고객사와의 신뢰구축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입증된 만큼 향후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위를 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청사진’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기술력 뿐만 아니라 팹리스 고객사들과의 신뢰 구축도 점점 진전되는 모습”이라며 “오너가 직접 사업에 관심을 갖고 주도하고 있는 만큼 기술력과 신뢰성의 시너지가 더욱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별 3분기 시장 점유율 전망치(단위:백만달러,%).ⓒ트렌드포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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