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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펀드'에 수술칼 들이댔다…'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데일리안] 입력 2020.08.31 00:00
    수정 2020.08.31 05:15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조국 흑서' 초판 하루만에 매진…국민적 화제

'조국 백서' 40위로 밀어내고 베스트셀러 1위

김경율·권경애, '조국 펀드' 팩트 위주로 분석

비전문가도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정리 '매력'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 진중권·서민·김경율·권경애·강양구 공저, 천년의상상 펴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시중에서 구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국민적 화제 몰이를 하고 있다. 정식 제목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이지만, 이른바 '조국 흑서'라는 애칭으로 더욱 사랑받고 있는 이 책은 초판이 하루만에 매진돼 저자 증정본까지 유통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인 여의도 주변 세 곳의 대형 서점에서도 '조국 흑서'를 구할 길이 없었다. 반디앤루니스 신영증권점은 "매진됐다"라며 "9월 4일 이후에야 다시 입고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영풍문고 여의도IFC점도 "그 책은 다 팔려서 없다"고 했다.


교보문고 영등포타임스퀘어점에도 없었다. 평대 한켠에는 이른바 '조국 백서', '검찰개혁과 촛불시민'만 하릴없이 쌓여 있었다. '문빠' '대깨문' 성향 인사들이 "전국민이 읽어야 한다" "베스트셀러 1위가 돼야 한다"고 부르짖었던 이 책은 30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온라인 일간집계에서 40위로 밀려났다. 1위는 '조국 흑서'였다.


'조국 흑서'는 '진보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 강양구 전 프레시안 편집부국장이 공저자다. 서민 교수는 "진보의 목소리를 냈던, 현 정권을 지지하다 비판으로 돌아선 게 필진의 조건"이라고 밝혔다.


7장으로 이뤄진 본문 중에 '조국 사태'를 팩트 위주로 분석한 4~5장이 핵심이다. 김경율 회계사와 권경애 변호사가 필진에 가세하면서 내용이 풍부해졌다. '사모펀드 문외한' 진중권 전 교수와 서민 교수도 이해할 수 있도록 '조국 펀드'의 의혹을 조명했다.


공저자들은 펀드를 운영한 코링크PE 자체가 사실상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자산으로 세워진 회사라는 점에 주목했다. 49인까지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외피를 빌렸지만, 다른 투자자의 진입을 봉쇄했다는 점에서 '조국 펀드'가 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권경애 변호사는 "(조국 전 장관이) '연구실에 묻혀 살면서 가정경제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 선비 같은 사람인가보다'고 믿으려 했다"면서도 "기자간담회 때 '5촌 조카가 코링크PE를 소개만 해줬을 뿐이라는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다. 5촌 조카 조범동이 코링크PE의 실질적 운영자"라고 단언했다. 이는 1심 판결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김경율 회계사는 "코링크PE는 2016년 2월에 설립됐다. 조국 부부 자금 5억원이 5촌 조카 조범동의 처 이은경에게 간 것은 2015년 12월"이라며 "코링크PE는 처음부터 조국의 돈으로 세워진 회사"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김경록PB가 코링크에 직접 방문해서 30억원 정도 투자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더라. 사모펀드는 49명까지 가입이 가능한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조국 가족만을 위한 펀드로 운용하기 위해 다른 투자자를 받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링크 설립 이전부터 조국 가족 자금 투입돼
'가족 펀드' 운용키 위해 다른 투자자 '안된다'
암호화폐 폭락 직전에 '레드펀드' 청산 성공
서울지하철 공공와이파이사업 낙찰 '복마전'


이렇게 설립된 코링크PE의 수상한 지점으로 공저자들은 △암호화폐 폭락 직전 관련 펀드 청산 △서울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사업 낙찰 등을 지목했다.


