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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실험에서 인생의 지침을 읽어내다

    [데일리안] 입력 2006.10.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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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츠췐보의 <인생실험실>

인문학의 위기는 과학을 기피하고 무시하는 데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흔히 과학하면 금속처럼 차갑고 냉정함을 먼저 떠올린다. 과학자하면 정서와 감정이 메말라 있고 기계처럼 딱딱하고 계산에만 밝은 인간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이런 시각은 서양에서 근대과학이 꽃을 피우던 시기인 17, 18세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문학과 예술에 종사하던 낭만주의자들은 과학을 예술의 적이며, 삶의 본질과 가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별개의 세계로 간주했다. 그런 전통(?)을 이어받아 오늘날에는 과학 때문에 지구의 황폐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인간성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는 주장을 스스럼없이 펴는 사람들도 많다.

과학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인간이 문제인데도 말이다. 이 오래된 편견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생들을 문과와 이과로 나누고, 나아가 문과형 인간과 이과형 인간이 따로 있는 것처럼 구분 짓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잘못된 사고방식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과학과 인문학, 과학과 예술이 대척점에 서 있는 것으로 보는 한 복잡다단한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길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에서는 학문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경계를 가로지르는 연구가 관심을 끌고 있고, 덩달아 인문학자들이 과학을 이해하고, 과학자들이 인문학을 받아들이려는 태도도 확산되고 있다.

이런 접근 태도야말로 최근 우리 사회에 일고 있는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타개책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인문학의 위기는 과학을 등한시(기피)하고 심지어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반성하는 학자들도 늘고 있다. 현대 사회가 맞닥뜨린 환경파괴와 인간성의 상실, 가치관의 혼란 등의 문제에 답을 찾기 위해서는 더 이상 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높은 벽을 두고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

이번에 출간된 《인생실험실》은 과학과 인문학이 어떻게 결합하고 소통해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현미경과 스키너박스로 추출한 36가지 인생 법칙
《인생실험실》을 읽다보면 실험에서 발견한 원리가 우리 삶의 방식과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인간의 압력, 저항력, 폭발력 등은 물리 원리와 매우 흡사하다.

직장에서는 자연계와 매우 유사한 정글법칙이 존재하며, 가정에서는 식물과 동물이 공존하는 것처럼 서로 성격이 다르더라도 부부로 살아간다. 이 점에 주목한 저자는 실험 원리를 삶의 방식과 연결하면서, 인생을 얼마나 실험해보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 책에 담긴 36가지 실험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볼록렌즈 실험부터 데이비드 쉔크(David Shenk)의 데이터 스모그 실험까지, 과학과 심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 만한 실험장면들이다. 이 책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실험장면들에서 창의성, 적극성, 인내심 등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삶의 지침서다.

저자는 과학자들의 실험은 세상을 물질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 실험들 속에는 사실 우리 개개인에게 유용한 ‘삶의 공식’들도 숨겨져 있다고 설파한다. 프랑스 동물학자 쥘(Jules)의 실험에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겁먹은 사자의 모습은 우리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마음속 걸림돌을 걷어치우라는 교훈을 준다.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한다면 러시아 과학자 크롤로프(Sergey Pavlovich Korolyov)의 정서간섭 실험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해리 할로(Harry Harlow)의 새끼원숭이 대리모 실험은 외로움과 무관심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의 산소 실험은 행복한 결혼으로 이끌며,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동조심리 실험은 창의성을 길러준다.

이 책은 실험을 다루고 있지만 쓸모없는 도구나 수식 등을 동원하지 않았기에 쉽고 재밌게 읽힌다. 어렵고 복잡한 공식을 모르더라도 과학자들의 실험장면을 따라 가다보면 살아가는 지혜를 저절로 얻게 된다.

나를 진화시키는 18가지 과학 실험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의 생활은 분명 달라졌다. 에디슨(Thomas Alva Edison)의 전구와 뢴트겐의 X선 발명으로 생활은 편리해졌으며, 파스퇴르(Louis Pasteur)의 세균번식 실험과 그리피스(Fred Griffith)의 형질전환 실험으로 인간의 생명은 연장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과학 실험의 위대한 성과를 말하는 데 그치지는 않는다. 과학자들의 도전정신과 창조성, 끈기 등을 배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천 가지의 재료를 이용해 필라멘트를 만들어본 에디슨은 친구에게 “1만 번째의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냐”는 말을 들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필라멘트를 만들어냈다. 에디슨의 일화에 주목한 저자는 ‘끈기’라는 단어를 우리 마음속에 심어주고 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 책은 뉴턴(Isaac Newton)과 갈릴레이(Galileo Galilei)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 위축되지 않고 자기 주관을 갖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낸 것에도 주목한다.

백색광에 아무런 빛이 가미되지 않았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자신이 만든 프리즘으로 실험해 뒤엎은 뉴턴, 무거운 물체일수록 빨리 떨어진다는 설이 잘못됐음을 입증하기 위해 피사의 사탑에서 자유낙하 실험을 한 갈릴레이는, 우리에게 ‘자신감’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이처럼 이 책이 소개하는 18가지 과학 실험은 변화를 갈망하고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우리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나를 변화시키는 18가지 심리 실험
변화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심리학 실험들은 인간의 심리적 허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미시건 대학 조직행위학자 칼 웨익(Karl E. Weick) 교수는 꿀벌과 파리를 유리병에 넣고, 병 바닥을 창가 쪽으로 향하게 한 다음 탈출 실험을 했다. 빛을 좋아하는 꿀벌은 병 바닥 쪽만 맴돌다 탈출에 실패한 반면, 파리는 사방으로 날갯짓을 한 결과 병 입구 쪽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이 실험을 통해 저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어제 통했던 방법이 오늘 통하지 않을 수 있으니 상황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솔로몬 애쉬의 동조심리 실험은 사람들이 얼마나 타인의 영향을 받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행한 실험이다. 실험 결과, 76%가 다수의 의견에 따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저자는 자신이 옳다고 판단했다면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셀리그만(M. Seligman)의학습된 무력감 실험은 약간은 잔인한 실험이지만 진취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실험이다. 셀리그만은 가운데에 난간이 설치된 셔틀박스 안에 A그룹 개들을 집어넣고 전류를 흘려보냈더니, 개들은 전류를 피하기 위해 난간 이쪽저쪽으로 뛰어넘었다.

그런데 실험에 앞서 철제기둥에 묶어놓고 전기충격을 가한 B그룹 개들은 셔틀박스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미 전기충격이라는 상황에 복종한 개들은 무력감에 빠져 탈출 의지를 상실한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저자는 적극성을 기르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실패로 인한 고통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며, 벼랑 끝에 몰리더라도 대책을 세워야 하며, 과감하게 행동해야 적극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18가지의 심리 실험을 통해 인간 심리의 특성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기쁨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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