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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가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

    [데일리안] 입력 2006.10.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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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존 루카치의 <히틀러와 스탈린의 선택, 1941년 6월>

1950년 6월, 한반도에서 일어난 한국전쟁은 미·소 양국의 대리전 형태를 띠면서 종전 이후 일본의 경제 발전 및 동북아 질서의 재편까지 이루게 한 국제전의 성격을 갖는다. 이후의 베트남전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20세기가 되면서 이제 전쟁은 다양한 층위에서 늘 국제전으로서 비화되며, 알게 모르게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전쟁의 이 같은 양상은 2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독소전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1941년 6월 발발한 독소전쟁은 그 전까지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던 내전 성격의 전쟁이 세계대전이자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 2차 세계대전의 분수령이 된 전쟁이다. 소련의 전쟁 참여와 독일의 패배는 이후 세계사를 바꿔놓았고, 종전 후의 미·소 냉전과 현재의 미국 중심 세계 질서 구도, 중국의 가파른 성장 등을 불러왔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정치적, 혹은 사회적 시각으로 바라보아 왔다. 하지만 이 책 《히틀러와 스탈린의 선택, 1941년 6월》을 쓴 미국의 역사학자 존 루카치는 이토록 중요한 1941년 6월 22일(이날은 독소전쟁의 개전일이다)의 모든 상황은 히틀러와 스탈린, 처칠, 루스벨트와 같은 지도자 개인들의 판단과 선택에 큰 영향을 받았고 결정되었다는 새로운 시각을 선보인다.

그리하여 여타의 책들과 달리, 히틀러와 스탈린 두 사람의 불꽃 튀는 심리전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재구성함으로써 1941년 6월을 왜 지금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하는가를 짚어내고 있다.

두 지도자, 히틀러와 스탈린의 심리전 최종 승자는 스탈린?
군사력으로 히틀러의 상대가 되지 않았던 처칠은 루스벨트가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히틀러에게 저항할 수 있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히틀러는 영국을 협상에 끌어내고 전 유럽을 재패하기 위해 러시아를 침공한다.

러시아를 점령해 전 유럽을 다스리겠다는 생각은 히틀러보다 나폴레옹이 130년 전에 먼저 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러시아 침공으로 결국 패망했다. 이를 알면서도 히틀러는 러시아 침공을 감행한것이다.

히틀러는 스탈린이 자기처럼 세계 재패의 야망을 가졌다고 의심을 했고, 스탈린은 자신이 독일과 영국을 이간해 그 이득을 취하고 싶었기 때문에 독일의 침공이 영국과 미국의 이간책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히틀러, 스탈린이 독소전쟁을 바라보는 생각은 저자 루카치가 말한 것처럼 ‘인간 심리의 연금술’이자, 역사의 아이러니였다. 루카치는 전쟁이 일어나기까지 지도자의 역할과 판단, 선택이 전쟁의 상황과 역사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심리 묘사를 통해 탁월하게 접근한다.

1941년 6월에 일어난 독소전쟁은 소련이 승리한다. 그렇다면, 최종 승리자는 스탈린인가? 저자는 스탈린이 미국과 영국의 제안을 의심하고, 마셜 플랜에 대한 불신으로 동유럽을 공산화함으로써 스탈린 사후 35년도 되지 않아 소련을 무너뜨렸다고 보았다.

이것이야말로 독소전쟁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 중 하나였으며, 덕분에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국이 되었다.

지도자 한 개인의 선택이 역사의 운명을 바꾼다?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한 나라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지금의 북핵 사태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만약 김정일이 아니었다면 하는 가정, 부시 때문에 생겨난 일이라는 비난…….

이런 것들은 지도자 역시 한 명의 인간이고, 한 인간의 결정이 역사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이미 우리가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지도자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느냐의 지침서로 읽히기도 한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중편소설을 읽는 듯 쉽고도 재미있게 말 그대로 술술 읽히는 이 책은 교양 역사서의 새로운 장을 연다. 히틀러, 스탈린 등의 심리 묘사뿐 아니라, 특파원 보고 같이 베를린·런던·모스크바 등으로 무대를 옮겨가며 이 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짚어내는 방식은 분명 지금까지 국내 역사서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형식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 가장 ‘역사적이고 드라마틱한’ 장소,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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