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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피플라운지] 28년 외길 나성주 롯데호텔 베이커리 제과장 "빵은 맛있는 예술작품"

  • [데일리안] 입력 2020.03.23 06:00
  • 수정 2020.03.22 20:11
  •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베이커리 델리카한스 콘셉트·식재료 바꾸고, 2030젊은층까지 '호평'

딸기뷔페 퍼포먼스 직접 선보이는 등 노력…명품 브랜드와 협업 지속

제빵일지 및 부서원 소통, SNS 활용이 신제품 개발의 ‘열쇠’

지난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타워에서 나성주 (50) 롯데호텔 베이커리 제과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호텔롯데지난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타워에서 나성주 (50) 롯데호텔 베이커리 제과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호텔롯데

“특급호텔 베이커리 중에서도 늘 트렌드를 앞서가는 곳으로 고객들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타워에서 만난 나성주(50) 롯데호텔 베이커리 제과장이 밝힌 ‘델리카한스’에 대한 포부다.


그는 “베이커리 사업의 핵심은 맛에 감각적인 디자인 더한 것” 이라면서 “고객이 빵을 구입할 때는 눈으로 한 번, 입으로 또 한 번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버터나 소금 등 재료 본연의 맛과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 얼핏 '당연한거 아니야?'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트랜드가 바뀌는 요즘, 재료 본연이 맛은 맛대로 유지하면서도 급변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다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그 어려운걸 해 냈고, 또 해 내고 있다.


나 제과장은 롯데호텔 베이커리 ‘델리카한스’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다. 업계에서는 특급호텔 베이커리 트렌드를 맨 앞에서 이끌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92년 하반기 롯데호텔에 입사해 무려 28년간 외길을 걸어온 호텔 베이커리 터줏대감이자 명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입사 후 2017년 4월 시그니엘서울 호텔 베이커리 ‘패스트리 살롱’ 오픈 책임 파티시에 업무를 맡기도 했다. 이어 같은해 7월 서울호텔 ‘델리카한스’로 자리를 옮겨 4년째 근무 중이다.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 하나부터 반죽, 오븐에 빵을 구워내는 작업까지 전부 그의 손을 거쳐 완성도를 높인다.


“케이크 하나를 만들더라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어요. 기존 델리카한스 케이크는 유럽과 일본식 디자인을 섞어 밴치마킹했다면, 최근에는 일본 스타일을 버리고 프랑스와 미국식 스타일을 섞어 구현합니다. SNS를 통해 베이커리 트렌드가 바뀐 것에 착안해, 젊은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타워에서 나성주 (50) 롯데호텔 베이커리 제과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호텔롯데지난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타워에서 나성주 (50) 롯데호텔 베이커리 제과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호텔롯데
◇ 자동차 계열사에서 최고급 베이커리 조리장까지…‘베이커리 시장 선도에 앞장’


나 조리장은 공업계 학교 졸업 후 자동차 계열사에서 기계 다루는, 제빵에 비해 투박한 그런 일을 했다. 그러다 군대 전역 후 복직 전 친구의 권유로 잠시 제과점에서 빵 만드는 경험을 한 뒤 진로를 급선회 하게 된다. 신선한 식자재를 만지고 요리하는 경험을 통해 흥미와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주방 아르바이트와 제과제빵 학원을 다니며 밑바닥부터 실력을 쌓았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호텔 주방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다. 입사 후에는 대학에 입학해 조리 전공으로 학사와 식품영양 석사를 취득했다.


나 조리장은 “처음엔 조금만 하다가 자영업을 할 생각이었지만 하다 보니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있었다”면서 “90년대만 해도 설탕공예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토대로 경쟁력을 갖추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손재주는 상당했다. 나가는 대회마다 상위권 메달을 휩쓸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8년도 열린 독일 IKA 세계요리올림픽 개인전에서는 동양인 최초로 금메달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 대회는 세계 4대 요리대회 중 하나로 참가자만 5~10만명에 달한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참가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던 때였다.


