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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4월의 가볼만한 곳⑤

    [데일리안] 입력 2015.04.05 19:41
    수정 2015.04.05 19:47
    정현규 객원기자

“장인을 찾아서”

원주의 빛과 향이 어린 나전칠기, 나전장 이형만

한국관광공사는 “장인을 찾아서” 라는 테마 하에 2015년 4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맛 좋고 몸에도 좋은 약떡을 만들다, 진도 김영숙 명인 (전남 진도)’, ‘다향 가득한 지리산에서 음미하는 홍소술·김동곤 제다 명인의 차 한잔 (경남 하동)’, ‘국보급 전통 건축을 한자리에서 만나다, 한국고건축박물관 전흥수 대목장 (충남 예산)’, ‘화려함보다 견고함과 간결함을 강조한 나주반, 나주반장 김춘식 (전남 나주)’, ‘원주의 빛과 향이 어린 나전칠기, 나전장 이형만 (강원 원주)’, ‘전통 신 신고 부산을 걸어볼까? 안해표 화혜장 (부산광역시), 등 6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중요무형문화재 10호 나전장 이형만 장인 ⓒ 박상준중요무형문화재 10호 나전장 이형만 장인 ⓒ 박상준

원주의 빛과 향이 어린 나전칠기, 나전장 이형만

위치 : 강원도 원주시 봉산로

내용 : 나전은 자개라고도 부른다. 오색을 발하는 조개껍데기를 썬 조각이다. 칠기는 ‘옻 칠(漆)’ ‘그릇 기(器)’를 쓴다. 둘을 합친 나전칠기는 가구 등에 광채 나는 조개껍데기를 얇게 갈아 붙이고 옻칠한 공예품이다. 작품에 따라 짧게는 서너 달에서 길게는 삼사 년 동안 만든다.

원주는 옻칠에 쓰이는 옻나무 수액이 전국에서 제일이다. 그 빼어난 품질이 장인을 불렀다. 나전장 고(故) 일사 김봉룡 선생은 통영 사람이지만, 좋은 옻을 찾아 원주로 옮겨왔다.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10호로 지정됐고, 이듬해부터 줄곧 원주에서 살았다. 제작 방법은 나전의 곡선 문양을 자르는 줄음질과 가늘고 긴 직선 자개를 짧게 끊어 붙이는 끊음질로 나뉘는데, 일사는 실톱을 도입해 줄음질에 혁신을 가져왔다.

그가 작고하고 2년이 지난 1996년부터 제자 이형만 장인이 나전장의 맥을 잇고 있다. 이형만 장인은 경남기술원양성소에서 일사와 연을 맺고 도제식으로 배웠다. 제대하고 인사차 스승을 찾았다가 여태껏 ‘원주 귀신’으로 살며, 현재는 주로 단계동 전통공예연구소에서 작업한다.

작업실의 첫인상은 코끝을 스치는 옻 향이다. 곧 작업실 한쪽 자개장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이형만 장인의 나전은 스승의 당초문을 닮았지만, 한층 굵고 대담하다. 책상에 그리다 만 도안이 이를 증명한다. 나전의 도안은 건축의 설계도다. 형태에 맞는 도안이 작품의 인상을 좌우한다. 그가 가장 공들이는 과정이다.

나전칠기는 이를 포함해 대략 45단계 공정을 거친다. 그가 이 과정을 빌려 말하는 전통의 핵심은 변화다. 전통은 변화와 무관한 듯하지만, 시대별로 매번 그 모습을 달리하며 나이를 먹어왔다. 전통의 기법과 재료는 지키되, 내용은 변해야 발전한다. 젊은 학생들과 대화를 즐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통을 가르치고 그들의 참신한 발상을 배운다. 학생들뿐이랴.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지역의 어른들에게 자문한다.

치악산참숯가마의 숯은 하루 한 차례 오전에 꺼낸다 ⓒ 박상준 치악산참숯가마의 숯은 하루 한 차례 오전에 꺼낸다 ⓒ 박상준

기억에 남는 잠언도 있다. 고(故) 무위당 장일순에 얽힌 일화다. 무위당은 원주에서 태어난 서화가이자, 한살림 운동의 창시자다. 이형만 장인은 스승 일사와 무위당이 교류하며 더불어 알았다. 그가 1988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뒤 무위당을 찾았다. 그날 무위당이 건넨 말이 “나서면 꺾인다. 기어라”다. 돌아오는 길에 섭섭한 마음이 앞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의 무게가 커진다.

