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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거소송 속도 높여야"

2020.06.05 09:0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우리나라 선거사에 기록될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이 개표가 조작됐다며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전국 80개 지역에서 무려 1100만 여장의 투표지에 대한 재검표가 실시되었다. 그 결과 한나라당 후보의 표는 135표가 늘어나고 당선자의 표는 785표가 줄어드는 결과를 확인하였다. 1100여만 표 중 불과 1000표 정도의 변동이 있었고, 그것도 부정이 개입한 결과가 아니라 대부분 유·무효 판단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결국 당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후에 실시된 4차례씩의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 선거에서 각각 3개 선거구와 25개 선거구에서도 재검표가 이뤄졌지만, 단 한 곳에서도 당락이 번복되지 않았다. 특히 동점표를 비롯해 10표 미만의 표차로 소송이 제기되었던 17개 구.시.군의원 선거 재검표에서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이러한 전례들은 선관위의 개표가 얼마나 정확하게 이뤄지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28일 중앙선관위는 투·개표 공개시연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제21대 총선이 끝난 후 일각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하여 투표지 바꿔치기나 득표수 조작과 같은 부정행위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특히 투표지분류기, 노트북 등 선거에 사용된 장비를 해체해 보이며 까지 ‘모든 부분에서 보안체계를 갖춰’ 해킹이나 외부통신에 의한 득표수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주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의혹의 눈으로 보면 어떤 해명도 거짓 변명으로 들리게 마련이다. 30여만 명이 참여하는 투·개표 과정에서 누군가의 미숙함으로 일어났을 단순 착오나 실수, 또는 기계적 오류가 부정의 증거로 둔갑하고 있다. 하긴 선관위에 컴퓨터가 단 한 대도 없었던 1987년 제13대 대선 때에도 야당과 정의구현사제단 등이 컴퓨터 부정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많은 국민들이 이 허무맹랑한 의혹에 현혹되었던 점을 돌이켜본다면, 그런 시연이나 설명만으로 의혹을 거둬드릴 것이란 기대 자체가 무리였다 할 것이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의 진위 여부는 결국 법원의 검증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총선 역사상 기록적인 139건의 선거소송이 제기된 것은 안타깝지만 다행이라 할 것이다. 만약 일부 지역에서만 소송이 제기되어 부정이 없었음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다른 선거구에 대한 부정 의혹은 계속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참에 의혹을 털고 가야 앞으로 실시될 선거에서 같은 후유증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대부분의 야당 정치인들이 개표조작 의혹에 동조하지 않는 것도 2002년 1100여만 표에 대한 재검표의 교훈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제21대 총선이 실시된 지도 2개월이 되어간다. 과거 총선 관련 선거소송은 일부지역에 국한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2개월 내에 재검표를 한 사례가 적지 않다. 짧게는 40여일 만에 실시된 경우도 있다. 이번 소송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검증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의혹은 부풀려지고, 국민들은 혼란에 빠지고, 정치 불신 또한 더욱 깊어질 것이다.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은 불안한 신분으로 의원직을 수행해야 한다.
법원은 속히 소송을 진행하여 이런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켜야 한다. 아울러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도 이미 소송이 제기되었으므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옳다. 일방적인 의혹을 계속 재생산. 확산시키는 것은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고, 앞으로 실시될 검증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오해받을 수 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이 그만큼 더 무거워질 것이다. 국민들도 의혹에 휘둘리지 말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하겠다.
글/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김은경의 i티타임] 콧대 높던 애플이 달라졌어요

2020.06.05 07:00 |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ek@dailian.co.kr)

가을볕 좋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사과 농사를 지어보기로 결심한 걸까. 콧대 높기로 유명하던 애플이 한국 시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초기 아이폰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음 달 폰’으로 악명 높았다. 9월 제품 발표 후 출시가 계속 연기돼 한국은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 말에서야 제품이 출시돼 붙은 별명이다.
애플은 통상 2차 출시국과 3차 출시국 사이 그 어정쩡한 시점에 한국 시장에 제품을 내놨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출시일을 조금씩 앞당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아이폰11’은 전작 ‘아이폰XS’보다 일주일 빨리 출시됐다. 아이폰이 10월에 국내 출시된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아이폰XS 미국 출시는 9월 21일, 국내 출시는 11월 2일이었는데 아이폰11은 10월 25일 출시되며 시기가 당겨졌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SE’는 미국 출시일과 1달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미국에 4월 24일 출시됐고, 한국에는 약 2주 뒤인 5월 6일 출시됐다.
과거에는 ‘애플 환율’도 유명했다. 환율을 따져봤을 때 국내 출고가가 다른 출시국보다 월등히 높아 나온 말이다. 한국 소비자들을 ‘호갱(호구+고객)’ 취급한다는 논란까지 일었었다.
하지만 아이폰SE는 최근 환율과 부가세를 고려하면 미국 출고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됐다.
제공하는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애플이 운영하는 보험상품 ‘애플케어 플러스’가 지난해 9월 국내 도입됐다.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몇 년 전부터 지원됐지만,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아 소비자 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를 늦게나마 도입하면서 나름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애플의 이 같은 ‘태세 전환’은 한국의 5세대 이동통신(5G) 세계 최초 상용화 성과와 관련 있어 보인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5G가 상용화된 국가가 몇 군데 없는 상태에서 애플은 올해 출시하는 ‘아이폰12’ 전 제품에 5G를 도입할 전망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5G가 가장 활성화된 국가에 속한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보면 한국 시장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그동안 한국이 애플에 홀대 아닌 홀대를 받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5G에서만큼은 한국이 애플에도 중요한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아이폰12는 한국이 1차 출시국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
이동통신업계를 취재하면서 만나는 홍보팀 직원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출시 전 내보내는 홍보용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 애플이 여간 깐깐하게 구는 게 아니라며 하소연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 시장을 대하는 애플 태도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애플의 변화는 어찌 됐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애플은 각종 논란에도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 시장에서 10년째 버티고 있다. 아무리 제품력이 좋아도 ‘차별’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사실을 애플이 깨달았는지 지켜볼 일이다.

섬뜩한 국정원 간첩조작 폭행, 검사는 불기소?

