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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두렵다

정권의 아집과 대북추종에 근거한 ‘천수답 외교’
미국 대선결과에 따라 큰 변화 있을 것이 분명
우리나라,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 반복
미국 대통령 누가되든 분명한 위험요소 확인하고 대비해야

문재인 정부의 천수답 외교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외교적 격변기에 천수답 외교는 두려울 정도로 위태롭다. 정부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각 단위가 위기임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온통 내전으로 외부의 위협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미국 대선일까지 열흘 남짓 남았다. 전체적으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유리한 것 같다. 그런데, 2016년 대선 때 클린턴 패배의 악몽 때문인지 예측은 모두 조심스럽다. 언론도 예측이 빗나갈까 두려워 함부로 보도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혹시 모를 변수가 있을까 걱정하며 ‘부자 몸조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모두가 예측은 하지만 누구도 말을 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우리 정부도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원래 ‘상황이 좋으면 대국이 이익을 보고 상황이 안 좋으면 약소국이 피해를 보는 법’이다. 그래서 대선결과 여하를 떠나서 변화 자체가 두려울 것이다. 원래 공화당은 ‘보수’고 민주당은 ‘진보’라 여겨지기 때문에, 진보정권을 자처하는 현 정권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국제관계에서 이념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 (진인 조은산에 의하면) ‘북병(北病)’에 걸린 문재인 대통령에게 트럼프는 ‘욕심에 눈이 멀어 잘 속아주는 동네 큰형’같은 존재였기에, 깐깐하게 따지고 인권문제 등을 새로이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큰 민주당이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엊그제 워싱턴에 근무하는 우리 정부 고위공직자 한분이 소식을 전해왔는데, 바이든의 압승을 예상된다고 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말이다. 그래서 정부 주변에 있는 인사들에게 물어봤다.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그런데 대부분 꿀 먹은 벙어리거나 일부는 엉뚱한 대답만 했다. “미국 대선 예측이 힘들 뿐 아니라 결과가 나와도 ‘불복’이란 변수가 있어 대응방법을 짜기 힘들다”는 하소연이었다. 물론 외교당국과 청와대 안보실에서 다양한 시나리오와 그에 맞는 대응안을 짜고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 미덥지 않은 것을 어쩌겠는가? 그동안 현 정부는 제대로 된 대외 전략 없이, 정권의 아집과 대북추종에 근거한 ‘천수답 외교’를 했기 때문이다.
그냥 하늘만 바라보는 것도 답답한데, 거듭 헛발질까지 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까지 말이다. 문재인 정부 서훈 안보실장이 비밀리에 방미를 해다가 망신만 당하고 왔다. 바로 직전, 서욱 국방부 장관이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에서 방위비 분담문제에서 이견만 확인하고, ‘전시작전권 이전’ 논의에서는 무시를 당한 직후다. 국방장관이야 정부간 회담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서훈 실장은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 어차피 미국 대선결과에 따라 큰 변화가 있을 것이 분명한데, 한 달도 안남은 기간을 기다리지 못할 일이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시점에 조급증을 보이며 거듭 ‘종전선언’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미국은 콧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낯 뜨거운 상황이 반복됐다. 서훈 실장 방미도 그 연장선상일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 일단 변하지 않을 ‘상수정책’만 놓고 보자. ‘안보’와 ‘경제’ 분야가 가장 중요하다. 안보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상수다. 트럼프가 됐든, 바이든이 됐든 마찬가지로 김정은에게 비핵화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협상의 달인이라던 트럼프는 1기 임기 내내 ‘어린 로켓맨’ 김정은에게 끌려 다녔다. 원칙이나 가치를 제쳐두고, 정치쇼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정부간 험악한 핵 공방과 달리, 정상 간에는 사탕발림이 오고갔다. 그러나 내용 없는 ‘말의 성찬’일 따름이었다. 트럼프가 재선이 된다 해도 지금과 같은 노선을 유지하진 못할 것이다. ‘비핵화’를 보다 선명하게 하고 근본적으로 전략을 다시 세울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은 더 말할 것이 없다. 트럼프의 대척점이 대통령이 됐으니 그의 노선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것이다. 북핵상황은 전임 민주당 정부가 유지해 왔던 ‘전략적 인내’의 한계를 넘어가 버렸다. 게다가 민주당에게 인권문제는 항상 ‘전가의 보도’다. 김정은이 예뻐 보일 이유가 없다. 결국 미국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든 북핵상황은 문재인 정부에 유리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상수는 ‘국제금융’이다. 미국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다. 그동안 트럼프는 대선의 주된 관심인 ‘경제성과’를 위해 양적 완화로 넘쳐났던 달러를 그냥 방치했다. 그렇게 넘쳐난 달러가 다시 우리나라에 흘러들어와 우리경제를 지탱해 줬고 심지어 거품으로 작용했다. 실물경제는 최악인데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활황이었던 이유다. 그런데 미국 대선이후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에서 돈줄을 죌 것이라는 예측들이 많다. 그러면 우리경제도 거품이 꺼지면서 수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될 것이다. 기초체력이 약해질 데로 약해졌는데 혈액마저 빠지면 우리경제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인데 거듭된 적자재정과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현 정부의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또 양자 중 누가 미국 대권을 잡든 ‘대중국 공세’는 보다 강화될 것이고 그 사이에 우리나라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경제에서 진정한 외우내환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안보와 경제 모두에서 미국은 우리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미국 대통령이 누가되든 분명한 위험요소를 확인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경마 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다. 오히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현 정부는 끊임없이 국내의 정치적 갈등과 국론분열만을 재생산해 내고 있다. 무능하며 오만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불안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 남은 시간이 정말 얼마 없다.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은 1월 20일에 취임한다. 그 사이 시간을 잘 활용해 전략을 가다듬고 대비를 해야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나라가 적응하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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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혼돈의 사회를 조명하는 영화 ‘소리도 없이’

