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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의 모난돌] 그 많던 금융사기범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데일리안] 입력 2020.08.05 07:00
  • 수정 2020.08.05 07:29
  •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경제 근간 흔드는 금융사기범죄, 고의·파급력 측면에서 '무관용' 적용 필요

"'걸려도 남는 장사' 아닌 한번 적발 시 '살아서는 못 누린다' 인식 있어야"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이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이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이번에 작정하고 사기행각 벌인 사모펀드 주범들 형량 잘 지켜보세요. 그게 현재 대한민국 정의의 현실입니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잇달아 발생한 사모펀드 사태의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가 그 출발점부터 사기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공분이 큰 가운데 이같은 사기사건이 끊이지 않는 배경으로 미약한 ‘처벌 수위’에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당장 금융당국이 지난달 중간조사를 통해 발표한 옵티머스 사태만 보더라도 주범들의 고의성과 악질적 범죄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투자자들로부터 51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은 김재현 옵티머스 펀드 대표는 당초 제안서와 달리 펀드 자금 대부분을 비상장 사모사채를 거쳐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펀드 간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금을 빼돌려 대표 개인의 주식투자에 유용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해당 펀드 투자금 가운데 최소 3000억원은 돌려받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자들이 현재 구속된 상태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회계법인 실사 과정에서 위험자산 규모가 당초 감독당국에 보고된 것보다 더 클 가능성도 높아 최악의 경우 투자액 전체에 대한 반환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수많은 이들이 피땀흘려 모아 투자한 돈을 고의적으로 가로챈 이들의 형량은 과연 얼마나 될까. 현행 규정(형법 제347조)에 따르면 사기범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특경법 상 사기는 최대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양형기준은 그 범죄의 악질성과 파급력에 비해 과도하게 낮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 수천억원대 부실대출 및 고객 돈 200억원을 가로채 중국으로 도주하다 붙잡힌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징역 8년, 90년대 외환위기 직전 3900억원 무역사기를 벌인 '희대의 사기범' 변인호는 15년형을 받았다. 당국 관계자는 “수백, 수천억원대의 금융사기를 저질러도 10년 이상 형량을 받은 이들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피해규모만 19조원(175억달러)으로 ‘사상 최대 폰지사기극’ 주범으로 꼽히는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 출신 버나드 메이도프에 대해 미 연방법원은 법정 최고인 150년형을 선고했다. 현재 미국 북부 캐롤라이나 감옥에 수감된 그는 82세라는 고령의 나이에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조기석방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같은 결정에는 십수년째 고통받고 있는 수 천명의 투자자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사기는 여전히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미국 사례와 같은 '일벌백계 수준'의 실질적인 양형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교묘한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빼돌린 뒤 형기만 채우고 다시 피해자 돈으로 호위호식하는 행위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국내 법 취지와도 맞지 않거니와 되려 재범 등 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최근들어 국내에서도 각종 사기로 점철된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사기범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및 양형제도 개선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등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법제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 이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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