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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천하제일 적벽강을 부안에서 만나다

    [데일리안] 입력 2017.03.26 07:52
    수정 2017.03.26 07:55
    데스크 (desk@dailian.co.kr)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전국여행-스물네번째>

닭이봉~적벽강~수성당~채석강~부소사~광천 그림이 있는 정원~예산 의좋은 형제 마을

【7.30(목), 스물네 번째 날】

어제 저녁에는 11시 반쯤 텐트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새만금방조제 중간쯤에 있는 야미도 오토캠핑장은 넓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것과 같아 바람막이 없이 텐트만 덜렁 쳐 놓았더니만 밤새 부는 바람에 머리맡 텐트가 계속 펄럭이며 소리를 낸다. 바람이 약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 데다 습기를 먹은 칙칙한 바닷바람으로 인해 더운 날씨에 피부가 끈적거리니까 잠이 더욱 오질 않는다.

1시가 넘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아 삼지구엽초로 담근술을 꺼내 경희와 나발을 불고 누워 잠을 청했다. 그래도 잠이 오질 않는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쪽잠을 자다가 또 깬다. 경희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지내다 일출을 보려고 맞추어 놓은 알람시계가 울린다. 누운 채로 텐트를 살짝 열어보니 안개가 껴 일출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또 누웠지만 잠은 오질 않는다.

도저히 안 되어 뒤척이다 6시쯤 일어났다. 잠을 못 자니 골치가 띵하다. 해가 뜨면 더 더울 것 같아 어젯밤 먹다 남은 밥과 참치를 상추로 쌈을 싸서 일찍 아침을 챙겨 먹었다. 8시 조금 지나 캠핑장을 떠나왔다. 어제저녁 잠자기에 들기 전까지는 꿈에 부풀었는데. 이 넓은 캠핑장에 사람이 없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기분에 들떠 아무 생각 없이 오토캠핑장 간판만 보고 혹해서 텐트를 쳤다가 잠도 못 자고 고생만 했다. 더운 여름 바다 한가운데 그늘도 없는 허허벌판에 텐트를 친 것이 잘못이다.

닭이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격포해수욕장과 대명콘도.ⓒ조남대닭이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격포해수욕장과 대명콘도.ⓒ조남대
붉은 암벽과 몽돌로 되어 있는 적벽강.ⓒ조남대붉은 암벽과 몽돌로 되어 있는 적벽강.ⓒ조남대
책을 쌓아놓은 모습의 채석강.ⓒ조남대책을 쌓아놓은 모습의 채석강.ⓒ조남대

개운하지 않은 컨디션으로 부안 격포로 출발했다. 격포를 한눈에 조망하기 위해서는 해수욕장 옆에 있는 닭이봉 전망대에 올라가야 한다. 차를 타고 가니 금방이다. 처음 올라와 본다. 격포 해안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멋있는 풍경이다. 띵한 머리를 조금이라도 맑게 하려고 냉커피를 시켜 마셨다. 이른 아침이라 우리 두 사람밖에 없다. 조용한 가운데 휴식을 취하니 컨디션이 조금 좋아진다.

바로 밑 채석강과 수성당 부근 초소에서 군대생활을 했었는데 이곳에도 안 올라와 봤다니. 그 당시는 바다가 구경하고 즐길 장소가 아니라 힘들게 순찰하고 작업하는 근무처였지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없었을 테니까. 가끔 예쁜 여자들이 놀러 오면 감언이설로 꼬실 생각만 했었지.

닭이봉 전망대를 내려와 적벽강으로 갔다. 3년 전 딸하고 왔을 때 다녀간 곳이지만 새롭다. 경희는 처음이란다. 붉은 암벽과 몽돌로 되어 있으면서 중국의 적벽강과 비교되는 절경이어서 적벽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단다.

바로 옆에 있는 서해를 다스리는 개양 할머니와 그의 딸 여덟 자매를 모신 제당인 수성당으로 갔다. 수성당은 조선 순조 1년(1801년)에 세웠다고 하나 지금 건물은 1996년 새로 지었단다. 개양 할머니는 서해를 걸어 다니며 깊은 곳은 메우고 위험한 곳을 표시하여 어부들을 보호해 주기 때문에 바로 아래 죽막동 마을을 중심으로 어민들이 매년 음력 정월 열나흘에 제를 지낸단다.