2020.06.05 06:0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국정원이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우성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13년에 기소했다. 하지만 증거조작, 증거누락으로 최종 무죄 판결이 나왔다.
유우성 씨가 중국을 통해 북한을 드나든 증거라면서 검찰이 제시한 중국 공문서 3건이 있었다. 중국 당국이 그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확인했다. 검찰은 “중국이 위조라고 하지만 위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면서 애매한 입장을 보였는데, 재차 중국 측이 “우리가 말한 위조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위조를 의미한다”고 확인했다.
이 문서에 관여한 조선족이 나중에 조사받으면서 “위조 문건 만드는 데 천만원 들었다”고 했다. ‘국정원으로부터 부탁 받았는데 협조하면 한국 국적 얻는 데 도움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가담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유우성이 간첩이 맞다’고 했었는데, 그조차 국정원이 시킨 거라고 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충격적인 간첩조작 사건인데, 당시 국정원 조사관들이 유우성 씨의 여동생 유 씨를 폭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동생 유 씨에게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모는 증언을 하도록 압박하는 과정에서 폭행까지 했다는 것이다. "전기고문을 시켜야 정신이 번쩍 들겠느냐"며 전기고문을 할 것처럼 위협했다고도 한다. 결국 “유우성이 북한에 몰래 들어가 국가보위부 부부장에게 임무를 받았다”는 허위 진술을 받아냈다고 한다.
나중에 허위 진술을 취소하자 “진술번복죄가 간첩죄보다 더 크다”며 또 폭행했다고 한다. “조사에 혼란을 초래한 것을 반성하고 다시 거짓말할 경우 한국법에 따라 어떠한 처벌도 받을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반성문도 쓰게 했다고 한다.
군사독재 시절도 아니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은 이게 끝이 아니다. 엄청난 국가범죄인데도 불구하고 관련 조사와 처벌이 엄중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4년 만에 재수사가 이루어져 올 1월에 국정원 전 대공수사국장이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을 뿐이다. 국가기관의 간첩 모함은 중죄임에도 이해하기 힘든 형량이다.
유우성 씨가 동생을 폭행한 국정원 직원들을 작년 2월에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 검찰은 1년간 사건을 끌다가 올 2월에야 고소인 조사를 하고 3월에 불구속 기소했다. 이 시차 때문에 현재 공소시효 논란이 생겨 처벌을 못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유우성 씨 측은 검찰이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고 의심한다. 설사 시간을 끌지 않았다고 해도, 그 문제와 별개로 이런 중대한 국가범죄 사건을 불구속 기소로 정리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윗선 개입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유우성 씨 사건에 관여한 검사들에 대해선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다. 생사람을 간첩이라며 기소했는데 재판에조차 넘기지 않은 것이다. ‘검사는 잘 모르고 기소만 했다’는 식이다. 하지만 검찰 과거사위는 작년에 이 사건에 대해 "해당 검사들의 주장과는 달리, 이 사건 증거조작에 깊이 관여해왔으며, 증거조작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국정원 내부 문건에 ‘여동생 유씨의 변호인 접견을 막기 위해 ’검찰‘과 협의했다’는 내용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러니 의혹이 계속 남는 것이다. 유우성 씨의 변호인은 “수사검사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등의 강제수사 없이 이뤄진 부실 조사의 결과”라며 “애초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정말 충격에 또 충격을 안기는 사건이다. 역사책이 아닌 현대 언론기사를 통해 이런 의혹들을 접한다는 것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누구든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섬뜩할 뿐이다. 다시는 이런 국가폭력과 솜방망이 처벌 및 은폐 의혹이 나타나선 안 된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분명한 사실규명과 정보공개,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글/하재근 시사평론가

[단독] 조슈아 웡 “홍콩국가보안법은 일국일제(一國一制) 악법”…문 대통령 왜 반대 안하나

2020.06.05 03:0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홍콩이 시징핑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홍콩국안법(香港國安法)인 국가보안법으로 연일 시끄럽다. 홍콩내에서 진행되는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2014년 홍콩 시위인 ‘우산혁명’을 주도한 조슈아 웡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사무총장)과 인터뷰를 지난 1일 스카이프(Skype) 실시간 화상방식으로 가졌다.
지난 5월말부터 일정을 조율해서 인지 한국 상황과 앞으로 논란이 계속 확대될 홍콩 국가보안법의 핵심내용에 대해 막힘없이 의견을 피력하는게 인상 깊었다. 때론 홍콩국가보안법을 말 그대로 ‘악법(惡法, evil law)’이란 표현을 꼭 강조하고 싶다고 여러 번 얘기하기도 했다. 20대 젊은 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홍콩 민주화를 향한 열정과 소신이 인터뷰 내내 곳곳에서 사용되는 ‘자치’, ‘자유’, ‘억압’, ‘투쟁’이란 단어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특히 이번 주에 발표된 한국 시민단체들의 홍콩 지지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한국의) 이해관계가 인권보다 우선시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예전에 인권변호사였지 않았나!”라는 대목에서는 뭐라고 대꾸할 말을 잊을 정도였다. 홍콩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존슨 영국 총리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미 홍콩은 국가보안법으로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에서 일국일제(一國一制, 한 국가 한 체제)로 바뀐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가 홍콩이 지금까지 누려온 자치권과 자유를 대표하는 아시아의 상징이란 점에서 더욱 국제적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홍콩국가보안법은 홍콩의 언론자유와 자치권을 위협하는 ‘악법’▶양정호: 이번 홍콩국가보안법의 핵심내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조슈아 웡: “국가보안법은 홍콩내 모든 반대 목소리에 침묵을 강요하는 대표적 언론탄압이다. 특히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에서 일국일제(一國一制, 한 국가 한 체제)로 바꾸려는 시도이다. 반전복법(anti-subversion law)을 제정하면 단순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홍콩 민주화운동가들을 감옥에 10년이나 20년 동안 가두게 될 것이다.”
▶양정호: 홍콩국가보안법은 사실 홍콩에 대한 해외의 개입 뿐만 아니라 반란, 전복, 분리독립 같은 어떤 활동도 금지시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현재 홍콩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조슈아 웡: “홍콩은 중국 신장자치구이나 티벳처럼 (심각한 억압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홍콩에서나 글로벌 커뮤니티에 상관없이 홍콩을 지지하는 운동가들과 함께 나서야 합니다.”
▶양정호: 당신은 중국 본토에 있는 반정부 운동가들과 연결고리가 있는지?
―조슈아 웡: “우리 홍콩 운동가 단체는 중국 반정부 운동가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들은 중국 본토에서 일어난 악몽 같은 일이 결국 홍콩에서도 발생하지 않도록 막고 싶어합니다.”
▶양정호: 홍콩의 자치와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이 법이 통과되면 일국양제가 끝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조슈아 웡: “이미 일국양제에서 일국일제로 변질되었습니다. 우리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계속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홍콩을 지지해주고 악법(evil law)에 반대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슈아 웡은 홍콩 사람들 대다수가 홍콩국가보안법은 악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런 홍콩 시민들의 목소리는 6월 4일에 있을 대규모 텐안먼 촛불시위 참여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비록 인터뷰가 진행하는 도중에 홍콩 정부가 6월 4일 추도 집회를 금지시킨다고 발표하기 했지만 조슈아 웡을 비롯한 홍콩 민주화 진영은 계속 거리에서 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미국과 영국을 넘어 전 세계 지도자가 홍콩국가보안법 반대입장 취해야▶양정호: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움직임을 규탄했고 상당히 강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이러한 행동을 예상했습니까?
―조슈아 웡: “우리는 특정한 한 나라에만 의지할 수 없습니다.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 역시 중국 정부에 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해주기를 희망합니다. 이것은 무역 전쟁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홍콩이 계속 글로벌 금융중심지와 글로벌 비즈니스 시장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양정호: 미국은 홍콩과의 특별 무역과 경제적 지위를 박탈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것이 홍콩 경제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홍콩의 경제적 지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 같은데?
―조슈아 웡: “홍콩은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과 자유로운 자본이 흐르는 곳입니다. 미국이 중국 정부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압박을 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중국 정부가 악법(홍콩국가보안법)을 철회하면, 최소한 중국과 세계 사이의 어떤 긴장감은 중지될 것입니다.”
▶양정호: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G7 회의에 초대해 중국이 홍콩에 대해 금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말할 기회를 준다면?
―조슈아 웡: “저는 작년 9월에 미국 의회 공청회에 초청 받아서 참석했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에 가서 우리의 국제 동맹들 앞에서 홍콩을 지지해줄 것을 촉구할 기회가 있다면 정말 좋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홍콩을 지지하는 것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우리를 초청하는지는 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중국 정부에 압박을 줄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인권변호사 경력에서 보듯 홍콩의 자유와 자치에 적극 앞장서야▶양정호: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정부가 홍콩의 자유와 자치권에 대해서 어떤 종류의 행동을 취해줄 것을 기대합니까?
―조슈아 웡: “우선 (홍콩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이고 홍콩에 대한 보호장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특히 일국양제가 일국일제가 되지 않게 말입니다. 중국 정부가 홍콩반환협정 같은 국제 조약의 약속을 깼는데, 한국은 어떻게 중국이 계속 자유로운 국제 질서와 계약을 존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까!”
▶양정호: 문재인 대통령은 홍콩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에 주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슈아 웡: “이해관계가 인권 원칙보다 우선시 되어서는 안됩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예전에 인권변호사였습니다. 우리는 한국인들이 홍콩 문제가 40여년 전의 광주 사태와 같다는 것을 깨닫기를 촉구합니다.”
조슈아 웡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광주 사태에서 벌어진 인권유린과 언론탄압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번에 홍콩이 중국 공산당의 강압에 넘어가게 되면, 중국내 신장 위구르인과 카자흐인 150만명을 강제수용소에 가두는 것처럼 홍콩의 민주주의 운동을 무력으로 억압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내비쳤다. 전 세계가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세부 정보를 은폐해 세계 보건을 위협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게 국제사회가 홍콩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양정호: 한국 정부의 이해관계를 좀더 설명하면?
―조슈아 웡: “국가보안법은 정치적 자유에 관한 것만이 아닙니다. 경제적 자유에 관한 것이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의 독재적인 외교적 이해관계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홍콩이고 다음은 대만이 될 것이며, 그 다음은 아시아 다른 나라가 될 것입니다. 한국 역시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양정호: 오늘(6월 1일) 50여개 한국 시민운동 단체가 홍콩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혹시 한국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조슈아 웡: “홍콩 지지선언을 해주어 감사드리고, 홍콩에 대한 우정과 지지를 위해 헌신을 보여주어 감사합니다. 중국 정부가 침묵하라고 압박하지만 우리 시민사회는 계속 활동해 나갈 것이며, 홍콩이 전 세계의 더 많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한국에 있는 시민들이 더 많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홍콩의 자유와 자치를 위해 유럽 지도자들에게 홍콩국가보안법 폐지를 청원하는 사이트도 마련했다고 한다. 조슈아 웡은 이런 국제적 협력을 통해 중국에 강한 압박이 가해지기를 바란다면서 한국 시민들도 서명할 수 있는 청원사이트를 바로 보내주었다.