나 조리장은 “당시 설탕 공예와 함께 소형 양과자와 디저트 4종을 선보였고, 금메달 딸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노력한 만큼만 거두자 했는데 1등을 하게 됐다.(웃음)”면서 “동양인 최초 수상으로 대대적인 이슈가 되면서 최근에는 300명 이상의 후배들이 대회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나성주 조리장이 선보인 나성주 조리장이 선보인 '화이트데이 버블 케이크' ⓒ호텔롯데
◇ 2030 젊은층 핫한 베이커리로 ‘거듭’…콘셉트부터 식재료 하나까지 전부 바꿔


롯데호텔 베이커리 ‘델리카한스’는 1981년 오픈했다. 정통 패스트리 살롱으로 정제된 밀가루와 설탕, 트랜스지방의 사용을 줄이고 천연 효모로 발효시킨 빵과 케이크를 주로 선보인다. 웰빙 트렌드에 맞춰 호밀이나 귀리 등을 주재료로 한 유럽 스타일의 건강식 빵도 갖췄다. 최근에는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빵을 개발해 구워내고 있다.


그는 델리카한스로 발령을 받은 뒤 가장 먼저 콘셉트와 식재료부터 바꿨다. 특히 업계 불문률로 여겨지고 있던 ‘밸런타인데이=초콜릿’, ‘화이트데이=사탕’ 이라는 고리타분한 공식을 과감히 부수고 새로운 베이커리 트렌드를 제시하는데 힘썼다. 사탕 모양의 케이크 ‘케이크팝’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특급호텔의 전례에 없던 조각케이크까지 쇼케이스에 들이는 등 변신을 거듭 중이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이나 문구를 써서 선보이는 커스터마이징 케이크 또한 인기가 뜨겁다.


매년 델리카한스의 연매출이 10%씩 성장하는 이유다. 올해 밸런타인데이 프로모션 기간 동안 밸런타인데이 케이크 매출만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등 연일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나 조리장은 “처음 델리카한스의 주 고객층이 5060세대 라는 집계를 보고, 젊은층에도 우리 빵을 소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해 졌다. 이후 베이커리 콘셉트를 바꾸고 20대부터 40대까지 단골 연령층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화이트데이버블케이크’의 경우 몽글몽글한 연애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뭉게구름 모양의 케이크로 구연해 봤는데 이게 통했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올해 화이트데이에 대박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신선한 재료만 고집하는 것도 델리카한스의 주요 인기 비결로 손꼽힌다. 파스퇴르에서 공급하는 국내산 동물성 생크림을 쓰고 있으며, 버터는 AOP 레스큐어버터를, 초코렛은 발로나 제품을 사용한다. 모두 최정상급 원재료들이다.


나 조리장은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고퀄리티 음식을 많이 찾는데, 베이커리 역시 프랜차이즈의 냉동 빵이 아닌 고급 빵으로 추세가 기울고 있다”며 “고급 재료에 가성비 있는 구성과 타 호텔 대비 트렌디한 디자인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젊은층 유입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11월 온라인 주문 서비스를 도입한 뒤, SNS에서 케이크를 고르고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나 조리장은 “고객들이 온라인을 통해 마음에 드는 케이크를 고르고 구매하는 고객이 90%이상”이라면서 “매장 쇼케이스 앞에 사람이 없어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 ‘모스키노지난해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 ‘모스키노'와 협업해 선보인 ‘모스키노 트레이 디저트 세트’ ⓒ호텔롯데
◇ 딸기뷔페, 화려한 퍼포먼스 직접 선보이기도…명품 브랜드 잇단 ‘러브콜’까지


롯데호텔서울에서 매년 열리는 딸기 뷔페 ‘머스트 비 스트로베리’ 역시 나 조리장이 직접 진두지휘한다. 딸기 뷔페는 호텔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례 행사로 통한다. 최고급 딸기로 엄선해 만든 ▲딸기 다쿠아즈 ▲타르트 ▲마카롱 ▲브라우니 ▲파나코타 등 핑거 푸드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디저트 뷔페다.


페닌슐라 라운지&바에서 열리는 롯데호텔 딸기뷔페에서는 타 고급호텔에서 선보이지 않는 퍼포먼스를 준비해 고객의 이목을 끄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이 찍은 인증샷은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통해 또다른 고객이 찾아 오게 할 정도로 화려하다.


나 조리장은 “매 타임 시작 전 포토타임으로 10분간 딸기를 쌓은 계단에서 드라이아이스로 연기를 피우는 퍼포먼스를 직접 진행하고 있다”면서 “시그니엘 근무 당시에는 알콜로 불을 피워 아이스크림을 태우는 알콜 쇼잉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의 러브콜 역시 잇따르고 있다. 롯데호텔서울은 지난해부터 ▲모스키노 ▲지방시 ▲ 샹테카이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와 협업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중이다.


