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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문명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다

    [데일리안] 입력 2006.10.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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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지리 교사들, 남미와 만나다>

스무 명의 지리교사가 1년이 넘는 준비과정과 24일 동안의 답사, 10개월간의 작업을 거쳐서 만들어낸 남미 답사서이다.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들은 지구의 반대면 남미가 어떤 곳인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답사를 준비했다.

답사 과정에서 남미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자연환경과 고대 문명의 자치, 사회·정치·역사적인 문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사진과 도표 등 다양한 시각 자료를 통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매력적인 남미의 역사와 문화를 편견 없는 시각으로 전달하고 있다. 책을 펴내며 이름이나 얼굴이 알려진 것도 아닌 스무 명이나 되는 선생님들(물론 안내인과 가족도 포함되어 있다)이 마추픽추를 등지고 서 있는 사진을 이 책의 표지로 삼은 이유는, 이 책을 내는 이유와 거의 일치한다.

처음에 표지 사진으로 꼽았던 것은 알티플라노 고원 사진과 아기를 업은 원주민 소녀의 사진이었다. 그동안 푸른길에서 출간한 『이승호 교수의 아일랜드 여행 지도』『지리학 삼부자의 중국 지리 답사기』『지구촌 나들이 호주』 등의 책들이 단순한 여행책보다는 지리적 이해를 목적으로 한 책인 만큼 남미라는 곳의 지리적, 특히 지형적 특색을 보여주는 알티플라노 고원은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다.

한편 원주민 소녀들의 모습은 천진한 미소와 손뜨개로 만든 망토의 강렬한 원색이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결국 두 사진을 포기한 데는 일반 독자들의 남미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으며, 관심이 있더라도 어느 한 분야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남미의 자연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독자들에게 알티플라노는 그냥 봉우리에 눈이 쌓여 있는 산일 것이다. 체 게바라로 상징되는 혁명의 대상으로서의 남미만을 보는 독자에게 아기 업은 원주민 소녀의 사진은 가엾은 민중의 모습으로만 비칠지도 몰랐다.

그래서 ‘남미’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상징적인 것 가운데 하나인 마추픽추를 표지 사진으로 택했다. 고대 잉카 문명의 자취가 생생하게 남아 있는 마추픽추 뒤로는 마추픽추를 지키고 있는 듯 우아나픽추가 우뚝 서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배경으로 이 책의 저자들이 독자를 바라보고 있다. 이제부터 자신들이 남미와 만나고 온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평범한 이 땅의 지리 교사들이 그 앞에 서 있으니, 지구 반대편 남미 대륙에 있는 비밀의 도시가 꽤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지.

우리나라와 가장 멀리 떨어진 지구 반대편의 대륙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 자신과 우리 나라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기를 바라며, 이 책과 저자들은 그 전달자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자연과 문명의 파노라마
남미의 자연경관과 인문경관을 넓고 깊게 조망하고자 저자들은 1년이 넘는 답사 준비를 거쳤다. 답사 자체는 어쩌면 그것을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남한 면적의 200배가 넘는 남미 대륙은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서부 태평양 지역은 최근에 솟구친 신기 조산대 지역으로 평균 해발 고도 4천여m에 이르는 안데스 산지가 남북으로 길게 달리고 있다. 이 산열을 따라 활화산과 주요 지진대가 나타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안데스 산지의 동부 지역은 광활한 평원과 고원이 전개되는 비교적 안정된 땅이다.

남미 대륙은 지구상에서 가장 광대한 열대 밀림이 펼쳐져 있는가 하면, 안데스의 고산 지대를 따라서는 만년설이 쌓여 있고, 또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이 전개되기도 한다. 지구 반대편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이들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첫 번째 재미일 것이다.