인생의 좌우명을 물었더니 “홍콩이 자신이 계속 싸울 수 있도록 영감을 주어 왔다.”는 조슈아 웡의 얘기가 아직도 귓가를 맴돌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홍콩 시민들의 마음을 얻어 홍콩국가보안법 반대투쟁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그의 확신에 찬 포부에 왜소한 모습속에 단단한 돌멩이 하나가 들어있는 모습이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톈안문 광장 기념일에 시민을 동원하기 위해 다시 나가봐야 한다는 얘기에 홍콩의 미래가 밝아 보였다. 자유와 자치, 자율의 3대 원칙이 홍콩에 어떤 모습으로 지속될지 기대해 본다.[조슈아 웡, Joshua Wong Chi-fung, 黃之鋒]조슈아 웡은 1996년 출생으로 현재 홍콩 데모시스토(Demosistō, 香港眾志)당 비서장(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데모시스토당은 2016년 의회선거에서 1석을 차지했으며, 올해 8월에 있을 선거에서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길 기대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내용은 2014년 홍콩민주화 ‘우산혁명’ 시위를 주도한 핵심운동가의 이미지다. 당시 비폭력저항 형태로 우산을 방패삼아 홍콩 시내를 점거하는 시위(Occupy Central)의 주도적 역할로 2014년 타임지에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로 선정되었다.
여러 번의 체포와 수감생활에서 알 수 있듯이 홍콩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로 알려졌다. 평소의 좌우명도 “홍콩이 자신이 계속 싸울 수 있도록 영감을 주어 왔다.”로 말할 정도이다. 대부분의 정치운동도 온라인을 통해 하고 있으며, SNS활동은 주로 트위터(@joshuawongcf)를 중심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100인 100색” 심층인터뷰는 기획·진행·정리 양정호 교수, 그래픽 강나래, 사진·영상 이건희, 번역 남윤경이참여한 인터뷰팀에서 진행합니다.

야성의 부름에 순응하라, “더 콜 오브 드 와일드”

2020.06.04 16:06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여러 동물들 가운데 개(犬)만큼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 또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개를 좋아하는 데는 다른 동물보다 충성심이 높고 복종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가장 오래된 친구로 자리매김한 개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매우 많다.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의 강아지는 물론 대형견, 모험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블록버스터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더 콜 오브 더 와일드’ 역시 개와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1890년대 골드러시 시대, 금광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일확천금을 노린 수많은 사람들이 알래스카로 몰려든다. 미국 남부, 부유한 가정에서 길러진 ‘벅’은 이기심에 눈이 먼 사람에게 납치돼 알래스카 유콘으로 팔려간다. 그동안 안락했던 삶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맞닥뜨리면서 힘겨운 삶을 경험하게 된다. 추운 겨울, 우편배달 썰매견이 된 벅은 모든 역경을 뚫고 무리의 리더가 되지만 결국 잠재된 본능이 발화 되면서 인간의 손길을 피해 야생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전달한다. ‘더 콜 오브 더 와일드’는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평가되는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1903년)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인간의 욕망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귀족적인 삶을 살아왔던 벅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 일꾼으로 전락하고 채찍과 몽둥이에 길들여진다. 개들은 인간의 욕심과 쓸모에 따라 거래되고, 편의에 따라 이용되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영화는 벅의 생존공식을 통해 인간은 절대로 자연을 정복할 수 없으며 야성의 부름에 순응하며 자연과 공존하라고 전한다.

벅을 통해 우리네 인생사를 빗대어 전한다. 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상의 이야기, 그가 경험하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은 충분히 우리 인간 사회에서 일어날 법한 것들과 닮아있다. 벅은 혹독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닫는다. 따뜻하고 안락한 문명세계를 벗어 던지고 원시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본성을 발견한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벅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이로써 벅은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된다.
눈부신 설경과 신비로운 오로라가 펼쳐지는 알래스카, 광활한 대자연을 감상하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모처럼 78세 해리슨 포드의 명연기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완벽한 CG(Computer Graphics) 이용해 실제 개와 흡사한 디테일한 움직임과 표정 변화도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실사와 디지털 이미지를 합쳐 더욱 리얼하게 탄생한 벅은 원작 <야성의 부름>의 감동을 그대로 옮겼다.

인간이 개를 사랑하는 만큼, 개들도 인간을 사랑할까? 개는 오랜 세월 늑대로부터 인간의 손에 의해 가축이 되었고, 지금은 가장 가까운 친구로 자리매김했다.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본능을 거세 당하고 도구화 되기도 한다. 인간 세계에서 해방되어 늑대의 본성을 찾은 벅을 보며, 우리가 온갖 정성을 다해 퍼붓는 사랑이 개들에게는 어떠한 의미 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양경미 / 영화평론가,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이은정의 핀셋] 맹독성 균 보툴리눔 톡신, 이제라도 전수조사 해야