2020.10.23 08:59 | 데스크 (desk@dailian.co.kr)(desk@dailian.co.kr)

인간은 선(善)하게 태어났을까, 아니면 악(惡)하게 태어났을까. 나치 정부에서 일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은 준법정신이 탁월했으며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해내는 근면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공무원으로 가스실이 설치된 기차도를 설계해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해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수많은 유대인을 학살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의 분별없던 행동에 ‘사고(思考)의 무지’를 역설하며 유죄를 주장했다. 성악설과 성선설 같은 인간의 본성의 대한 관점보다는 상황에 맞게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태인(유아인 분)과 창복(유재명 분)은 낮에는 달걀장사를 하고 일과가 마무리되는 오후에는 범죄조직에서 발생한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담당한다. 어느 날 단골 조직의 실장으로부터 유괴된 11살 초희(문승아 분)를 떠맡게 된다. 영화는 의도치 않게 유괴된 아이를 맡게 된 두 남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소리도 없이’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악의 평범성을 드러낸다. 영화 속 범죄조직들은 살해, 유괴 등 많은 범죄를 저지른다. 창복이 그들에게 일을 하청 받아오면 태인은 시신을 깔끔하게 처리한다. 태인과 창복은 자신들이 행하는 범죄는 그저 묵묵히 수행해야 하는 주어진 일이자 자연스러운 일상이라고 여기며 조직화된 구조 속에 어떠한 판단과 생각 없이 일을 수행하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에 맡은바 성실히 책임을 다한다. 앞서 한나 아렌트의 ‘악의 근원은 평범한 곳에 있으며 타인의 고통을 모르는 무능함이 범죄를 낳는다.’ 말을 상기시키는 영화는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일하는 소시민을 통해 악의 평범성이란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선과 악에 대한 모호함도 꼬집는다. 선악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현재는 선이지만 과거에는 악이었거나, 우리나라에선 선이지만 외국에서는 악인 것도 있다. 선과 악은 절대적이지 않아서 그가 속해 있는 사회적 통념과 그 시대적 흐름에 많이 좌우된다. 영화는 그 모호함과 기존의 관념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범죄자라면 응당 피도 눈물도 없는 악인이겠지만 창복과 태인은 신앙심도 깊고 성실하며 정도 많다. 순수할 것만 같았던 초희는 태인을 잘 따르면서도 자신을 도와준 그를 유괴범이라고 신고하는 영리하고 영악함을 발휘한다. 초희가 도움을 청했던 노인은 첫인상만으로는 전혀 경찰답지 못한 행동을 보인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캐릭터의 전형과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맞고 틀린 것과 옳고 른 것에 대한 도덕적 가치, 판단의 기준이 모호해지면서 기존의 선과 악에 대한 가치에 대해 비틀고 꼬집는다.
부조화를 통해 신선함을 선사한다. 영화는 살인, 시체유기, 아동 유괴 등 어두운 소재를 다루고 있는 범죄영화이면서 동시에 블랙코미디 장르이지만 결핍을 지닌 두 인물(말을 못하는 태인과 다리를 저는 창복)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을 단순하게 악랄한 범죄자라고 규정짓기는 어렵다. 선악의 판단이 유보된 영화이기에 더욱 그렇다. 여기에 기존의 범죄영화와는 맞지 않게 사용된 파스텔톤 색감과 아름다운 미장센은 영화의 아이러니는 더욱 극대화시킨다.

독특한 색깔의 블랙코미디 영화 ‘소리도 없이’는 범죄를 정면으로 응시하기 보다는 범죄 행각의 뒤처리를 맡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사회의 일상을 풍자하고 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그리고 속한 조직의 권위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악의 근원이 되는 모습을 자주 접한다. 또한 우리 사회는 판단의 기준이 모호해지고 정의의 기준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영화 ‘소리도 없이’는 혼돈의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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