나아가 지리 교사라는 직업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저자들의 지상 수업을 경청하다 보면, 자연경관이 그저 멋있는 경치로서의 경지를 넘어 신비로운 자연의 변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들은 두 가지 말에 대해 수정할 것을 제안한다. ‘라틴아메리카’를 ‘중남아메리카’ 또는 ‘중남미’로, 그리고 ‘잉카’를 ‘타완틴수요’로. 이름이 본질 자체를 바꾸지는 않지만 그것에 대한 인식에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침략자의 시각에서 붙여진 라틴아메리카라는 이름 대신 일반적인 대륙의 구분 방법대로, 즉 자연 지리적인 구분 방법대로 중남미, 북미, 남미 등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며, 그렇게 부르는 것은 인종 차별과 인권 침해의 요소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왕의 제국이라는 뜻의 ‘잉카 제국’이라는 이름 대신 원래의 이름인 ‘타완틴수요’로 불러 주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고조선이나 고구려, 조선의 이름을 가졌듯이 유럽 인의 침략 당시 남미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있던 그들도 ‘타완틴수요’라는 그들만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미를 바라본다는 것은 특히 그곳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저자들은 이제까지 서구 유럽의 시각으로 바라본 남미 대륙이 아닌 남미 그 자체로서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보고 보여주고자 한다.

기원전 4만 년경 베링 해를 건너 아메리카로 이주한 원주민들은 험준한 안데스 산지와 아마존 강 유역의 열대 우림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를 발전시키며 살아왔다. 12세기경 페루의 쿠스코를 중심으로 한 고산 지대에서는 찬란한 잉카 문명을 꽃피우기도 하였다.

지리적 특징에 의해 다른 대륙의 영향이나 간섭 없이 독특한 문화를 발달시켰던 원주민 고유의 문화는 16세기 초 유럽 인의 침략 이후 약 3세기에 걸친 식민 통치 기간 동안 대부분 파괴되었다. 현재 우리가 ‘남미다움’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은 그 이후에 형성된 것들이다.

한 가지 예로 안데스 지역 원주민 여자들의 옷차림인 망토와 주름치마는 물론 가운데 가르마를 타고 가랑머리를 하는 것이 모두 에스파냐의 카를로스가 통치할 때 에스파냐의 안달루시아, 바스크 지방의 농민들의 옷을 입도록 한 데서부터 유래한 것이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승되고 있는 원주민의 전통과 문화를 찾아보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감자, 옥수수, 고추 등 현재 우리가 먹는 작물 가운데 반은 남미 대륙의 고대 문명들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 금속 정이 없었던 고대 잉카 인들이 바위에 일렬로 홈을 파 거기에 나무를 넣은 다음 물을 부어 팽창하는 힘으로 저절로 바위가 쪼개지게 했다는 마추픽추 이야기, 아마존 강에서 검은 강과 흰 강이 만나는 장관, 아마존 강 역사의 중요한 일부분인 돌고래 이야기, 은?주석?고무나무 등 자원의 발굴과 고갈에 따라 영욕의 시간을 겪는 도시들의 이야기, 체 게바라를 울렸던 추키카마타의 구리 광산, 바다가 없는 볼리비아가 해군을 두고 있는 이유, 드넓은 소금 사막, 기둥도 침대도 모두 소금으로 이루어진 호텔, 선인장이 가득한 섬, 설탕산과 오렌지산, 커피와 와인, 삼바와 땅고 …… 알티플라노 고원의 지형적 특성에 대한 문답식 설명까지 총 7개 장과 3개의 부록 속에 촘촘히 박혀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은 지구 반대편의 남미 대륙을 독자 곁으로 끌어당겨 놓을 것이다.

이 책을 쓴 지리교육연구회 지평(地平)은 1995년 현장 지리 교육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몇몇 교사들로 시작한 스터디 그룹이다. ‘지리 교육의 질적 향상’이라는 지평의 목표가 있지만, 머리말에서도 말했듯이 그 어떤 거창한 목표보다도 ‘아이들의 마음을 뒤흔들 단 한 장’의 사진을 위해서 저자들은 답사를 다니는지도 모른다.

준비한 300쪽이 넘는 답사 자료집을 들고 24일 동안 답사를 하고 매일 밤 열띤 토론을 벌인 뒤, 돌아와 10개월간 스무 명의 머리와 가슴을 모아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는 어쩌면 남미와 만난 기쁨보다도 정직하고 성실한 우리의 선생님들과 만난 기쁨이 더 클지도 모른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하지 않고 기쁨과 보람을 함께 찾아내고자 하는 이 선생님들을 만난 건 책을 만든 편집자로서도 정말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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