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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소외된 무대 밖 인력②] “코로나19 지원 사각지대, 올해 매출 제로”

    [데일리안] 입력 2020.08.24 06:00
    수정 2020.08.24 00:0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프리사운드시스템즈ⓒ프리사운드시스템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공연 무대 시스템 업체들의 고용 불안 문제는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계약서 작성이 무시되고 있는 현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취소 피해를 입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표준계약서가 도입됐지만,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시스템 업체에 종사하는 이들 조차도 “계약서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표준계약서 미작성은 업계에서 당연시 되어 왔다. 사실상 ‘갑’과 ‘을’ 관계로 묶이는 공연 주최사와 시스템 업체의 사이에서 선뜻 업체가 “계약서를 쓰자”는 말조차 꺼낼 수 없는 형편이다.


8년간 공연 사운드 시스템 업체 프리사운드를 운영 중인 이재우 대표는 “그동안 큰 분쟁이 일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계약서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종종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거나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계약서의 필요성이 언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사운드의 경우 평균적으로 연간 300여개의 행사와 공연 계약을 하지만,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는 많아야 3건 정도에 그친다.


특히 이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계약서의 부재로 겪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공연이 취소됨으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계약서가 없다보니 이를 증빙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면서 “음향 등의 용역을 제공하고 난 이후 결제를 받기 때문에 당연히 기획사·제작사로부터 대금을 받을 수 없고,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손실은 온전히 민간 업체의 몫”이라고 무력감을 드러냈다.


ⓒ프리사운드시스템즈ⓒ프리사운드시스템즈

보통 한 업체에서 여러 팀으로 나눠 동시다발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연의 내용과 규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최초 기획단계에서부터 시스템 업체가 선정되기 때문에 하나의 공연을 올리기 위해 적게는 3개월에서 6개월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급박하게 진행되는 공연이라도 시스템 업체는 2~3주 전부터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즉 공연을 위해 장비를 투입하고 스탠바이를 해둔 상황에서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닥치면 설치·철수 비용은 물론 장비를 대여하기로 했던 기간 동안 이들은 ‘실직’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매달 매출 신고를 하는데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했을 때 90%가 줄었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 분들도 다 비슷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장비를 리스로 구매해서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공연이 사라지다 보니 장비 대금을 지불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실제로 올해 초 몇몇 업체는 장비 대금을 치르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장비를 반납하는 경우가 많았다. 계약에 따라서는 조기 반납에 따른 위약금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것은 코로나19로 수익 없이 피해액만 늘어나다 보니 회사 운영 자체가 불가한 사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협력 업체들을 등록해 놔서 회사 상황이 실시간 문자로 전송된다”면서 “코로나19 이후 공연기획 관련 회사들의 폐업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9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1월과 2월 사이에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많은 업체들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받고 있다. 하지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1년에 180일, 그러니까 최대 6개월까지 가능하다. 결국 8월쯤이면 이전에 신청했던 지원금마저 받을 수 없는 시기인데,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재개되려던 공연들이 또 다시 취소되고 있다. 결국 직원을 정리하거나 구조조정, 극단적으로는 폐업을 해야 하는 회사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리사운드시스템즈ⓒ프리사운드시스템즈

정부에서는 오프라인 공연의 부재에 따라 적극적으로 온라인 공연으로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에 비해 온라인 공연에서는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고 무대와 무대의 전환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반면 음향 장비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관객이 없다 보니 큰 규모의 음향장비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고 했다. 결국 장비를 대여해줌으로써 오는 수입은 줄고, 인력은 늘면서 오프라인 콘서트 대비 수익은 절반에 그친다.


이 같은 문제점들에 대해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 불공정한 계약과 투자 대비 적은 수입, 과도한 출혈 경쟁 등 업계에 뿌리 내린 관행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이런 문제점들을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협회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공연 시스템 업체들에 대한 처우는 제자리 걸음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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