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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와 성자들, 영혼의 열정을 선명하게 그려낸 소설

    [데일리안] 입력 2006.11.0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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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수 몽 키드의 <인어 의자>

영혼의 자유와 육체의 욕망을 샤갈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80주 이상 이름을 올리며 3백만 부 이상이 판매된 <벌들의 비밀생활>의 작가 수 몽 키드는 <인어 의자>라는 새로운 작품을 통해 자신의 팬들을 한층 더 매료시키고, 자신의 명성을 굳건히 다듬어줄 탁월한 이야기를 창조해 내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가에 자리잡은 해오라기 섬, 이 섬의 베네딕트 수도회 사원에는 날개 달린 인어가 조각된 아름답고도 신비로운 의자가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의자는 개종 전에 인어였다는 성녀 세나라에게 바쳐진 것이다.

정신과 의사인 남편 휴와 “작은 공간 속에 맞춰진 듯한” 습관적인 삶을 살고 있던 여주인공 제시는 미술대학을 나온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괴짜 친정엄마의 설명할 수 없는 행동(손가락 절단) 때문에 고향인 해오라기 섬으로 돌아온다.

제시는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마지막 서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토마스 수도사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섬 여자들의 끈끈한 우정과 습지의 이국적인 아름다움, 썰물과 밀물이 넘나드는 강과 아름다운 해오라기들 속에서 제시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과 함께 토마스 수도사를 향한 사랑과 이를 부인하는 감정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리고 가정과 결혼이라는 벗어나기 힘든 굴레와 자유롭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한다.

인어 의자의 힘은 그저 전설일 뿐일까? 아니면 제시의 인생을 바꿔놓을 것인가? 인어 의자가 내뿜는 힘은 제시 엄마가 간직해온 깊은 상처의 뿌리를 드러내고, 무엇보다 제시에게 결혼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다.

정절과 성욕 사이에 가느다란 선처럼 존재하는, 여성이 지닌 알려지지 않은 영혼의 영역을 이 책처럼 섬세하게 드러낸 책은 거의 없었다. 영혼의 짝을 갈구하는 욕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사랑과 마주쳤을 때 평범함과 숭고함 사이에서 여자를 이끄는 것은 무엇일까? 여자는 어떻게 스스로에게 속하는 자리를 찾게 되는가? <인어 의자>는 인어와 성자들, 영혼의 열정과 육체의 황홀에 대해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신비로운 인어 의자에 감춰진 사랑의 비밀
여주인공 제시 설리번은 고향인 해오라기 섬에 사는 엄마의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그녀의 엄마가 고의적으로 손가락을 잘랐다는 것이다. 집과 남편을 떠나기 전에 제시는 “하루하루가 작은 구슬들처럼 아무런 열정 없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우울함과 방황을 겪고 있었다.

해오라가 섬에 도착한 그녀가 발견한 것은, 설명할 수 없는 엄마의 손가락 절단이 33년 전에 일어난 아빠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의심이다. 그리고 가장 그래서는 안 될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상대는 바로 베네딕트 수도회의 수도사…….

“그는 수도사다.” 토마스 수도사를 우연히 만나고 무릎이 휘청거리는 제시는 자신에게 이 사실을 일깨운다. 토마스 수도사 역시 같은 종류의 금지된 전율을 느낀다. “6월에 최종 서원을 하게 됩니다.”

매력 넘치는 수도사가 제시에게 이렇게 말했을 때, 제시는 “그럼 아직 서약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요?”라고 되묻는다. <인어 의자>의 가장 충격적인 이미지는 제시의 브래지어가 땅바닥에 놓인 토마스 수도사의 십자가 옆으로 떨어지는 장면이다.

뜨거운 남부 캐롤라이나의 오후, 윙윙대며 날아다니는 벌레들, 허공을 이리저리 나는 새들, 삶의 한 구성원인 자연이 선명한 이미지로 책에 흐른다. 그리고 여기에 고통과 상실을 잇는 여자들 사이의 유대가 덧붙여지면서 <인어 의자>는 풍성한 작품으로 완성된다.

또한 스스로 잘라낸 손가락처럼 <인어 의자>는 상실에 대한 많은 성찰을 보여준다. 여주인공 제시는 외동딸을 대학으로 떠나보낸 후 마음을 붙잡지 못하고 방황한다. 처녀 시절의 예술적 재능 또한 잃어버렸다고 여기는 그녀는 “처음으로 폐경기의 여성들이 겪는 오묘한 세계로 내 등을 떠미는 작은 손을 느끼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 세계는 <인어 의자>의 자기성찰과 로맨스가 마무리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인어 의자’는 날개 달린 인어와 성녀들에 대한 많은 전설을 품고 있다. 책의 등장인물들 또한 중요한 순간에 이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의자는 제시가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커다란 비밀을 풀어준다. “만일 이 의자에 정말 사람을 풀어놓는 힘이 있다면 어떨까?” 제시는 생각한다. “개인의 가장 금지된 감정을 낚아 올려 펼쳐보이게 한다면?”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도록 하라!”(옮긴이의 말)
정신과 의사라는 능력 있는 직업에 잘생기고 아내밖에 모르는 남편, 올바르게 자라준 딸, 고풍스럽고 커다란 멋진 집. 이 모든 것을 지닌 40대 초반의 아름다운 여인이 인생의 사는 맛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얼핏 보면 참 배부른 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이 책은 출간되면서 미국 서점가에서 한동안 베스트셀러 상위권 자리를 지켰다. 그건 여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부부들은 늘 ‘우리는 그냥 멀어지게 되었어’라고 말하죠……. 나의 불만족은 우리 사이의 거리에서 왔다고 믿었어요. 결혼생활을 이십 년이나 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논리적이죠. 하지만 그건 아니었어요. 우리는 서로 멀어진 것이 아니라, 너무 가까이 붙어버린 거였어요.” 주인공은 이렇게 고백한다.

누가 봐도, 심지어 자신이 생각해도 문제 없는 결혼 생활을 누리고 있건만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내 마음속에 떠오른 것은…… ‘나만의 공간’, ‘나만의 독립’과 같은 우스운 말들이지만, 이런 말들조차 너무 얄팍하게 들려요.” 그것을 토마스 수도사는 ‘존재의 고독’ 같은 것이라고 정의한다.

무엇이든 오래되면 익숙하고 편안해짐과 동시에 지루하고 지겨워지는 법이다. “남편과 나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함께 시절을 보냈지만, 우리의 결합에서 상상은 줄줄이 새나가고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나만의 공간’, ‘나만의 독립’을 획득하는 방법으로 불륜과 같은 진부한 일탈만이 그 방법은 아닐 것이다.

“나 자신에게 속한다는 것이 그에게 진심으로 더 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자신에게 속하는 길이란 무엇인가. 이야기 속에 그 길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짐작할 수는 있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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