2020.06.04 07:00 |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eu@dailian.co.kr)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에선 탄저균이 테러에 이용돼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이른바 ‘백색가루’라고 불리는 분말 형태의 탄저균을 우편물에 넣어 운송한 것인데, 22명이 감염돼 이 중 5명이 숨졌다.
탄저병을 일으키는 탄저균은 흙 속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생명력이 강해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 사람이 감염되면 면역세포에 손상을 입혀 쇼크를 유발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그만큼 치명적인 병균이어서 2차대전 때 미국과 소련 등이 생물학무기로 개발되기도 했다. 탄저균 100㎏이 대도시 상공에 살포되면 최대 300만명을 살상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균이다.
'보톡스'로 잘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도 알고 보면 1g만으로도 100만명 이상을 살상할 수 있는 맹독성물질이다. 미국질병관리본부(CDC)는 위험도, 생산 가능성, 무기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탄저, 페스트, 두창과 함께 보툴리눔 독소를 A등급으로 지정한 바 있다.
보툴리눔 독소를 우유에 타는 등의 테러를 일으킬 경우 10~100g 만으로도 수만명에서 수십만명까지 희생자가 발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이처럼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매우 위험한 데 비해 그동안 우리 규제당국의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기업들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토양, 통조림, 설산 등에서 발견했다고 종이 한 장만 내면 통과가 됐다.
산소가 없는 혐기성 환경에서 자라는 보툴리눔 톡신 균을 눈 덮인 산에 있는 흙에서 찾았다고 하거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땅을 파다 보니 우연히 나왔다는 말을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걸까. 업계에선 3~4억만 주면 균주를 구해주는 브로커가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오늘(4일)부터는 규제기관에 신고만 하면 됐던 보툴리눔 톡신 균주등록제도가 허가제로 바뀐다. 당국이 이제라도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어서 반가운 일이다.
이런 제도가 앞으로 균주를 등록할 업체에만 적용되는 건 아닐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소급적용을 골자로 하는 약사법 76조가 개정·시행됐기 때문이다. 당국이 기존에 등록을 마친 균주에 대해서 전수조사를 벌일 근거가 될 수 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미용 목적이 아니라도 800개 이상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약으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전세계 톡신 시장은 59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이며, 치료용 시장은 32억 달러(약 3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유망한 산업인 만큼 규제당국이 더욱더 투명하고 철저하게 균주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6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보유한 기업들의 균주 기원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모 제약사 관계자가 한 말이 있다. 그는 한 기자회견에서 “국가기관도 요구하지 않는 기업 비밀정보(균주 염기서열)를 일개 기업이 공개를 요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균주 기원을 비공개로 두기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더 중요하다. 기업이 외부에 공개하기 꺼려한다면 당국에만 비공개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다양하게 모색해 볼 수 있다. 이 정도는 '청'으로 승격된 질병관리본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미국 인종차별 시위와 김정은의 도박

2020.06.03 09:0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오는 2020년 11월 3일에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첫 번째 위기는 2월부터 확산된 코로나19 사태였다. 초기에 방심한 트럼프 정부는 확진자(178만6593명)와 사망자(10만4319명)에서 단연 세계 1위의 미국을 만들어 놨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코로나19 발생을 45일간이나 은폐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대응할 시기를 빼앗았다,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우한연구소에서 시작되었다’며 중국책임론으로 정치적 부담을 관리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손목을 비틀어, 이미 부과한 중국 상품 2500만 달러에 대한 25% 관세는 유지하면서, 추가 관세 부과를 연기하는 조건으로 향후 2년 동안 2000억 달러의 미국산 제품 구매를 약속받는 1단계 무역협상을 이끌어 냈다. 그러고도 이행 여부를 봐서 합의를 깰 수도 있다며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세계 전략차원에서 중국 주저앉히기와 대선 전략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정부가 이러는 동안에 민주당 조 바이든(Joe Biden) 후보는 공식적인 유세 활동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들 헌터 바이든의 여러 가지 스캔들로 궁지에 몰려, ‘바이든은 어디에’(##WhereIsJoe)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존재감이 쪼그라들었다. 이 정도면 미국 사람이 겪고 있는 코로나19 고통에 비하면 트럼프는 대선정국을 잘 관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중국발 홍콩국가보안법은 새롭고도 깊은 갈등의 중심이 될 것인데, 트럼프 진영에서 이 문제를 대선정국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5월 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위조지폐 사용 혐의를 받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경찰이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8분46초간 목을 눌러 질식사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순순히 체포당하고, 목이 눌려져 숨을 쉴 수 없다고 애원하는 모습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커졌다. 여기에 트럼프는 시위대를 폭력배로 부르며,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될 것이라며 흑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현재까지 140여개 도시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데도, 트럼프는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배후세력을 극좌파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정규군 투입까지 예고했다. 급기야 지난 1일 시위대와 경찰 및 주방위군과의 총격전에서 애꿎은 바비큐 음식점 주인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재선 가도에 최대의 악재를 만난 셈이다.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북한 상황을 연관 지어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 지난 5월24일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진행한 김정은 위원장은 ‘전략무력’(핵무기)을 ‘격동상태’(항시발사상태)에서 유지할 것과 포병의 화력타격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전략무력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고, 포병화력은 대한민국을 겨냥한 것이다.
경제제재로 축적해 놓았던 외화,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만난 북한의 코로나19는 김정은으로 하여금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의 악몽을 떠올리게 할지 모른다.
두 번째 세습으로 권력의 정통성 기반이 취약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실적으로 지도력을 보여야 할 김정은으로서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은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대선 가도와 코로나19의 복합적인 위기 상황이 김정은에게는 악수를 두게 할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김정은의 속내가 ‘위기에 빠진 트럼프를 전략무기로 흔들자. 트럼프는 핵무력을 묵인하며 경제제재의 둑을 허물 것이다. 그러면 177석의 거대 여당이 지원하는 남한의 문재인 정부가 지체하지 않고 모든 수단을 사용해서 경제 지원을 할 것이다.’라는 도박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트럼프가 김정은의 계산처럼 움직여 줄까? 오히려 정치적 위기를 돌파할 희생양으로 북한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 하버드대 교수도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에 트럼프는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중해야 한다.
글/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표창원의 보수 커밍아웃에 주목하자

2020.06.03 08:4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사실 그가 자신이 보수주의자라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 듯하다.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드문드문 기사를 접해 왔던 사람이라 어떤 강도로, 얼마나 진지한 고백을 했었는지는 몰라도 지난 인터뷰 기사들 속에 의원 초창기 시절 그런 말을 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보수당이 참패해 재건에 나서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 언론에 난 그의 일종의 리바이즈드 커밍아웃(개정판 신상 공개)은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싶다.
경찰대 교수 출신의 전 의원 표창원은 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집안 내력과 출신 지역 등을 소개하며 "보수적인 피와 환경에 푹 절어서 살아왔다"면서 "어머니는 내가 국정원 댓글 사건 때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자 사흘간 앓아 누웠다"라고 고백했다.
필자는 그의 이 말을 읽고 사흘 동안 그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흘간 앓아 누운 그의 어머니는 한국의 보편적인 보수 지지자요, 표창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반대 이념을 표방하는 정당에 걸어 들어가 국회의원이 된 이유가 자꾸만 생각이 나서 그랬다.
그는 "민주당에 전혀 관심과 상관이 없던 내가 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이 됐다. 보수가 나를 비롯해 나와 유사한 사람을 밀어낸 거다. 보수의 자기 파괴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국 사태로 민주당에 환멸을 느끼고 그후 그쪽으로부터 배신자로 공격 받아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으나 그는 이번 4·15 총선에서 불출마를 했고, 전 의원 신분으로 변한 5월 말에는 보수주의자로서 한국 보수당의 패착을 지적했다.
말하자면 당시 보수당이던 새누리당이나 자유한국당은 표창원 같은 사람을 제발로 내찬 것이다. 그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냐고 묻는다면, 본질을 피하는 질문이다. 또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어떤가. 이 할머니는 윤미향 사태 과정에서 2012년 본인이 직접 국회의원이 돼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품고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타진했던 것으로 보도됐고, 본인도 이를 시인했다.
윤미향 사태에서 보여 온 이 할머니의 이미지는, 그녀가 비판하는 윤을 옹호하는 당이 민주당이고 그녀를 지원하며 윤을 국회에서 퇴출하는 운동을 벌이겠다는 당이 보수당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온전히 보수당원이다. 상식적이고 애국적이고 보수적이어서 그렇다.
한국 보수당이 표창원이나 이용수 할머니를 품지 못하고 상대 당의 문을 두드리도록 한 것은 그들의 이념이나 표방하는 가치, 정강정책이 잘못되어서가 아니었다. 이미지 때문이었고, 더 직접적으로는 그런 이미지를 보여 온 당 지도부와 주요 의원들의 큰 이슈가 터졌을 때의 입장과 언행 태도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5·18이나 세월호 같은 대형 이슈가 한국 보수당의 사활을 가른 것이다.
그러나 작금에 보수당(곧 당명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통합당) 안팎의 주요 인사들이 말하는 걸 들어 보면, 이렇게 당의 사활을 결정한 소프트 웨어 대신 쓸데없기도 하고 무분별하기까지 한 하드웨어를 바꿔야 한다는 집착이 엿보여 염려스럽다.
이 당 비상대책위원회 수장으로서 1일부터 집무실에 앉은 김종인은 며칠 전 비공개 특강에서 의원들에게 "진보,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고 중도라고도 하지 말라"라고 했다고 한다. 그의 진의는 "보수를 자처해도 보수답지 않으면 거짓 보수이고, 보수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보수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면 그게 진짜"라고 한 그의 다음 말에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8년 전 새누리당에 영입됐을 때 주장했던 당 강령에서 '보수'를 삭제하는 등의 '자해' 조치는 고려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수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자긍심을 가져야 하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여야 옳다.
1일부터 야인으로 돌아가 언론의 조명을 받은 중진 중의 한 명인 전의원 김무성도 "나는 이제 보수도 우파도 아니다" 라고 선언했다. 그럼 뭐란 말인가. 자신과 당의 정체성을 잊어선 안되는데, 보수나 우파가 열등 집단이라도 되는 듯한 낙인을 스스로 찍고 있다. 오히려 당당해야 한다. 당당한 가운데 소통하고 소신 있게 옳은 일을 해나가야 사람들이 평가하고 박수를 쳐주는 것이다.
미국의 보수당은 리퍼블리컨(Republican, 공화주의자)이라 불린다. 이들이 열등 집단인가. 이 당이 낳은 최초의 대통령은 링컨이다. 노예제 확대 반대를 기치로 내걸고 세워진 166년 역사를 가진 당으로 후버, 아이젠하워, 레이건 현재의 트럼프까지(민주당에 비해 이름이 없고 인기가 낮은 이들이 많긴 하다.) 링컨 이후 32명 중 18명을 배출했고, 상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한 적이 수없이 많았다.
미국 공화당의 '미국 보수주의'는 더 낮은 세금, 자유 시장 자본주의, 이민 제한, 군비 지출, 낙태 제한, 탈규제, 노조 제한 등이 핵심이다. 국민 선호가 바뀐다고 해서 당의 정체성인 이것들을 하루 아침에 민주당 것으로 바꾸진 않는다. 공화당의 주요 지지 기반은 남부, 농촌, 남성, 백인, 기독교인 등인데, 이것이 잘못됐으니 표의 확장성을 위해 당명, 당색은 물론 정강정책까지 모조리 바꾸자는 공화당 의원은 없다.
한국 유권자들의 낙인 의식과 유행 편승 경향이 워낙 강하니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면 캐나다나 유럽 국가들처럼 진보보수당(Progressive Conservative Party)으로 신장개업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원색 우파에서 회색(중도) 우파로 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여전히 보수 가치와 철학을 대변하면서도 실시간 시대정신으로 무장, 김종인 말대로 '모든 부분에서 시대 변화와 함께 국민에게 다가가는 진취적인 정당'이 되면 미래가 보일 수 있다고 본다.
당명에 '미래'를 넣고 당복으로 난데없는 빨강 점퍼를 입는다고 표가 오지는 않는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 (ksjung7245@naver.com)