나 조리장은 “명품 브랜드와 협업시 어떤 특색있는 제품을 내놓을까 늘 고민하고 있다”면서 “지난해에는 지방시와 진행을 하면서 지방시의 뷰티 대표 아이템으로 꼽히는 립스틱 ‘르 루즈’를 오마주한 특별한 디저트를 선보였고, 프랑스 발로나산 가나쉬 크림 초콜릿으로 붉은 입술 모양을 형상화 한 '레드립 초콜릿'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지난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타워에서 나성주 (50) 롯데호텔 베이커리 제과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호텔롯데지난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타워에서 나성주 (50) 롯데호텔 베이커리 제과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호텔롯데
◇ SNS모니터링·제빵일지 통해 신제품 완성도 높여… “타호텔에서 밴치마킹하러 와”


28년 경력의 베테랑에게도 신메뉴 개발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는다. 나 조리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매 시즌 가장 핫한 파티시에의 서적을 찾아 읽거나,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제과점 혹은 블로그 등 기타 SNS를 찾아보며 아이디어를 낸다.


소통 역시 신메뉴 개발로 이끄는 주요 열쇠가 된다. 부서원들과의 아이디어 회의는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도화선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경쟁사 베이커리 벤치마킹을 통해 부족한 점을 반추하려는 점 또한 제품을 만드는 필수 과정에 속한다.


그에게 있어 빵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예술 작품 그 자체다. 어딜 가나, 무엇을 하나 그의 영혼은 빵과 연결돼 있고, 주변 모든 사물과 작은 이야기들 조차 그에게 영감을 준다.


나 조리장은 “메뉴를 구상해 제품을 생산할 때 다양한 소스를 활용한다. 어느 날 문득 이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고, 예술작품을 감상하거나 다른 파티시에의 제품을 보고 영감을 얻을 때도 있다”면서 “때로는 길을 지나가다가 흔히 있는 식당의 유리창에 붙어있는 메뉴를 보고도 영감을 얻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매일 작성하는 제빵 작업일지에는 빵 품목에 따라 반죽 온도와 시간, 잘된 점과 아닌 점을 기록한다. 동료들과 모여 제빵 작업일지를 보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 또한 메모한다. 안 좋았던 점과 좋았던 점에 관해 이야기 나눈 후 다음날 수정 반영해서 다시 빵을 만들기 위해서다. 기록은 또 다시 다른 빵을 개발하고 만드는데 적극 활용된다.


그는 “빵의 디자인과 트렌드, 그리고 맛을 중시여기는 만큼 매일 품질 높은 빵을 재연하기 위해 기록하고 있다”면서 “이런 노력 덕분에 최근에는 다른 특급호텔 베이커리에서도 델리카한스 빵을 밴치마킹하러 온다”고 자부했다.


나 조리장은 제3의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그중 하나는 대한민국 최고권위의 제과 명장을 따는 것이다. 이밖에도 회사 정년을 마치면 케이크나 디저트 교육 등을 통해 후배 양성을 하는 것 역시 하나의 계획으로 남아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소규모 베이커리를 여는 것은 마지막 인생 목표다.


이에 앞서 나 조리장은 델리카한스가 ‘프렌치 베이커리’로 거듭났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다. 나 조리장은 “고객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빵을 구워주며 빵에 대한 설명도 하고, 함께 사진도 찍는 등 소통을 할 수 있는 하나의 베이커리 창구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경력사항>

- 롯데호텔서울 델리카한스 업장책임자

- 한국조리협회 제과부문 명인

- 서울특별시 기능경기대회 제과제빵직종 심사위원

- 충청남도 기능경기대회 제과제빵직종 심사장

- 제44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제과제빵직종심사위원


<수상내역>

- 2010 룩셈부르크 요리 월드컵 대회 개인전 공예부문 금메달

- 2010 룩셈부르크 요리 월드컵 대회 국가대표 단체전 은메달

- 2010 룩셈부르크 요리 월드컵 대회 국가대표 단체전 동메달

- 2009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 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 2009 서울국제 빵과자 경진대회 대형공예 설탕공예부문 최우수상 보건복지가족부장관상

- 2008 IKA 세계요리올림픽 개인전 금메달, MVP <동양인 최초 수상>

- 2008 IKA 세계요리올림픽 단체전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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