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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하고도 큰소리치는, 그 ‘자신감의 근거’가 뭔가

    [데일리안] 입력 2020.03.23 09:00
    수정 2020.03.23 10:13
    데스크 (desk@dailian.co.kr)

“혐의는 검찰의 일방적 주장일 뿐”

김의겸 재빨리 열린민주당으로

범여당이 총선서 이기면 생길 일

총선대비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인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총선대비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인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사퇴한 날(2019년 3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오찬을 베풀며 그를 위로했다. 식사 후엔 산보를 하면서 앞으로 어디서 살 거냐고 묻는 등 걱정을 하며 다독거려 준 것으로 언론들이 보도했었다.


지난 1월 14일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각별히 챙겼다.


“유무죄는 수사나 재판 과정을 통해서 밝혀질 일이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 그 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


“혐의는 검찰의 일방적 주장일 뿐”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이젠 조국 장관은 좀 놓아주고”라는 표현도 매우 부적절했다.


잘못이 있어서 자리를 물러난 사람들이다. 속으로 어떤 생각을 가졌든 대통령으로서는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대단히 높은 수준의 도덕적 윤리적 의무를 전체 공직사회가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로 삼게 했어야 했다. 그런데 되레 감싸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억울한 사람’으로 여겨지게 만들었다. 이들이 지금에 이르러서도 오히려 가슴 내밀며 여론‧언론‧검찰을 공격하고 나설 수 있는 배경도 다르지 않다. 대통령의 신뢰가 여전하다는 믿음이 국민과 상식과 제도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겠는가.


조 전 장관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 준비 기일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가족비리 혐의와 관련, “공소사실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사실관계가 왜곡됐다”며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변호인들을 통해 밝혔다.


작년 12월 31일에 11개 혐의로 기소된데 이어 올 1월 17일에 다시 한 가지의 혐의가 더해져 추가 기소됐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죄목들인데도 그는 불구속 상태다. 정말 괴력의 소유자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 정도는 또 약과다. ‘조국 수호’ 세력이 여전히 건재하고 격렬하다. 이들은 야간 촛불집회까지 마다않으면서 검찰을 압박하는가 하면 21대 국회의 의석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조 전 장관에 대해 검찰이 제시하는 혐의 모두가 ‘억지‧왜곡’이다. 설령 그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한다고 한들 무슨 문제냐는 의식일지도 모른다.


김의겸 재빨리 열린민주당으로


“조 전 장관이 누구인가.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크게 졌다고 강조할 만큼 중요한 우리의 인적 자산이다. 그리고 우리의 다음 정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문 대통령의 오른팔이기도 하다. 누가 감히 이 분을 핍박하려 하는가.”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정권 주변의 분위기로는 그렇다.


김 전 대변인의 행태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흑석동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아내 탓’을 하면서 사퇴했다. 기자들에게 사퇴 사실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에서 그는 스스로 ‘까칠한 대변인’이었다며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었다”고 썼다. 청와대 대변인이기보다는 좌파정치세력의 언론 전사를 자임했다는 말 아닌가.


그는 지난해 12월 1일 흑석동 집을 팔아 시세 차익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그 나흘 만에 집이 팔렸다. 그는 지난달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금을 제한 차익 3억 7000만원을 한국장학재단에 기부했다며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공천신청을 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니까 총선 출마를 위한 기부였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거듭 자진사퇴를 압박하자 김 전 대변인은 결국 지난 3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쓰임새를 인정받고자 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보았다. 때론 몸부림도 쳐봤다. 하지만 이제는 멈춰 설 시간이 된 듯하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장감이 묻어나는 불출마의 변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김의겸 이야기’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어느새 민주당을 떠나 열린민주당으로 가서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올랐다. 순번은 온라인 투표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후보가 되긴 됐다. 게다가 앞자리에 배치될 공산이 크다.


범여당이 총선서 이기면 생길 일


그는 21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비례대표 후보자로 나선 이유를 밝혔다. “(청와대 대변인 시절) 보수언론에 대고 할 말은 한다고 했는데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면서 “언론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썼다. 그러니까 국회의원이 되어 보수언론 버릇을 고치는 법을 만들겠다는 뜻이겠다.


언론인 출신 전직 청와대 대변인의 인식이 이렇다. 자신은 이른바 ‘진보 언론’ 출신이라는 얘기 같은데 그렇게 편을 갈라 한쪽을 비난하는 식의 언론관은 어디서 배워 언제 체질화했는지 궁금하다. 이런 인식을 거리낌 없이 피력하게 된 배경 또한 문 대통령 식 측근 챙기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허물은 아예 ‘없었던 것’이거나 ‘억울한 모함’으로 치부해버리고 남을 공격하는데 열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의 신뢰와 친애 표시 덕분 아닌가. 그렇다 해도 그렇지, 이들의 이 당당한 남 탓은 강심장이기 때문인가 철면피여서 인가.


만약에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거기에 열린민주당까지 더해진 ‘연합여당’이 총선에서 크게 승리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①우선 조국‧김의겸 등 친문 핵심들의 신원(伸冤)운동이 거칠게 일어날 것이다. ② 21대 국회가 개원하기 무섭게 개헌안부터 들이밀 수 있다. ③준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을 손 봐서 자유우파 정당을 군소정당의 지위에 묶어 버리려고 시도할 법하다. ④문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법제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⑤자유우파적 제도, 주장 등을 원천봉쇄할 입법적 잔꾀의 분출 현상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런 게 다 기우(杞憂)이기를 바라지만 워낙 궤변에 능한 사람들이 정치를 주도하는 시절이어서 별별 나쁜 상상을 다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 언제까지 기다려야 성숙단계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인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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