[정계성의 여정] 성공한 '연대' 사업가 윤미향

2020.06.03 07:00 |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minjks@dailian.co.kr)

2018년 겨울 청와대를 출입했던 때의 일이다. 한 공기업 소속 비정규직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청와대 사랑재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었다. 지인과 일부 관련이 있는 일이었고 취재겸 현장을 찾았다. 혹한의 추위 속 스티로폼과 침낭에 의지한 단식농성은 처절함 그 자체였다.
현장에서 만난 담당자는 해당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비정규직들의 열악한 처우 등을 호소했고,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안의 최대 쟁점인 ‘직접고용’ 문제는 우선순위에 언급하지 않았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지엽적인 내용만 협의되면 협상타결이 가능해 보였다.
궁금했던 것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면’ ‘노동법 전면 개정’ ‘탄력근로제’에 대한 입장이었다. 노조를 결성하며 민주노총에 가입했던 단체였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집회에 참석해 힘을 보태기도 했다. 머뭇거리며 답변을 피했던 그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이동한 뒤에야 말을 꺼냈다. 추측컨대 민주노총에서 파견나온 사람이 주위에 있었던 것 같다.
기억나는 말을 적자면 “그런 내용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우리 사업 관련해서만 알고 있다” “사내 불의한 게 있었고 우리 목소리를 내야겠는데 우리 같은 무지랭이들이 뭘 알겠나. 막막한 상황에서 노조설립과 투쟁방법을 알려준 게 민주노총이다” “도와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함께하고 있다” 등이었다. 요약하면 ‘연대투쟁’이었다.
연대투쟁 혹은 연대사업은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들이 추구하는 중요한 투쟁 방법론 중 하나다. 약자들의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는 취지다. 대학시절 한번쯤 해봤던 ‘환활’이나 ‘농활’도 비슷한 맥락이다. 세력이 커질수록 협상 상대자에 압박으로 작용하는 효과는 분명하다.
하지만 연대가 커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역설적으로 협상타결은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 특정 단체의 요구만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요구사항이 일괄적으로 받아들여지긴 더욱 요원한 일이다. 내부적으로는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됐다고 빠져나가는 단체는 ‘배신자’가 되는 구조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처음의 취지는 흐려지고 ‘조직논리’만 강화된다. 권력누수나 조직력 약화를 꺼리기에 소속된 개별세력이 독자적으로 협상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계속된 취재를 하지 않아 이후 상항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신문지면을 통해 보기로는 협상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비정규직 노동자끼리 노선이 달라지며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당시 만났던 관계자를 다시 만난 적은 없지만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 때의 선택을 후회할까. 아니면 옳았다고 생각할까.
지난 이야기를 새삼스레 다시 꺼내는 것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윤미향 사태’와 겹쳐졌기 때문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와 관련도 없는 정신대를 끌어들여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위안부는 만두의 고명이었다”며 “나는 그것을 모르고 30년 간 이용만 당했다”고도 했다. 혹자는 뜬금없는 이야기라고 했지만, 연대투쟁의 허점과 조직논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정확히 꼬집은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실제 정의연의 회계 공시를 살펴보면, 연대사업을 꽤나 했다. 위안부와 정신대에 이어 5.18민주화항쟁, 세계 여성 전쟁피해자 운동, 나아가 여성인권까지 영역을 넓혔다. 위안부 문제를 세계여성인권 현안으로 만들어 해결해보겠다는 취지로 이해한다. 그 과정에서 외연이 확대됐을 것이고 아마도 모금액이나 정부 보조금 액수도 커졌을터다. 정부가 위안부 협상 내용에 대해 정의연과 일부 공유했다고 하니 정치적 위상도 상당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정의연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정부에 등록된 240여 명의 피해 할머니 대부분은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고 남은 생존자는 이제 17명 뿐이다. 30년 간 수요집회를 함께해왔던 이용수 할머니는 울분을 토하고 있다.
같은 기간 ‘활동가’였던 윤미향 의원 개인은 어땠을까. 꼬박꼬박 저축한 돈으로 내집마련에 성공했고, 사실상 정대협의 ‘종신’대표로 일하며 남편에겐 일감을, 아버지에겐 일자리를 줬다. 통장에는 3억원이 넘은 예금을 보유했고, 연간 억대가 넘는 딸의 미국 유학 비용도 감당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300명 뿐이 없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자리도 꿰찼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거대여당의 핵심 인사들이 비호를 해주니 입지도 탄탄하다. 이 정도면 누구보다 성공한 ‘연대사업가’라 할만 하지 않은가.

