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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e-트론의 '조막손', 사이드미러의 종말 불러오나

    [데일리안] 입력 2020.08.21 06:00
    수정 2020.08.20 21:58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공기저항 감소, 시인성 제고…전기차·자율주행 시대 필수

낯선 디자인·활용방식이 걸림돌…익숙해지는데 시간 필요

아우디 e-트론. 조막손처럼 작게 달린 버추얼 사이드미러가 눈에 띈다. ⓒ데일리안 조인영 기자아우디 e-트론. 조막손처럼 작게 달린 버추얼 사이드미러가 눈에 띈다. ⓒ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자동차 명가 아우디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첫 순수전기차 ‘e-트론’은 전형적인 자동차 디자인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디자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바로 사이드미러가 있어야 될 자리에 마치 ‘조막손’ 처럼 앙증맞게 자리 잡은 카메라봉(?)이다.


아우디에서 ‘버츄얼 사이드 미러’로 이름붙인 이 장치는 후방 상황을 거울로 인지하는 기존 사이드미러에서 벗어나 카메라로 측후방을 비춰주는 역할을 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e-트론과 같은 ‘미러리스 자동차’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전기차와 운전자의 차량 통제 영역이 축소되는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될수록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우디는 양산차 최초로 적용한 버츄얼 사이드미러를 e-트론의 공기역학적 효율을 높여주는 대표적인 요소로 꼽고 있다. 사이드미러 때문에 좌우로 튀어나올 부분을 없애면서 전폭을 15cm나 줄였고, 이를 통해 항력 계수를 SUV 세그먼트 최고 수준인 0.27까지 낮췄다는 것이다.


카메라의 시인성을 강화하해 야간이나 어두울 때도 편리한 운전을 도와주고, 교차로 축소, 차도 가장자리 등의 개별 모드를 통해 주행 스타일에 알맞은 이미지를 OLED 디스플레이로 보여준다는 점도 버츄얼 사이드미러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좌우 방향지시등을 켜면 후측방 화면을 보여주는 싼타페의 클러스터.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좌우 방향지시등을 켜면 후측방 화면을 보여주는 싼타페의 클러스터.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사실 거울 대신 카메라로 찍은 후방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은 크게 낯선 것은 아니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사이드미러 한쪽에 작은 카메라를 달아 좌우회전 깜빡이를 켤 때마다 운전대 앞의 클러스터에 보여주는 옵션이 있는 경우가 많다.


e-트론과 같이 아예 사이드미러를 없애고 카메라로 대체하는 경우도 콘셉트카 등에서는 많이 볼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7월 공개한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CMS, Camera Monitor System)도 e-트론의 버추얼 사이드미러와 비슷한 방식이다.


현대모비스 CMS가 장착된 콘셉트카 엠비전 역시 e-트론의 버추얼 사이드미러와 같은 ‘조막손’이 달려 있다. CMS는 차량 외부 돌출부를 최소화하는 만큼 공력성능을 높이고 풍절음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카메라 센서 화각이 35도 내외로 17도 안팎인 일반 사이드미러 화각의 두 배 이상으로 넓다는 점이 강점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차량 주변 360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자율주행시대에 거울 대신 200만 화소 이상의 고성능 카메라를 2개 이상 장착하는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의 적용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모비스의 콘셉트카 엠비전. e-트론의 버추얼 사이드미러와 같은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CMS, Camera Monitor System)이 장착됐다. ⓒ현대모비스현대모비스의 콘셉트카 엠비전. e-트론의 버추얼 사이드미러와 같은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CMS, Camera Monitor System)이 장착됐다. ⓒ현대모비스

미러리스 시스템이 기존 사이드미러에 비해 비용적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요즘 나오는 사이드미러에는 거울 뿐 아니라 전기모터, 카메라, 후측방 감지 경고 램프 등 다양한 장치가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만 버추얼 사이드미러는 구조가 심플한 만큼 가격도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카메라가 거울을 대체하는 ‘미러리스 자동차’가 미래 자동차 시대의 대세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양산 적용을 미루다 아우디에 선수를 뺏긴 것은 이 기술이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에게 낯설기 때문이다.


일단 외양부터가 익숙해지기 힘들다. 사실 상식적으로 매끄러운 자동차의 몸통에 좌우로 거울이 돌출된 것 자체가 부조화라고 할 수 있지만, 이미 한세기 가량 그 모습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사이드미러가 없거나 작게 달려있는 게 더 낯설다.


실제 e-트론이나 엠비전의 모습을 보면 커다란 덩치에 앙증맞은 카메라 봉이 달린 모습이 썩 조화롭진 못해 보인다. 마치 거대한 머리의 타라노사우르스가 조막손을 가진 게 어색하듯이 말이다.


카메라로 찍은 측후방 화면을 보여주는 e-트론의 버추얼 미러 디스플레이. 터치해 조작이 가능하다. ⓒ데일리안 조인영 기자카메라로 찍은 측후방 화면을 보여주는 e-트론의 버추얼 미러 디스플레이. 터치해 조작이 가능하다. ⓒ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운전자 입장에서도 오랜 기간 창밖의 거울을 통해 측후방을 살피는데 익숙해져 있다 실내의 모니터로 대체하는 게 영 못미덥다. 실제로는 거울보다 더 정확하고 넓은 범위를 보여주지만 인식 상으로는 직관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심지어 e-트론을 판매하는 아우디코리아 관계자까지 버추얼 사이드미러가 익숙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할 정도다.


정차시에는 버추얼 사이드미러를 그대로 둬야 할지 접어야 할지도 애매하다. 아우디코리아 측은 버추얼 사이드미러의 너비가 차체 너비를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굳이 접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버추얼 사이드미러가 벽이나 옆차에 닿을 정도면 이미 차체 일부가 닿아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e-트론의 버츄얼 사이드 미러. 두번째 사진은 안으로 접은 모습, 세번째 사진은 밖으로 접은 모습. ⓒ데일리안 조인영 기자e-트론의 버츄얼 사이드 미러. 두번째 사진은 안으로 접은 모습, 세번째 사진은 밖으로 접은 모습. ⓒ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하지만 정차시에는 사이드미러를 접는 데 익숙해져 있던 소비자들에게는 그걸 편 채로 두는 게 영 찜찜하다. 이를 감안해 아우디는 버추얼 사이드미러의 접힘이 가능하되, 전동식이 아닌 손으로 접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결국 버추얼 사이드미러와 같은 ‘조막손’ 형태나, 그보다 더 진보해 아예 좌우 돌출부가 없는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이 자리 잡으려면 e-트론과 같은 혁신 제품들이 속속 등장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게 최선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글로벌 각국은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과 관련한 법규를 앞다퉈 제정하고 있으며,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현대모비스가 국내 최초로 제품 개발에 성공한 만큼 앞으로 글로벌 수주에 본격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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