수성당은 지방유형문화재 제58호로 등재되어 있으며, 수성당에서 멀리 내려다보이는 임수도는 격포와 위도의 14.4㎞ 중간 지점에 있는 곳으로 심봉사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고 뛰어든 임당수라는 설이 구전으로 전해오고 있는 곳이란다.

전투경찰대 분대장 생활을 할 때 수성당 10m 옆에 내무반과 서치라이트 등이 있었는데 내가 제대한 후 해안 경비를 군에 이관해 주고 전경대가 철수하면서 초소가 없어졌단다. 지금은 그때의 군 시설과 관련한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가 없다. 그 당시 바람이 많이 불 때 내무반에 누워있으면 파도가 절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쿵쿵 들렸었는데…. 지금도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대원들과 순찰하고 서치라이트 돌리고 눈 오면 힘들게 눈 치우던 생각이 난다. 마을에 내려가 주민들과 이야기하기도 하고, 피서철이나 겨울에 바다 구경 오는 아가씨들이 오면 초소 구경도 시켜주기도 하고, 물 빠지고 나서 바다에 내려가면 조개와 해삼을 잡던 추억도 아련하다.

그 당시 우리에게 수성당은 다만 대원들의 애인이 면회 와서 외출 못 나가면 모포를 깔아줘 함께 자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던 곳이고, 또 제대 말년이 되면 공부할 수 있도록 열외시켜 주던 곳일 뿐이다. 나에게도 문을 열면 서해가 드넓게 훤히 보이는 이곳에서 말년에 조그만 앉은뱅이책상 갖다 놓고 공부하던 곳이었다.

오늘은 수성당 올라오는 저 밑에서부터 북소리가 둥둥둥 들린다. 무슨 행사를 하나 했더니 어떤 사람들이 남자 무당을 모셔와 제사상에 갖가지 과일과 떡을 차려놓고 소원을 비는 굿을 하고 있다. 수성당은 수리를 하기 위해 일부 해체를 해 놓는 등 어수선한 상태다. 경희에게 근무할 당시를 설명해 주고 채석강으로 향했다.

물이 간조 시각인 관계로 나도 수십 년 만에 채석강 안쪽까지 가봤다. 소문처럼 많은 책을 쌓아놓은 것처럼 멋있다. 바로 옆 대명콘도가 있어 채석강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오랜만에 피서철이라는 분위기가 난다. 빠졌던 물이 점점 들어온다. 서해안은 해안의 경사가 완만하여 물이 빠지고 들어오는 것이 심하다. 썰물 때는 잘 모르는데 밀물 때는 수로를 통해 바닷물 들어오는 것 보면 홍수 때 냇물 흐르는 것처럼 엄청난 양과 속도를 보인다. 이를 방심하고 있다가는 고립된다든지 하는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우리도 사진을 찍으며 즐겁게 보내다 물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왔다.

내소사의 연등.ⓒ조남대내소사의 연등.ⓒ조남대
내소사 대웅전과 그 앞에 서 있는 괘불대. 괘불대는 야외에서 큰 법회를 할 때 괘불탱화를 걸어놓고 참배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조남대내소사 대웅전과 그 앞에 서 있는 괘불대. 괘불대는 야외에서 큰 법회를 할 때 괘불탱화를 걸어놓고 참배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조남대

내소사로 갔다. 2년 전인 2013년 1월 1일, 하얀 눈이 엄청 내렸을 때 딸하고 발을 푹푹 빠져가며 왔었던 곳이다. 날씨가 추워 절에 있는 찻집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추위를 녹였던 기억이 아주 강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딸은 회사에 합격한 후 입사하기 전이라 시간 여유가 있었고, 나는 공로연수 중이라 둘이 제주도로 갈까 하다 갑자기 방향을 틀어 1월 1일부터 3일까지 2박 3일간 전북과 충청도 지역을 돌았다. 그때도 참 재밌고 좋았었다.

나는 이런 추억이 있던 곳이지만 부안의 대표적인 사찰인 데다 경희가 못 와본 곳이라서 다시 들리기로 했다. 입구의 전나무가 너무 멋있다. 또 봐도 새롭다. 뜨거운 여름인데도 전나무 그늘이 있어 시원하다. 내소사 전나무의 수령은 평균 110년이나 되었단다. 대장금 촬영장소인 입구 연못 부근에서 경희를 모델로 하여 한 컷 찍었다.