미래통합당의 ‘탈이념’과 ‘기본소득제’

2020.06.02 09:0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미래통합당에 ‘김종인 비대위’가 드디어 출범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일단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진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리고 기대도 가져본다. 무너진 보수진영과 보수가치를 세우고, 나아가 ‘성공’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길 바란다. ‘정치적 성공’은 어떤 진영이 세(勢)를 얻어 정국을 주도할 때 현실화된다. 그 ‘현실화’는 선거에 이기는 것이고 정권을 잡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이 또한 전략이 있어야 하고, 그 전략에는 선후(先後)가 있어야 한다.
세(勢)로 말하면, 보수진영이 상당부분 회복된 것은 틀림없다. 세는 숫자로 표시된다. 2017년 대선과 이후 지방선거에 비해, 이번 4.15총선의 득표율은 상당한 성과를 보였다.
2017년 19대 대선결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41.08%) 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4.03%)간 표차는 거의 더블 스코어였다. 안철수 후보가 21.41%, 유승민 후보가 6.76%를 얻었지만, 한 사람만을 뽑는 대선에서 ‘분열’ 이외의 의미부여는 공허하다. 이후 지방선거 또한 야당의 참패였다. 서울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민주당이 50%를 넘어섰고, 한국당은 25% 정도였다. 집권당은 더욱 강해졌고 야당은 침체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득표율이 올라가면서 야권 분열양상은 좀 호전됐다. (대선 당시 서울지역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이 42%를 넘어선 반면,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0%대 후반으로 안철수 22.7%에도 못 미쳤다)
두 번의 참패에는 ‘홍준표 리더십’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홍준표 대표는 ‘패전마무리투수’로서 나름의 역할을 했다. 보수진영 분열시기 제1야당 존재근거를 지켜냈다는 의미에서 기여한 바가 작지 않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가치를 세우기보다는 극단적 대치상황을 부각시켜 국민을 갈라치기함으로써 야당을 지켜냈다. 이는 진영확장의 한계로 나타났다. 어차피 ‘확장’은 그의 몫이 아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번 4.15총선 결과 의석수에서는 참패했으나, 득표율면에서는 상황은 확연히 호전됐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49.9%, 미래통합당은 41.5%의 표를 얻었다. 여당은 여전했지만, ‘통합’을 통해 야당은 세를 상당히 회복한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모색하고 확립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그동안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면, 총선이후에는 ‘새로운 처방’이 가능한 상황까지 온 것이다. 정치집단의 새로운 모색은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김종인 비대위’가 직면한 과제가 바로 이것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이념지향을 버리자’고 한다. ‘진보’, ‘보수’, ‘중도’라는 말도 쓰지 말자고 한다. ‘실용주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실용주의는 보수진영의 전통적인 가치이기도 하다. ‘진보’, ‘보수’, ‘중도’는 평론가, 관전자의 용어일 뿐이다. 진보진영이 이런 논의로 탁상공론을 할 동안, 보수진영은 격물치지(格物致知)라는 실용주의노선을 걸어왔다. 보수주의가 지면의 논리에서는 밀릴지라도, 현실정치에서는 승리해 온 이유다. 그러나 보수에 이념지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합리주의’보다는 ‘경험주의’ 전통에 치중했고, ‘이성’보다는 ‘관찰’에 집중했기 때문에 논리가 없는 것으로 보였을 뿐이다. 크게 보면 지성의 다른 방향일 뿐이다.
‘처방’ 문제는 항상 위기 때 발생한다. 공감하는 이념이 분명치 않으면 공통의 지향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면 또 분열할 수밖에 없다. 지금 미래통합당처럼 위기를 겪을 때 처방이 ‘탈이념’이라면, 임시방편은 될 수 있겠지만 궁극적인 처방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념에 경도된 진보진영의 경우, 위기 때는 ‘탈이념’이 새로운 모색이 된다. ‘제3의 길’, ‘흑묘백묘론(黑猫白描論)’의 성공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보수주의는 위기 때 진보진영과는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 평소에는 이념을 이야기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에는 치열한 이념논쟁을 벌여야 한다. 합리주의가 벽에 부딪혔을 때 경험주의에서 활로를 찾는 진보주의와 달리, 보수주의자들은 ‘경험주의’의 막다른 골목에서 ‘합리주의’로 새로운 길을 모색을 해야 한다. 그것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세우는 것이고, 진영구성원이 따를 수 있는 ‘깃발’을 세우는 길이다.
이명박 정부를 ‘실용정부’라고 한다. 그 실용주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기저에 보수의 가치인 ‘자유주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로 통칭되는, 보수주의로 전향한 좌파들이 ‘자유주의’를 중심으로 담론을 구성했고 정치력을 키워갔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은 이들을 비롯한 자유주의 세력들이었다.
이제 미래통합당은 보수진영 분열을 극복했고, 득표율이라는 물적 기반도 어느 정도 회복했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가치’를 세우지 못했고 있고, 오히려 이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좌파 아젠다인 ‘기본소득제’가 미래통합당의 주요 이슈로 거론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제’는 북유럽의 좌파정부에서 주로 거론됐으나, 현재로서 실현되는데 한계가 있음이 증명된 제도다. 미국에서는 정부차원이 아니라 소비침체를 우려하는 대기업들 사이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거론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선 이번 총선 때 ‘코로나19’의 위기상황을 틈타 일부 친정부 정치인들이 이슈화했으나, 정부에서는 재정문제 때문에 흔쾌히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미래통합당에서는 국가가 100조원 이상의 재원을 조성해 ‘코로나 경제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총선공약을 발표했지만, ‘기본소득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이렇듯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힘든 ‘기본소득제’가 보수정당에서 ‘이슈선점’이란 측면에서 주요하게 거론된다면 패착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보수정당이 추구하는 실용주의도 아닐 뿐 아니라, 차별화된 그들만의 가치도 아니다. 현 정부와 차별성이 없다면 이념적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고, 당에 대한 보수진영내 지지를 지키지도 못할 것이다. 보수진영과 미래통합당은 ‘무상급식’에 대한 트라우마가 크다. 하지만 그때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정부를 장악했던 시기다. 수성(守城)을 할 때였다. 지금은 야당으로 공성(攻城)을 할 때다. 수비의 전략과 공격의 전략은 달라야 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의료보험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그 것은 보수정권 때의 일이다. 지금 제1야당이 ‘기본소득제’를 제안한다면, 문재인 정권 핵심세력은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아직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가 기본소득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언론이 자주 거론하는 것을 보면 그냥 관측만은 아닌 것 같다. 보수정당이 눈치를 보며 진보진영의 가려운 곳만 긁어 줘서는 집권에 성공할 수 없다. 미래통합당은 진보진영의 아젠다는 그들에게 맡기고, 보수만의 가치와 아젠다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

[백서원의 백미러] 지속가능성의 시대, ESG 투자 주목해야

2020.06.02 07:00 |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sw100@dailian.co.kr)

“기업이 이윤 극대화만 추구해 살아남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기업들의 지나친 탐욕은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과 정부의 법적 규제만 불러올 뿐입니다. 이미지 타격을 입은 후에 윤리 경영을 강조하며 나서는 것은 이제 늦었다는 말이죠. 이미 대다수 대기업이 사회적 가치 실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금융과 산업 전반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 ESG 개념이 도입된 것은 10년이 넘지만 현 정부 출범을 계기로 탄력을 받기 시작해 코로나19가 지속가능한 경영과 투자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최근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는 모 대기업 관계자는 “소비자들과 대형 연기금들은 더 이상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적인 지표만으로 그 기업을 판단하거나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기업의 윤리·사회적인 기여 등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 가치에 반영되고 있고, 여기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가지게 돼 중장기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내고 배당을 늘릴 것이란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SG는 2006년 UN에서 SRI(사회책임투자) 원칙이 제정된 이후 한국에 소개됐다. ESG 투자는 환경과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책임투자(SRI)와 비슷하지만 수익률 개념을 좀 더 중시한다. 이러한 기업의 가치 측정은 이미 외국에선 주요한 투자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ESG 채권 시장은 전체 채권 시장의 약 1% 규모로 비교적 열악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소셜본드(사회적 채권)를 발행하면서 채권 발행 주관을 맡는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한국거래소는 내달 15일 ESG 채권 전용 세그먼트를 개설한다. 친환경 사업 등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쓰이는 ESG채권의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종합 정보센터로, 국내 첫 개설이다.
ESG는 기업의 경영 철학 변화를 통해 장기적인 투자 성과를 추구한다. 이에 결국 투자는 수익률이 따라줘야만 한다는 점에서 투자 성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다만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기업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들에게서 주가 방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통계 자료 등을 제시하는 등 투자 성과에서도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환경·사회 책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만큼 앞으로 ESG 투자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ESG 평가체계의 일관성과 투자 효과를 판단하는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기준 개발과 함께 연기금 투자를 독려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저성장의 시대에서 미래 가치에 힘을 실어야 하는 이때, ESG가 장기적인 투자 방식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우리 편’은 모두 ‘무죄’로 하겠다는 것인가