권경애 변호사는 "코링크PE가 만든 첫 사모펀드 '레드펀드'는 아큐픽스를 인수해 포스링크로 이름을 바꾸고 암호화폐업체 써트온을 인수해서 코인링크라는 거래소를 차렸다"라며 "레드펀드는 2017년 11월에 청산되는데, 한 달 뒤에 금융위·법무부가 암호화폐거래소 폐쇄 계획을 발표했다. 암호화폐 폭락 직전에 청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사업과 관련해선 "2016년 9월 3차 입찰에서 S업체가 응찰해서 (코링크PE가 투자자문을 맡은) 피앤피플러스 컨소시엄이 탈락했는데, 서울시는 4개월간 감사를 해서 S업체 입찰을 취소시켰다"라며 "정말 이상하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김경율 회계사는 "이런 상태에서 2017년 2월 조국 가족 자금 5억원이 코링크PE에 추가 투입되는 것"이라고 거들었고, 권 변호사는 "2017년 9월 피앤피플러스 컨소시엄이 지하철 공공와이파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정리했다.


전문가 대담의 사회를 맡은 진중권 전 교수는 "들을수록 수상한 일들의 연속"이라며 "펀드에 조국의 돈이 들어가고 바로 서울시 공공와이파이 사업권을 따냈다니 아주 노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경율 회계사는 "민정수석은 정보를 취급하는 곳이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모펀드가 투자하기 좋은 기업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국가보조금이 투입되는 유망사업에 관한 정보나 국가정책으로 폐지될 사업에서 엑시트(exit)할 시기를 알 수도 있다"고 답했다.


"윤석열, 조국 막았던건 정권 향한 충정이지만
조국은 文 이어 대통령될 사람…죄 못 씻는다"
"장모 의혹, 주진우도 '이미 끝난 일'이라 했다
묻었던 장모 이야기 꺼내 공격하니 치졸하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거듭된 '보복성 검찰 인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사모펀드 전문가'들을 포함한 공저자들의 '조국 펀드' 분석은 훗날 정의의 맷돌이 다시 돌아갈 때를 대비해 의혹의 불씨를 보존해뒀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는 분석이다.


검찰과 관련해 공저자들은 윤 총장의 행위는 오히려 정권을 향한 충정에서 비롯됐다고 바라보면서도, 단순한 한 명의 '살아있는 권력'이 아닌, 현 정권의 권력승계작업을 망가뜨린 측면으로 인해 '용서받지 못할 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권경애 변호사는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은 처음에는 조국 청문준비단에게 '성실히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면서도 "윤 총장의 조국 임명 반대에는 이 정권에 대한 충정이 포함됐다고 보는데, '검찰개혁에 대한 쿠데타'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떠올렸다.


서민 교수는 "(윤 총장의) 장모는 주진우 기자마저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서 이미 대법원까지 끝난 일이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명예훼손이라고 한 적이 있다"면서도 "윤석열이 조국을 낙마시키니까 묻었던 장모 이야기를 꺼내 윤석열을 공격하니 얼마나 치졸하냐. 새로운 비리를 '개발'해서 공격한다면 성의라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윤 총장이 조국 장관 임명을 그렇게 막으려 했던 것은 나름 정권의 위험을 막으려는 충정"이었다면서도 "지금의 (현 정권과 '문빠' '대깨문'들의) 주적은 윤석열 총장이다. 그의 죄는 죽음으로도 못 씻는다"고 단언했다.


'문빠' '대깨문' 비이성적 행태, 도마 위에 올라
"'지령' 한마디 하면 그 논리로 일제히 실드 쳐"
"유시민에게 '사실'은 '얼마든 제작 가능한 것"
"주진우, 솔직히 기자로서 자질 의심스런 사람"


'조국 사태'는 그 사태 자체에 얽힌 의혹만큼이나, 전개 과정에서 이른바 '문빠' '대깨문'들의 보여준 비이성적인 행태로 화제를 끌었다. 이와 관련, 공저자들은 저명 진보 인사와 자칭 언론인, 그리고 이들을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팬덤'을 도마 위에 올렸다.


진중권 전 교수는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할 때는 (조국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어서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서도 "정치적인 문법에서는 카드를 깠는데 온갖 흠집이 나 있으면 플랜B로 넘어가야 하는데도 이 사람들은 허위와 날조를 통해 조국이 죄를 짓지 않은 다른 세계로 가는 길을 창조했다"고 비판했다.


