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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즐기되 사회적 굴레를 넘지 마라’

    [데일리안] 입력 2007.03.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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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신간 ‘바다로 날아간 나비’…다양한 사랑의 방식 그려

과감한 불륜의 고통·유혹 묘사…사랑의 책임·진정성에 진지한 고찰

사랑의 농도와 향기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사랑의 이름’으로 18살 제자와 사랑에 빠졌던 ‘사랑을 위해 죽다’의 주인공 다니엘처럼 도덕의 잣대도, 사회적 통념도 뛰어넘는 무모한 열정과 애정이 바로 사랑의 본질이고, 이 사랑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위험한 상황에 가로놓이고 선택을 종용받는다.

가질 수 없는 것은 ‘소유욕’을 자극해 더욱 값지고 탐나는 법. 사랑 또한 다르지 않다. 친구의 연인, 이웃의 배우자 등과의 불륜을 그리는 대중문화 아이콘이 범람하는 이유도, 실은 금기에 대한 욕망과 끊임없는 고뇌를 반증한다.

작가 김용주는 ‘바다로 날아간 나비’(미디어 숲)에서 불륜의 유혹에 빠져들면서 괴로워하는 인간군상을 과감하게 파고든다.

그동안 다양한 사랑의 형태에 오랫동안 천작해 온 김용주는 불륜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책임을 묻는다.

‘불륜’은 사회적 금기어다. ‘애절한 사랑’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포장해도 불륜을 다룬 대중문화 아이콘들이 외면받는 것은 불륜이 지닌 파급력과 거부하기 힘든 중독성 때문이다. 발을 들여놓는 순간, 결코 돌아설 수 없으리라는 예감 혹은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심의 길가에 빼곡이 깔린 24시간 편의점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회용이 되어버린 오늘날의 세태는 사랑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불륜을 정당화한다.

작가는 ‘바다로 날아간 나비’를 통해 불륜은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이웃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즉, 그만큼 불륜이 일상의 영역에 뿌리박혀 있다는 역설인 것. 그러나 작가는 불륜을 옹호하거나 찬성하는 대신 불륜의 과정과 후유증 같은 뒷이야기들을 공개함으로써 ‘사랑의 신성함’을 고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바다로 날아간 나비’는 ‘죽음과 마주선 사랑’이라는 주제 하에 선악이 무의미해진 사랑과 불륜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고통받는 일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1장 ‘꿈꾸는 나비, 밤을 날다는 불륜에 빠진 한 여자의 이야기로, ’착하고 외로운 나비‘인 그녀가 단 한번의 외도로 인해 스스로 원죄의식에 자신을 가두어 버린 채 세상과 담을 쌓아버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자괴감에 여인은 가족의 사랑과 친구의 격려도 외면한다.

작가는 “치열하게 사랑하고 사랑받는 모습에서 사랑의 아픔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감지한다. 그리고 그것은 고통을 승화시킨 순수한 의지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사랑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작가에게 있어 사랑은 ‘죽음같은 침묵이자 용서이고, 용기이자 의지’인 것. 그러므로 불륜의 무게에 허덕이기 보다는 끈질긴 애정으로 다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이 묵직하다.

작가의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바로 제2장 ‘고독한 나비, 혼자 노래하다’로, ‘와인’이라는 이름의 묘한 여자를 그린다. 캄캄한 카오스 같은 이 세상을 붉은 빛 와인 한 잔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여성, 와인을 알게 된 사연과 이후 한번의 만남, 그리고 아쉬운 이별을 간결하게 털어놓는다. 작가는 새로운 사랑이 아닌 주어진 사랑을 찾아 다시 돌아간 와인의 모습을 통해 소유만이 사랑이 아니라는 진리와 ‘성은 엄정한 주재자의 신성한 섭이에 의해 주어진 것’이라는 엄격한 성윤리의 건재를 동시에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유교적 가부장적 질서와 개방적인 성의 물결로 빚어지는 현실의 불협화음을 구체적 삽화들을 인용, 되짚어 보는 제3장 ‘욕망이라는 이름의 나비들’과 제4장 ‘나비는 두 날개로 난다’는 시사점을 안겨준다.

특히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를 다룬 소설 등의 인기로 기존의 ‘바람피우기’와 차별화된 ‘새로운 연애방식’이 관심을 끌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예리하고 꼬집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더욱이 작가는 집착과 미련의 사랑이 지닌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 ‘유연함’을 강조하면서도 ‘책임’과 ‘상대에의 헌신과 친밀’의 의무를 잊지 않는다. 구태의연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 보단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얘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차게 영글어가는 사랑의 진정성을 동시에 말하고 있다.

작가 김용주는 “즐기되 사회적 테두리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사랑의 본질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낭설을 간결히 정리한다. 용서받지 못할 사랑은 없지만 사회적 테두리를 각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는 책임이 뒤따르는 사랑을 강조하는 ‘바다로 날아간 나비’는 애정의 허용범위를 명쾌히 긋는 해답이자 진리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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