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T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쓰러졌다! 왜?

    [데일리안] 입력 2006.12.09 11:32
    수정

[신간소개] 캐럴라인냅의 <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

얼마 전 미국의 주간지 인콰이어러는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자신의 고향 미시시피를 방문하던 중 쓰러졌다는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측근의 말에 따르면 오프라 윈프리는 “어지러움과 눈앞이 흐려지는 증상을 겪다가 갑자기 무릎을 굽히며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사고의 원인은 무리한 다이어트. 그러나 자칫 생명까지 잃을 뻔했던 위험한 상황을 겪고 나서도 오프라 윈프리는 음식 먹기를 완강히 거부했다고 한다.

지독한 가난을 짊어진 흑인 소녀에서 ´하포 엔터테이먼트 그룹´의 대표로 변신하기까지 오프라 윈프리는 수많은 자신의 약점들을 이겨내며 화려한 성공의 길을 걸어왔다.

대중 앞에서 선 그녀는 항상 당당했으며 모든 일에 자신감 있는 여성이었다. 그러나 돈과 명성을 모두 거머쥔 토크쇼의 여왕도 결국 ‘날씬해지고 싶은’ 수많은 여성 가운데 한 명이었던 것이다.

음식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그러나 음식을 두려워하며 스스로 생명을 위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날씬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조막만한 얼굴에 긴 목, 그리고 절대 뼈가 굵으면 안 된다. 뼈를 깎아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규정한 현대 모델의 조건이다. 성공을 꿈꾸는 어린 모델들은 뼈가 비칠 정도로 깡마르기 경쟁에 뛰어들고, 그들의 몸은 ´보그´나 ´글래머´같은 패션 잡지 커버를 장식하며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세상에 유포된다.

그 결과가 바로 S라인과 44 사이즈의 광풍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음식 양과 열량을 강박적으로 따지며 체중을 머릿속에 새겨둔다. 또한 “그렇게 많이 먹다니 난 정말 한심한 여자야”라며 고작 사과 한 쪽을 먹는 것에도 스스로를 자책한다. 많은 여성들이 이미 잠재적인 식이 장애 환자들인 것이다.

맛있는 만남을 거부하는 거식증
이 책은 여성들이 음식과 관련해 경험한 불안과 죄의식, 그리고 슬픔에 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추수 감사절을 앞둔 11월 어느 날, 브라운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저자는 다이어트 푸드인 코티지치즈 한 통과 운명적으로 조우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 브라운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칼럼니스트로 성공적인 길을 걷는 동안 그녀의 몸은 점점 작아져 급기야 174센티미터에 37 킬로그램을 기록하기에 이른다. 명성이 커져가는 것과 반비례해서 그녀의 몸은 점점 더 축소되어가고, 결국 거식증 진단을 받게 된다.

거식증은 날씬해지기 위해 극단적으로 음식을 거부하거나 인위적인 구토, 설사약 복용 등의 행동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거식증이 계속되면 체중이 적정 체중에 비해 15 퍼센트 이상 감소하게 되며, 30 퍼센트 이상까지 감소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게다가 스스로에게 가혹하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서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왜 여성들은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먹기를 거부하는 것일까?
“살찌는 기분이 들면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되요. 추하게 느껴지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식당에서 디저트를 주문하지 않은 여성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저자는 사회적으로 통제된 식욕과 날씬함이 아름다움과 바람직함으로 여겨지는 반면 억제되지 않은 식욕과 뚱뚱한 여자는 그 반대의 가치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특히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자기 몸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세 배나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 시대의 문화가 여성들에게 외모, 특히 가혹하게 ‘날씬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조금만 먹어라” “조신하게 굴어라” “앞에 나서지 마라”. 대부분의 소녀들은 어머니에게서 이런 말들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들으며 자란다. 억압적인 어머니의 목소리는 곧 사회적 시선으로 대체되고, 먹는 것에 대한 규제는 욕망에 대한 통제로까지 나아간다.

저자는 모든 것을 허용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허용하지 않고, 여성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성공의 기쁨과 내밀한 욕망을 소화시키지 못해서 점점 작아져만 가는 여성들의 ‘슬픔’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묻는다. 왜 큼직한 맥도널드를 좋아하는 빌 클린턴의 취향은 귀엽고 그의 성욕마저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용서받은 반면 힐러리는 그런 관용을 누리지 못했을까? 왜 힐러리의 외모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차 없는 평가의 대상이 되며, 그녀의 야심은 적대적인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당신이 꿈꾸는 환상속의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자전적인 분석을 넘어 음식과 여성과의 관계에 사회, 문화, 심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거식을 타인(특히 남성)의 욕망에 자신을 피팅하려는 가엾은 여성적 히스테리나 병리적 현상으로 치부하고 애써 무시하려는 사회적 시선에 반기를 든다.

저자는 음식과 여성과의 전쟁을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하는 몸의 언어라고 말한다. 거식이란 여성들에게 모든 욕망을 허용하는 척하면서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사회에 대해, 여성이 ‘몸’을 통해 보여주는 슬픔의 팬터마임이라는 것이다.

다이어트 중인 여성들은 이구동성으로 “난 날씬해지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실제로 원하는 것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스스로의 가치에 대한 인정, 사랑스러움, 소속감, 타인과의 교류……. 다이어트를 하면서도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살이 빼고 싶은가, 내 몸을 사랑하지 못하고……”라는 서글픈 자문은 여성의 존재를 따라다니는 슬픈 배경음과도 같다.

저자는 그런 질문을 하는 여성들에게 그것은 모두가 다 겪는 문제라고, 여자라면 많은 것을 요구당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조용히 말해준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당신을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것이면 당신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44 사이즈의 광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2006년은 깡마른 몸매가 다이어트의 화두였다. 그 열풍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고, 오직 44 사이즈로만 만들어진 예쁜 옷과 구두는 수많은 여성을 더욱 허기지게 만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30대보다는 20대가 이 책이 다루는 문제 때문에 괴로워하고, 20대보다는 10대 소녀들이 더 괴로워할 것이라는 것 또한 자명하다.

이 책은 수많은 여성이 감내해야 하는 힘겨움에 대해 대단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에게 아주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알려준다. 당신이 지금 힘든것은 당신 탓이 아니라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회의 잘못이라고. 그러니 그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자기 몸과, 자기 욕망과, 누가 만들어서 나에게 안겨 주었는지 알지 못하는 내 것이되 내 것이 아닌 소망들(예뻐지고 싶다, 날씬해지고 싶다) 사이에서 표류하는 여성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는 없을 것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0
0

관련기사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좋아요순
  • 최신순
  • 반대순
데일리안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