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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코끼리를 타고 세상을 보며 웃다!

    [데일리안] 입력 2006.11.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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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스에요시 아키코의 <노란 코끼리>

<노란 코끼리>의 표지<노란 코끼리>의 표지
싱글맘 가족 이야기를 순수한 아이의 시각으로 가슴 훈훈하게 담아낸 소설 『노란 코끼리』가 출간되었다(이가서 刊). ‘노마 문예상’ 수상작이자 ‘일본 도서관 협회 선정도서’인 이 책은 기존 어른들 시각에서 다루었던 이혼 문제를 아이의 눈을 통해 펼쳐 보임으로써 결손가정 문제를 색다르게 접근해 간 것이 특징이다.

그간 가정 붕괴를 다룬 수많은 이야기들이 어둡고 우울했던 측면이 강하게 부각된 반면에 이 소설은 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그들 이야기를 다루면서 유쾌하게 풀어간다. 작은 에피소드 위주의 사건들을 통해서 독자는 때론 웃고, 때론 슬퍼하면서 소소한 일상을 담담히 영위해 가는 싱글맘 가족을 만나게 된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노란 코끼리는 남편 없이 혼자서 아이들을 부양해야 하는 엄마가 타고 다니는 소형 중고 자동차다. 출퇴근 시간마다 다른 거대한 어른 코끼리들 틈바구니에서 직업 전선으로 떠나는 작은 아기 코끼리는 그만큼 사회적인 입지가 좁은 싱글맘들의 입장을 여실히 드러내는 상징이다. 그와 더불어 왜곡된 시선이 가득한 사회 속에 편입하려는 이혼녀의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내기도 한다.

잔잔한 일상을 영위해 가는 ‘노란 코끼리’ 가족 이야기는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결손가정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시선을 바로 잡아주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노란 코끼리’를 타고 달리는 이 책의 가족들을 통해 독자들은 진정한 가족애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이 씁쓸해진 그날은
내 열한 번째 생일날이었다

이 소설의 장점은 싱글맘 가족들의 애환이 시종일관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이의 시각이 잘 살아난 문체와 묘사가 유쾌하게 읽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자유 기고가인 엄마가 마감 직전, 원고에 매달리는 장면을 마귀할멈으로 묘사한 부분이나, 노란 코끼리가 어딘가에서 끌려온 아기 코끼리처럼 불안한 표정으로 차고에 얌전히 모셔져 있다는 등의 설명은 아이의 시각으로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독특한 문체와 에피소드들이 촘촘히 나열되어 있어 잔잔한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노란 코끼리』는 한 편의 성장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가족은 ‘노란 코끼리’를 통해 하나가 됨과 동시에 엄마와 아이 모두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된다. 이혼녀의 몸으로 매사에 자신이 없었던 엄마는 노란 코끼리를 운전하면서 자신감을 되찾는다.

처음 엄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창피해 하던 아이는 엄마의 실수로 차 사고가 난 뒤에 오히려 엄마를 향해 “엄마, 우리 차 필요 없잖아요? 이렇게 걷는 것도 꽤 즐거운데요”라고 말하며 위로할 줄 아는 의젓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그러면서 아이는 속으로 엄마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고집 부릴 것 없다고 생각한다.

즉, 아이 역시 엄마가 혼자의 몸으로 자신들을 위해 무리하고 있고 그만큼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성장을 통해 노란 코끼리를 탄 엄마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이 가족의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하는 상징으로 독자들의 인상에 두고두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노란 코끼리를 타고 세상을 보며 웃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어머니는 남편과 이혼한 후 혼자의 힘으로 어린 남매를 키워 나간다. 하지만 흔히 책에서 볼 수 있는 위대한 모성이나 어머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노란 코끼리』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덜렁대기 일쑤고, 일처리도 신통치 않은 지극히 평범한 어머니의 모습일 뿐이다. 운전면허에 계속 떨어져서 자동차가 먼저 집으로 오는가 하면, 가족처럼 지내는 누나 네를 잘못 가르쳐 주어 아이들을 헤매게 만들고, 차 키를 꽂은 채로 차 문의 잠금장치를 잠가버리기도 한다.

그에 비해 어린 남매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실수투성이인 엄마를 챙기는 모습까지 보인다. 아이는 생일날 찾아왔다 쓸쓸히 돌아가는 아빠의 뒷모습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다시는아빠가 자신들을 찾아오지 않으리란 사실을 예감할 만큼 영특하다.

또한 여동생을 위하고 지켜야 한다는 오빠로서의 의무감도 자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장점은 그러한 어른스러움과 동시에 억지를 부리고, 자기의 욕심이 우선인 지극히 아이다운 행동과 생각이 함께 담겨 있다는 점이다. 즉, 사춘기 소년의 미묘한 시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반면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으로서의 엄마 입장과 행동은 독자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처럼 아이에게 오해받는 엄마의 행동은 독자들로 하여금 아이의 순수한 시각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아이들에게 이해받지 못한 채, 각박한 사회 속에서 삶을 영위해 가야 하는 핍진한 엄마의 삶을 보다 절실히 느끼게 만든다.

불법 주차한 차를 견인해 간 것을 보고 엄마는 견인비와 과태료 등으로 물게 될 경제적인 손실을 걱정하지만, 아이는 그저 같이 외식하기로 한 약속이 깨지는 것만을 걱정할 뿐이다. 결국 아이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해 투정을 부린다. 아이의 시각으로는 어머니가 걱정하고 있는 경제적인 부분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독자는 아이의 투정을 알면서도 어머니가 왜 아이를 떼놓고 차를 찾으러 가야만 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즉, 아이가 느끼는 허탈감과 어머니가 느끼는 생활고가 동시에 전달되어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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