내소사에는 ‘영산회괘불탱괘불대’라는 특이한 것이 있는데 ‘영산회괘불탱’은 보물 제1268호로 숙종 26년(1700년)에 만들었으며, 가로 9.95m, 폭 9.35m로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네 분의 보살 등을 그린 석가칠존도 형식의 영산회상도로 야외에서 법회나 행사할 때 걸어두는 그림이며, 이 그림을 걸어두는 것이 괘불대인데 가로가 6.05m, 세로는 11.205m로 행사 때 불화를 걸어놓고 참배하는 용도로 설치되었단다. 다른 절에는 없는 특이한 시설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 절 입구에 괜찮아 보이는 카페가 있어 들어가 봤다. 사람들이 꽉 찼다. 더운 데다 시골이지만 예쁘고 시원하니까 사람이 많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 장식도 잘 되어 있고 화장실까지 특이하게 잘 꾸며있어 사진까지 찍었다. 오디 팥빙수를 시켰는데 맛이 좋다. 시원한 곳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팥빙수를 먹으며 더위를 식힐 수 있으니 너무 기분이 좋다. 날씨가 정말 엄청 덥다.

광천의 ‘그림이 있는 정원’ 풍경.ⓒ조남대광천의 ‘그림이 있는 정원’ 풍경.ⓒ조남대
예산 ‘의좋은 형제’ 마을에 있는 조형물 앞에서 초등학교 친구와 함께.ⓒ조남대예산 ‘의좋은 형제’ 마을에 있는 조형물 앞에서 초등학교 친구와 함께.ⓒ조남대

이제 서울로 올라가면서 서해안 쪽 지방은 별로 볼 것이 없는 것 같다. 경희가 물색한 광천에 ‘그림이 있는 정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는 동해-남해-서해 순으로 관광을 하면서 한번 갔던 길은 되돌아가는 것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내륙지역인 진안-무주를 거쳐 서해안인 군산으로 가서 선유도를 관광하고 다시 밑으로 내려와 부안으로 왔다가 이제 다시 한참 위에 있는 충남 홍성군 광천으로 향하는 것이다.

한참을 위쪽으로 달려 도착한 곳은 소나무를 잘 가꾸어 놓은 큰 정원이다. 소나무가 특이하고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어 놓은 것 이외는 볼만한 것이 별로 없지만 아름다운 정원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 유명한 곳을 많이 다녀봐서 그런지 좀 시시한 느낌마저 든다. 날씨가 참 덥다. 우산을 쓰고 얼굴을 가리는 모자와 토시로 팔을 가렸지만 많이 탔다.

예산에 사는 초등학교 동기에게 전화했더니만 반갑게 자기 집을 방문해 달라고 한다. 5시 반 정도에 금오산장모텔에 도착했다. 인순이 차를 타고 저녁 먹으러 메기찜하는 곳에 갔다. 오랜만에 얼큰한 찜을 먹으니 맛있다. 식사비용을 경희가 몰래 먼저 계산했더니 막 화를 낸다. 전에 한 번 와서 대접을 받아 이번에는 우리가 사자고 미리 계획을 세웠다.

식사 후 셋이서 예당호를 한 바퀴 돌면서 드라이브를 했다. 옛날 초등학교 다닐 때 국어 교과서에 형제간의 우애가 아주 좋은 ‘의좋은 형제’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예당호 주변 마을에서 있었던 실화라는 것이다. 인순이하고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예산역 부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경희와 셋이서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하면서 회포를 풀다가 모텔로 돌아왔다. 친구가 또 방으로 맥주와 과일을 가져와 한잔 했다. 인순이의 배려로 시원한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어젯밤 새만금방조제에서 야영하느라 제대로 못 잔 잠을 푹 잘 잤다. 친구의 배려가 너무 고맙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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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조남대 씨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경기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중에 있으며 정년퇴직한 부인과 함께 일상에서 탈출, 55일간의 전국여행을 끝마치고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서 독자들로 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여정의 하루 하루를 데일리안에 재편집해 연재를 시작하는데 내용안에 부부애가 듬뿍 담겨있어 평소에 '닭살' 돋는 것을 못참는 독자는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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