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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주 좌파적 행태에 대한 통렬한 비판"

    [데일리안] 입력 2008.01.2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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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투사에서 자유주의자로 전향한 박종운 경제칼럼집 출간

“민의에 봉사하는 시장경제, 자율적이며 실질적인 민주주의”

‘시장경제가 민주주의다’(박종운, 도서출판 엣즈, 311쪽)‘시장경제가 민주주의다’(박종운, 도서출판 엣즈, 311쪽)
‘시장경제가 민주주의다’(박종운, 도서출판 엣즈, 311쪽)는 87년의 봄을 이끌었던 운동권 세대들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인 박종운씨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도화선이 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경제칼럼을 표방한 ‘시장경제가 민주주의다’는 제목부터 시장경제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말하며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다수의 행복과 시장경제가 추구하는 다수의 편익이 동전의 양면이라고 강조한다. 즉 소수의 권력자가 아니라 대다수의 소비자가 왕인 자유시장경제는 다수의 권익을 보호, 보장하는 민주주의 그것과 닮았다는 것.

좌파적 시각에서 볼 때는 마르크스주의에 탐닉해 밤새워 토론하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또는 독재나 부정에 맞서 투사를 자처한 박씨의 이력과 이 책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기름칠을 하지 않아 움직일 때마다 ‘삑삑’ 소리가 나는 경칩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민주주의라는 시각에서 볼 때는 시장경제야말로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모습에서 의외로 투사 박씨와 전향한 자유주의자 박씨의 행로가 일관돼 있다.

박씨는 ‘전향의 이유’에 대해 “자신의 삶과 무관치 않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이룬뒤, 세계사적인 사회주의의 몰락을 보며 사회주의의 허위와 비인간성을 느꼈다고 말한다. 주체사상과의 치열한 논쟁과정에서나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우열을 논할 때도 박씨는 ‘인간 존중’이 먼저였다고 회고한다.

‘시장경제가 민주주의다’는 그러한 박씨의 생각이 잘 드러난 책이다. “시장경제는 자급자족 경제와 달리 남에게 봉사해야만 유·무형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제로, 자율적이며 실질적인 민주주의다” “한 때 정치적으로는 민주화, 경제적으로는 냉혹한 시장경제체제 대신 인간적인 사회주의를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사회주의가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등 꽤 직설적인 박씨의 비판은 여전히 수구적인 좌파의 굴레에 묶여있는 과거 동지들이라면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 한겨레 기고 등을 통해 박씨에게 ‘박종철을 2번 죽이지 말라’는 질타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박씨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시장경제가 민주주의다’를 통해 그는 “왕국에서 민국으로 혁명의 핵심은 권력 원천의 이동”이라며 “머슴이 주인노릇을 참칭하는 생산자 민주주의의 잘못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는 소비자 민주주의의 확립의 전 단계”라고 강조한다.

특히 “민주주의 주체인 민이 정치적으로는 유권자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소비자이며, 시장경제는 소비자의 더 많은, 더 절실한 욕구를 충족해주는 봉사의 질서”라며 자유주의 또는 시장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구 질서 하에서의 지배지향적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이 시장을 통제했던 이데올로기”임을 주장한다. “효율적 봉사, 자율적 선택을 인정하지 않고 선악으로 매도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반민주주의”라는 박씨의 항변은 수구적인 좌파 운동권의 각성을 촉구하는 호소문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진보적 자유주의자’로 규정하는 박씨는 시장경제의 중요한 주체인 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저축자, 과학기술자야말로 이 사회를 진보시키는 원동력이라며, 기존의 보수, 진보의 이분법과 다른 생활속의 분류법을 이야기한다. ‘시장경제가 민주주의다’에 나타나는 이런 박씨의 시각으로 보면 국민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가 진보로 분류되었던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좌파적 시각에서라면 열렬한 투사였던 박씨의 전향이 변절로 보일지도 모른다. 민주주의 관점에서 시장경제를 해석해내는 그의 선명한 입장은 예나 이제나 다름없이 일관성을 보여주지만 진보진영에서는 바라보기엔 박씨는 갑작스레 보수화된 인물이고, 보수진영에서 보긴엔 민주주의 만능주의자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들은 시장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보고 논외로 하면, 시장경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기한 박씨의 이 모범답안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맞춰 제기되는 여러 정책의 근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책에서 박씨가 밝히는 여러 주장들은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제기되는 여러 정책과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발견들도 이 책을 읽는 작은 흥밋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책 구입 문의는 032-678-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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