서민 교수는 "명백한 잘못을 했을 때는 잠깐 조용하더라. 자기들이 생각해도 너무했다 싶은 것"이라면서도 "그러다가 자기들이 좋아하는 뉴스나 유튜브에서 한마디 하면, 이것을 전문용어로 '지령'이라고 하는데, 그게 대응논리가 돼서 그 논리로 일제히 실드를 치기 시작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강양구 전 부국장은 "그 논리를 제공해주는 사람이 유시민·김어준 등"이라고 지목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유시민은 표창장이 가짜라 하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라더라. 대안적 사실을 제작해 현실에 등록하면 그게 곧 새로운 사실이 된다는 것"이라며 "이들에게 사실이란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고 언제라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자의 딸이 수사 대상이 됐을 때, 뜬금없이 제1야당 원내대표 아들을 수사하라고 '지령'에 따라 울부짖은 '문빠' '대깨문'들의 행태에 이들은 "어처구니 없다" "한심한 소리"라고 애처로운 감정을 드러냈다.


강양구 전 부국장은 "'왜 강 기자는 나경원 아들은 언급 안하냐'는데, (그 때) 나경원 아들을 왜 언급하느냐. 나경원이 법무장관 되면 그 때 언급하면 되지 않느냐"라며 "이런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거짓 등가성'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병우 수석 아들 사건 때 누가 '왜 우병우만 파느냐. 왜 조국은 안 파느냐' 이런 식으로 반문했다면 '무슨 한심한 소리를 하느냐'고 그랬을 게 아니냐"라며 "똑같은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서민 교수는 "조국 교수 딸을 검찰이 수사할 때 '문팬'들이 '나경원 아들은 왜 조사 안하냐'고 물타기 들어갔는데, '주진우의 스트레이트'가 진짜 나경원 전 의원 아들에 대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를 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주진우는 솔직히 기자로서 자질이 의심스러운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보수정당 나아갈 길 고민은 독자 몫으로 남아
"통합당, 민주당과 1당 놓고 경쟁 힘들어보여"
"부침 있겠지만 민주당이 선거서 계속 이길듯
보수정당, 변신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지난 28일 그나마 '조국 흑서'를 구할 수 있었던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초로의 남성이 정치사회 데스크에 문의해 책 한 권을 건네받고 계산대로 향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거의 외출을 하지 않지만 이 책은 꼭 사서봐야겠다 싶어서 나왔다"며 "내가 진중권·서민에게 인세 보태주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고 웃었다.


'조국 흑서'가 베스트셀러 1위로 뛰어오른데에는 이처럼 현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이 좌우 성향을 가리지 않고 이 책을 구매한 게 바탕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이해하기 어려웠던 '조국 사태'의 사모펀드 관련 핵심 의혹을 정리하고 '문빠' '대깨문'들의 비이성적 행태 분석에 공감할 수 있겠지만, 결국 보수정당의 나아갈 길에 대한 고민은 스스로의 몫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 성향인 공저자들은 더불어민주당에 가혹하고 정의당에 애정을 내비치지만, 미래통합당은 부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큰 관심은 보이지 않는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초로의 남성은 독자로서 실망할는지도 모르지만, 보수정당의 미래를 '진보 논객'들이 제시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강양구 전 부국장은 "('신적폐' 민주당에 대응해서 통합당을 지칭하는) 구적폐는 자연스럽게 쪼그라들 것 같다"며 "세력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10~20년 전처럼 크게 부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민 교수도 "미래통합당은 과거처럼 민주당과 1당을 놓고 경쟁하는 게 힘들어보인다"라고 거들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부침은 있겠지만 (민주당이) 선거에서 계속 이길 것 같다"며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고 여기에 10%만 붙이면 늘 이기는 구도를 이제는 민주당이 갖게 됐다"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보수정당이 변신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보수정당이 어떻게 변해야할지는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유효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으면 자기들만의 의제를 새롭게 세팅하면서 보수의 서사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안 된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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