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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靑감사, 감시견(watchdog) 역할 제대로 했다

  • [데일리안] 입력 2020.09.20 16:56
  • 수정 2020.09.20 16:56
  • 데스크 (desk@dailian.co.kr)

‘친문무죄 비문유죄’에 이어 ‘친문보수 비문무보수’

“사실상 상근처럼 일했는데 월급이 무슨 문제냐”는 궤변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8월 2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8월 2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검찰·경찰·권익위 등 대부분의 권력감시기관들이 정권의 ‘애완견(lap dog)’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최재형 원장이 이끄는 감사원이 모처럼 정권의 비리에 맞서 ‘감시견(watchdog)’ 역할을 제대로 했다.


서슬퍼런 정권 아래 모두 입 닫고 숨죽이고 있을 때, “바른 감사, 바른 나라”를 세우겠다는 감사원의 원훈​(院訓)과 ‘국민의 눈’을 대신하여 냉철하게 보고 ‘국민의 귀’로 바르게 듣겠다는 감사원의 로고에 걸맞은 올바른 모습을 보여줬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徐일병 구하기’에 국가기관이 총동원되면서 나라의 근본과 기강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제대로 최고 권부(權府)인 청와대를 감사해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馴致)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검은 것을 검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난해 9월 국회 요청에 의해 진행된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감사와 관련 최대 5개월 안에 감사 결과를 통보해야 하지만 4·15 총선을 넘기도록 표류하자 최 원장이 직격한 말인데 이번에 다시 한 번 ‘검은 것을 검다’고 제대로 목소리를 냈다.


바로 문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비상임 위원장 등을 맡으면서 편법으로 매달 수백만원의 보수를 받은 사실을 적발하고 ‘공표’까지 한 것이다. 또한 청와대가 지난 5월 어린이날 기념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 영상을 먼저 납품받고 나중에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가계약법을 위반한 사실도 적발해 ‘실세중의 실세’인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엄중 경고한 것이다.


먼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비상임직인 위원장에게 전문가 자문료를 고정급으로 지급해선 안 된다고 규정을 어기고 지난해 1월부터 1년여간 송재호 위원장에게 매달 400만원씩 모두 5200만원을 지급했다. 송 위원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자문기구인 국민성장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4·15 총선에 제주갑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균형발전위는 후임 김사열 위원장에겐 자문료를 주지 않았다.


일자리위원회도 비상임 부위원장이던 이용섭 광주시장과 이목희 전 국회의원에게 국가업무 조력자 사례금 명목으로 각각 5513만원과 1억4099만원을 줬다. 이 시장은 2017년 대선, 이 전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일자리위는 올 초 취임한 김용기 부위원장에겐 사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결국 친문(親文) 성향 인사들에게만 보수를 준 것인데 재판에서 ‘친문무죄 비문유죄’에 이어 급여까지 ‘친문보수 비문무보수’인가. 청와대에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액자만 걸어 놓고 오히려 내편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상대를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지 않았는가.


이 문제는 결코 얼렁뚱땅 가벼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가장 공직 기강의 모범을 보여야 할 청와대에서 국민의 혈세를 나눠 먹고 계약 질서를 어지럽힌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이다. 청와대는 “해당 위원회는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세부 기준을 마련해 업무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추후 개선이 아니라 편법으로 지급한 돈은 반드시 ‘환수 조치’를 해야 한다.


올해부터 ‘공공재정환수법’이 시행되어 일반 국민들은 보조금을 허위로 타내면 받은 돈을 모두 물어내는 것은 물론 최대 5배까지 제재부가금을 토해내야 한다.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으려면 청와대부터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상행하효(上行下效)’,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위의 상량(上梁) 이 바르지 않으면 아래 들보가 비뚤어질 수밖에 없는데 청와대가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누가 따르겠는가.


‘파사현정(破邪顯正)’, 청와대는 틈만 나면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내는 적폐청산을 강조하는데 내 눈의 대들보는 빼지 않고 상대의 티눈부터 빼려해서야 ‘미래를 향한 개혁’이 가능하겠는가.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번 감사결과를 깊이 새겨 스스로를 겸허히 되돌아보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상투적으로 써온 수법처럼 이번에도 최 원장을 ‘토착왜구’나 ‘쿠데타 적폐 세력’으로 몰아 위기를 돌파하려 해서는 안 된다.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빨리 달라고 하면 청탁이냐”는 말처럼 “사실상 상근처럼 일했는데 월급이 무슨 문제냐”는 궤변으로 넘어가려 해서도 안 된다.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을 검사하고,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는 사정기관이다. 정부 직제상 대통령 밑에 있더라도 헌법에 규정된 독립기관이다. 삼국시대부터 사정부, 어사대, 사헌부의 전통을 이어 받은 현대판 암행어사다. 모든 공무원의 영혼이 죽더라도 감사원만은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다.


특별감찰관이 3년6개월간 공석(空席)인 등 대통령 권력에 대한 내부 통제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감사원의 이번 감사가 윗물을 맑게 하는 일대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아니라 ‘바른 나라’를 만들어 가는 대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글/서정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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