2020.06.01 09:0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문재인 정권은 지금 국가 3권 모두를 장악하고 있다. 3권 분립이라지만 우리나라에서 그게 교과서대로 지켜졌던 적은 없다. 게다가 현 정권은 역대 어떤 정권보다 더 유리한 구도를 확보했다. 사법부는 대통령의 임명권에 의해, 입법부는 총선을 통해, 확고한 내편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른바 군사정권 시절에는 ‘저항’이라는 불안요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자발적인 추종자 및 협력자로 입법‧사법‧행정부가 구성돼 있다. 일찍이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국가 3권을 한 손에 쥔 문 정권인격적으로 많은 사람의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이 대통령과 국가 3권의 실세가 될 수는 있어도(그리 흔한 현상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높은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고매한 인격자가 되는 경우는 없다. 권력의 본성은 야수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주의, 법치주의 등의 고삐가 요구된다. 만약 그런 게 없다면 권력은 바로 야수로 돌변한다. 그간 대한민국 헌정사가 온갖 굴절을 겪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고삐가 단단하지 못했기 때문에 권력이 일탈을 거듭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인격을 믿으면 될까? 김명수 대법원장, 박병석 (예비)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등의 민주주의에 대한 사명감이 방패 역할을 해 줄 수 있을까? 국민에게 감시역량, 균형추 역할을 기대해도 될까? 정치사의 경험으로 말한다면 고삐가 끊어지거나 느슨해질 경우 아무런 장치도 작동하지 않는다. 임계점에 폭발하기 전 까지는…(이런 말은 20세기까지만 하게 될 줄 알았는데 21세기에 들어와서도 해야 하는 마음이 참담하다!).
괜히 의심하는 게 아니다. 문재인 정권 실세들만큼 권력과 영향력의 장악‧과시‧행사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지 않다. 그 점에서는 골수 지지세력도 다를 바 없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그 가족,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그 비호자들, 최강욱 국회의원, 황운하 국회의원 등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대충 설명이 될 듯하다.
이들보다 먼저 거명해야 할 사람으로는 단연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꼽을 수 있다. 검찰 지휘권을 손에 쥐고 지금 한창 검찰 죽이기에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판사를 지낸 뒤 정치의 장에 진입해서 5선 의원에 집권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지내고 문 대통령의 각료로 자리바꿈을 했다.한명숙 사건 재조사 불 지피기취임하기 무섭게 세칭 ‘학살인사’와 조직개편 등으로 윤석열 검찰을 뒤집어놓았다. 문 대통령의 화법을 모범삼아 윤 검찰총장을 모질게 압박하기도 했다. 정권 실세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누가 무슨 말을 하든 표정 하나 안 바꾼다는 점이다. 추 장관이 그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총선 무렵이어서 그랬는지 한동안 잠잠한 것 같더니 다시 추 장관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의 필요성이 있다는 말을 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지난달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전 총리 문제와 관련 “이 사건에 대해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그런 구체적인 정밀한 조사가 있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공감한다. 절차적 정의 속에서 실체적 진실도 정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이런 사건을 통해 느낀다.”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29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검찰 조직을 지휘하고 있는 입장에서 한 전 총리 사건도 예외 없이 한번 진상조사는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만약 추 장관이 검찰에 대해 재조사를 명하면 윤 총장이 이를 거역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사실 추 장관의 입장에서는 검찰이 말을 안 듣는다고 답답해 할 것도 없다. 오히려 검찰에 대해서 “명을 어겼다”고 압박을 가할 명분을 얻게 된다. 재조사는? 그건 7월에 출범할 예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하면 된다. 추 장관도 그렇고 더불어민주당 사람들 경쟁적으로 나서서 ‘재조사 불가피론’을 펴는 것은 공수처가 이 일에 착수할 명분을 만들어주자는 의도 아니겠는가.
공수처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기획됐다. 입법‧사법‧행정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독립기관이지만 헌법에 근거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제약을 받는다. 공수처는 그것도 아니다. 공수처장은 일단 임명되면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된다. 대통령이든 국회든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임기 3년 안에 해임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탄핵의 대상도 아니다. 이 기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만 근거를 두고 있다. ‘자기규율’이 유일한 제동장치다.“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이 기관이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의 모든 고위공직자를 수사대상으로 하고, 판사 검사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행사한다. 이런 거대 권력에 누가 감히 대적할 생각이라도 하겠는가.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가진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공수처 출범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원래 뜻은 대통령 주변 측근의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것”이라는 말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구슬렸다. 그게 진심이 아니라는 것은 문 대통령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았을 터이다.
아마도 공수처가 출범하면 정권 실세들의 범법 행위는 모두 무혐의로 정리될 것이다. 반면 정치적 적대세력에 대해서는 가혹한 징벌이 가해질 수도 있다. 조 전 장관처럼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공수처가 재조사를 하면 될 텐데 뭐가 걱정이겠는가.
아무려면 권력을 그처럼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정상 국가, 정상 정부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렇지만 권력이 너무 강화되면 자제력을 상실하기 쉽다. ‘대통령의 자기 통제’ 같은 말은 믿지 않는 게 좋다. 19세기 영국의 역사가이자 정치가였던 액튼(Acton)경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썼다. 권력 남용의 욕구는 인간의 속성이라는 상식을 강조한 것이다.
한 전 총리 사건의 재조사는 작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유감스럽게도 상상력이 가 닿지 않는다. 다만 과도한 권력자랑은 결국 자신을 망치는 독이 되고 만다는 정치사의 경험칙을 유념하라는 조언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보수의 그라운드제로(Ground Zero)와 포스트코로나