나전장으로서 삶의 지표는 ‘정직’이다. 1980년대 말까지 자개장은 없어서 못 팔았다. 어떤 공방에서는 한 달에 30점씩 나왔는데, 전통 기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생산량이다. 그에게도 서울 사는 친구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형편을 생각하면 어찌 흔들리지 않았을까만, 지금껏 꿋꿋하게 지켜온 나전의 자존심이다. 제대로 지키고 바른 마음으로 만든다.

원주는 이 같은 장인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원주옻문화센터는 실제 장인들이 머물며 작업하는 장소다. 장인들의 작업실과 체험 학습장, 전시실, 판매장 등으로 나뉜다. 평일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예약제 옻칠 체험을 진행한다. 판매장에서 장인의 작품을 구매하고, 직접 옻칠 그림을 그리는 체험이다. 체험비는 5000원이고, 건조 후 택배(유료)로 발송한다. 일반 체험과 달리 옻칠 장인의 작품에 자신의 감성을 더하는 과정이 특색 있다. 1층 판매장 옆 전시실에는 한국옻칠공예대전 수상자들의 작품도 전시한다. 나전칠기를 비롯한 옻칠공예의 명작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원주역사박물관이 필수 코스다. 원주역사박물관은 평원, 북원경, 강원감영으로 이어지는 원주의 역사를 엿볼 수 있으며, 2층에는 일사 김봉룡실이 마련되었다. 유족이 기증한 유물 2180점을 선별 전시한다. 나전도태넝쿨무늬화병, 나전공작무늬서류함 등의 작품도 일사의 숨결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린이를 위한 ‘전통 장인과 함께하는 전통문화 느끼기’ 주말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일이다. 나전칠기, 전통문양 체험 등을 7주 단위로 순환 진행한다.

원주시 동쪽에는 옻칠기공예관이 있다. 시내에서 25km 남짓 떨어져 영동고속도로 새말 IC를 이용할 때 다녀올 만하다. 이곳에서는 나전칠기와 칠기 공예품을 전시·판매하고, 옆에 한지공예관도 있으니 함께 둘러보자. 원주 시내로 오는 길에 자리한 치악산참숯가마에서 쉬어 가도 좋겠다. 숯가마는 숯을 빼고 하루 정도 식혔다가 사용하는데, 그 사이 찜질에 쓰인다. 숯을 뺀 순서에 따라 꽃탕, 어제꽃탕, 중탕으로 나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가마에서 숯을 꺼내는 장면도 장관이다.

원주 시내 남쪽에 자리한 원주허브팜은 봄날 몸과 마음을 쉬기에 제격이다. 1만7000㎡ 면적에 식물 1000여 종이 자란다. 봄날에는 가장자리 산책로를 추천한다. 벚나무와 자작나무 가로수길이 계절의 정취를 더한다. 허브족욕뜰도 갖췄다. 허브 입욕제를 넣고 족욕을 즐기며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가볍게 피로를 푼다. 야간에는 오후 10시까지 루미나리에 색동불빛정원으로 변신한다. 매표소 옆 식당 로즈마리에서는 허브비빔밥과 허브돈가스를 낸다.

원주 먹거리 맛보기는 시장 나들이와 겸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원주중앙시장에는 만두골목과 한우골목이 있어 장터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중앙시장에서 500m 남짓 떨어진 ‘산정집’의 손말이고기도 구미가 당긴다. 1967년에 문을 열어 대를 잇는 식당이다. 쪽파와 미나리, 부추, 깻잎 등을 한우 우둔살로 말아 구워 먹는다. 파의 단맛과 한우의 육즙이 어울려 맛깔스럽다. 예약 필수, 일요일은 쉰다. 원주 여행의 갈무리로 그만이다.


〈당일 여행 코스〉
공예 체험 코스 / 원주옻문화센터→원주중앙시장→원주역사박물관
힐링 여행 코스 / 원주옻문화센터→치악산참숯가마→원주허브팜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원주옻문화센터→원주중앙시장→원주역사박물관→박경리문학공원
둘째 날 / 원주허브팜→치악산참숯가마→옻칠기공예관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원주시 문화관광 http://tourism.wonju.go.kr
- 원주옻문화센터 www.wonjuottchil.com
- 원주역사박물관 www.wonjumuseum.or.kr
- 치악산참숯가마 www.sootgama.net
- 원주허브팜 www.wonjuher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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