2020.06.01 08:40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핵무기가 폭발한 지점 또는 피폭 중심지를 뜻하는 군사 용어이지만 911 테러 이후 세계무역센터(WTC) 붕괴 지점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그라운드 제로는 대재앙의 현장을 가리킨다. 한편으로는 '급격한 변화의 중심' 또는 '사물의 가장 근본적인 시작점'으로 확장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2020년 대한민국 보수 세력은 그라운드 제로가 되었다. 보수의 폐허 위에 문재인 대통령과 진보 세력은 20년 아니 100년 정권을 세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통령과 행정부 권력, 지방정부 권력, 언론과 사법부 권력, 이미 무력해진 군 권력, 압도적으로 커진 시민사회 권력, 그저 처분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어버린 기업 권력, 저항하고 있지만 곧 무력화될 검찰 권력 그리고 마지막 보루라 여겼던 의회 권력조차 문재인 대통령과 진보 세력이 ‘거의 완벽하게 장악’하였다. 보수는 모든 것을 ‘거의 완벽하게 상실’하였다.
<보수의 그라운드제로>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냉엄한 현실이다. 그러나 보수는 총선 패배 이후 세 가지 장면을 통해 이 냉엄한 현실을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총선 패배 직후 김종인 비대위 무산, 김정은 위원장의 사망 임박설 제기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부정선거 주장이 그것이다.
일반 국민은 이 세 장면을 보면서 분노하거나 체념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심했다. 이번 총선에서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국민은 보수가 국민의 인식과 대중의 상식과 한참 떨어져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패배에서 배울 수 없고 새롭게 출발할 수도 없다.
보수의 그라운드제로와 함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열렸다. 보수 세력도, 문재인 대통령과 진보 세력도 나아가 우리 국민 아니 전 세계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솔직히 나도 포스트코로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상은 어떻게 변해갈지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미 세상은 정보화혁명을 거쳐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시대로 접어들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는 산업혁명과 정보화혁명을 뛰어넘는 미증유의 생산력 증대를 인류에게 선사하고 있다. 반면 미증유의 일자리 감소라는 악몽도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벼락처럼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열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제 세계는 코로나 이전 시대로 되돌아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비대면 생활 방식의 확대’와 이에 따른 ‘산업 구조 재편’으로 인해 초연결사회는 새롭게 재편되고 IoT-AI 혁명은 가속화될 것이다. 그 결과는 일자리 그것도 괜찮은 일자리가 급속하게 줄어들 전망이다.
불확실성과 불안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지배할 것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석좌연구위원인 니콜라스 애버슈타트(Nicholas Eberstadt)는 “앞으로 세계는 연대 없는 글로벌 통합이라는 끔찍한 딜레마와 싸우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지금 국민들은 불안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누가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하는지, 누가 바뀔 생활 방식과 산업 구조에 맞추어 나라 각 분야에서 우리의 삶을 지켜주고 국가의 장래를 보장할 비전을 제시할지 말이다.
그라운드제로를 맞은 보수는, 바로 여기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산업화의 영광은 잊어야 한다. 탄핵을 둘러싼 보수 내부의 갈등도 모두 땅에 묻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보여준 선택에 대해 아쉬움이나 미련을 두어선 안 된다. 참패 인정, 보수의 그라운드제로 인식 그리고 포스트코로나 대안 준비가 보수의 출발점이다.
전성철 글로벌스탠다드 연구원장은 ‘보수의 영혼은 자유와 선택(Freedom to choose)’이라고 말한다. 이제 ‘보수의 영혼’만을 간직한 채 그간 우리가 믿어왔던 가치와 논리, 여기에서 만들어진 각종 제도와 규범, 이를 기반으로 구축한 국가 운영 시스템 전부를 포스트코로나에 맞추어 근본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포스트코로나 국가 재조직 설계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마지막 기회인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글/김용태 전 3선 국회의원

[이건엄의 i-노트] 통신요금 잡으려다 애꿎은 알뜰폰만 죽는다

2020.06.01 07:00 |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lku@dailian.co.kr)

가계 통신비 인하가 이동통신업계의 최대 화두로 자리 잡은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정부는 보편요금제 추진 등 지속적으로 사업자들을 압박했고, 통신사들은 선택약정 할인 강화와 요금제 개편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 모두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보여주기 식 정책이라는 지적도 잇달았다.
덕분에 통신사들의 수익성은 바닥을 쳤고 이통3사의 저가요금제로 경쟁력을 잃어버린 알뜰폰 업체들은 고사 직전의 상황까지 몰리게 됐다.
알뜰폰 업체들의 지난 3월 기준 점유율은 10.9%다. 10%대까지 떨어진 것은 2016년 10월 이후 41개월 만으로 정부가 알뜰폰 업체들을 배제하고 통신비 인하 정책을 강행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정부는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이통3사의 요금제를 낮추면 가계 통신비 부담도 같이 줄어들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단말기 가격과 소비 성향 등 외적인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통상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한다. 한국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이 국내 스마트폰 판매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높은 판매 비중을 보이고 있는 프리미엄폰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통신비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여기에 최근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통신비에서 차지하는 단말기 값 비중이 비대해진 상황이다. 즉 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건 오히려 이통사의 요금이 아닌 단말기라는 뜻이다.
오히려 순수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있는데 지난 2014년 7~9월과 올 8월을 비교했을 때 월 6만원 이상 고가요금제 가입 비중은 33.9%에서 18.8%로 낮아졌다. 평균 통신요금도 월 4만5155원에서 4만1891원으로 7.2% 줄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요금인가제 폐지의 취지처럼 경쟁을 활성화를 통해 요금 인하 효과를 내고 싶다면 포퓰리즘에 가까운 현재의 정책은 과감히 버려야 된다. 만약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이를 알고도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직무유기이자 국익을 좀먹는 행위 밖에는 되질 않는다. 사업자와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박영국의 디스] 車 개소세 인하, 항생제 남용이 가져온 부작용

2020.06.01 07:00 |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24pyk@dailian.co.kr)

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투여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항생제는 구세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의사들은 항생제 처방을 최대한 자제한다. 왜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강력한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 바로 지난 3월부터 적용된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다.
항생제의 효과는 매우 좋았다. 5%였던 개소세율을 1.5%까지 70% 감면(최대 100만원 한도)하고, 여기에 연동되는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부담까지 낮아지면서 자동차 가격이 최대 143만원이나 싸지니 소비자들의 구매가 오히려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
하지만 일몰 기한인 7월이 다가오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 사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됐으면 좋았겠지만 한동안 줄어들던 감염자는 다시 확산 추세고, 긴급재난지원금과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며 3차 추경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세수 출혈을 언제까지고 감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개소세를 이전 5%로 되돌리자니 자동차 업계가 심한 타격을 입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불과 며칠 차이로 100만원 넘게 비싸진 자동차를 흔쾌히 살 소비자는 많지 않다.
가뜩이나 수출이 부진한 상태에서 내수까지 막히면 완성차 업체들은 가동률을 줄일 것이고, 그 밑에 딸린 수천 개의 중소 부품 협력사들은 고사 상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원죄는 정부에 있다. 개소세 70% 감면이라는 강력한 처방이 즉효를 냈을 때는 좋았겠지만 그로 인해 내성이 생긴 상태에서 처방을 끊으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는 걸 생각지 못했다.
더구나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3.5%였던 개소세를 1~2월 5%로 환원했다가 3월 다시 1.5%로 크게 내리는 등 오락가락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
소급적용 없는 급격한 개소세 변동으로 5%의 개소세를 온전하게 낸 소비자만 바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극도로 부정적인 학습효과가 발생한 상태에서 다시 5%의 개소세를 내고 차를 살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자동차는 신규 수요보다는 교체수요가 훨씬 많다. 구매 시기를 조정해도 큰 문제가 없는 내구재인 만큼 구매 조건이 좋지 않다면 시기를 미룰 수도 있다. “저러다 또 언젠가 내리겠지” 하는 심리가 반영될 여지가 크다.
더구나 개소세 감면 대상이 되는 차량 구매 시점이 ‘계약’이 아닌 ‘출고’ 기준인 관계로 정부가 개소세 인하 연장 방침을 내놓지 않는다면 당장 이달 판매부터 비상이 걸리게 생겼다.
주요 인기 차종은 계약부터 출고까지 한 달 이상 걸린다. 서둘러 계약해도 7월을 넘길 가능성이 높으니 아예 구매를 포기하는 소비자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가 항생제 처방을 자제하는 것은 항생제를 자주 투여하다 보면 내성이 생겨 오히려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항생제를 투여하더라도 환자의 증상과 체질에 따라 신중하게 선택하고 투여량도 최소화한다.
하지만 정부는 자동차 업계에 성급하게 지나친 양의 항생제를 투여해 항생제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개소세 인하가 불가피했더라도 일몰 이후의 충격을 생각해 정도껏 했어야 했다.
앞으로도 계속 항생제를 투여하느라 재정을 바닥내건, 항생제를 끊어 내성이 생긴 자동차 업계를 고사 상태로 만들건, 선택의 결과는 정부가 책임질 일이다.
슬기로운 의사는 항생제를 남용하지 않는다. 정부는 국회의 법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 개소세를 인하할 수 있는 한도를 30%로 제한해 놓은 이유를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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