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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촛불혁명 정부’의 이상(理想)은 무엇인가?

  • [데일리안] 입력 2019.09.02 09:00
  • 수정 2019.09.02 08:30
  •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반칙 선수가 아닌 룰이 문제?

자기 덫에 걸려버린 어느 지식인… “소명 기회 끝까지 기다리겠다”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반칙 선수가 아닌 룰이 문제?
자기 덫에 걸려버린 어느 지식인… “소명 기회 끝까지 기다리겠다”


서울대학교 학생 및 졸업생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계단에서 서울대 총학생회 주최 서울대학교 학생 및 졸업생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계단에서 서울대 총학생회 주최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갖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 3개국 순방을 위해 1일 출국했다. 성남 서울공항에서 그는 환송나간 민주당 지도부에 “인사청문회를 정쟁으로만 몰고 가 능력 있고 좋은 사람들이 청문회가 두려워서 사양하는 일이 늘고 있어 발탁하기가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했다는데 말이 되는 말이긴 하다. 청문회 한 번 거치면 스스로 깨끗하고 떳떳하다고 자부하던 사람도 상처를 피할 수가 없다. 그러니 발탁하려 해도 사양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언급은 안 들으니 만 못하다. ‘능력 있고 좋은 사람’이라면 청문회가 꺼려지긴 하되 장관직을 아주 포기할 정도로 겁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인재풀이 그만큼 작다는 말이 된다. 이른바 코드 인사, 연고 인사를 하자니 품을 수 있는 대상자가 많을 수가 없다.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자리의 수요는 넘쳐나겠지만 관문을 거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적게 마련이다. 그러니 우선 문 대통령은 인사풀을 키우는 방안부터 찾을 일이다.

반칙 선수가 아닌 룰이 문제?

이날 문 대통령의 황당 멘트는 이뿐이 아니었다. 그는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이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서 대학입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 달라”고 배웅나간 당·정·청 관계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언론들이 전했다. 선수가 심한 반칙을 한 것 때문에 심판들이 모여 징계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시종 침묵을 지키던 주심이 이렇게 결론지었다. “그 선수의 문제를 넘어서서 이 게임의 룰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라.”

문 대통령은, 적임자를 기용하지 못하는 것은 ‘정쟁’ 탓이고, 장관 후보자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제도’ 탓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뿐이 아니다. 조 후보자 문제와 관련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에 대해서도 일종의 지침을 시달한 격이 된다. “의혹은 정쟁에서 비롯됐다. 설혹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건 제도 탓이다.” 대통령의 말이 그렇게 들리는데 제대로 수사를 할 수가 있겠는가(윤석열 검찰총장은 다를 것이라는 말이 많긴 하지만…).

문 대통령이 구하는 인재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하다. 자신의 정책 목표를 이뤄줄 사람이면 그가 어떤 인격형의 소유자든 상관없다는 것인가. 이른바 ‘촛불혁명’의 완수를 위해서는 이념적 동질성으로 무장된 노련한 칼잡이이기만 하면 된다는 말인가. “적폐를 청산하라!”는 자신의 명령을 아무 고민도 없이 수행해내고야 말 그런 칼잡이?

장관이라면 대통령을 보필하며 한 나라의 국정을 이끌 사람이다. 일반 국민들과 현격히 차이가 나는 높은 도덕성·정직성을 갖춘 인물일 필요까지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해당분야 장관을 물색하는 일이지 도덕 교사를 뽑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인격만큼 기량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격의 기본은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하다못해 평균인의 수준은 돼야 하는 것이다.

자기 덫에 걸려버린 어느 지식인

조 후보자는 그 기본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언론이나 여론이 일정부분 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핑계가 될 수 없을 만큼 아주 한심한 인격 수준을 드러냈다. 언론을 통해 듣고 보기로는 그렇다. 언론이 잘못이라고 말하진 말기를 바란다. 확인된 팩트 만으로도 그는 국민의 격렬한 분노를 사기에 부족함이 없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최근까지 트위터에 올린 글만 약 1만 55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사회 부조리를 준엄하게 꾸짖는 글이 대부분이고, 민정수석 재직 시절엔 청와대 발표 정책을 알리는 글도 썼다”고 이 신문은 전하고 있다. 그렇게 호기롭게 남을 SNS로 단죄하던 그가 자신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페이스북에 그의 ‘내로남불 글’만 모아놓은 ‘Cho est lux mundi(조국은 세상의 빛)’라는 계정이 생겨났다고 한다. ‘조로남불’, ‘조과싸’(조국은 자신과 싸운다), ‘조스트라다무스’(자신의 오늘을 예언했다는 의미인 듯하다),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이다) 등의 신조어가 날마다 등장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는 망연해질 뿐이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다. 지식인이자 정권의 실세라는 인물의 자기 파괴 과정을 목격하는 심정이 예사로울 수 있겠는가.

조 후보자가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궁지에 몰리는 듯하자, 그의 편인 지식인들이 엄호의 진(陣)을 펼치기 시작했다. 여론과 언론과 야당을 향해 이들은 그들의 장기인 언설의 포문을 열었다. 한마디로 조 후보자를 비난하는 말은 다 헛소리고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조 후보자야 말로 적임자라는 말도 예사로 한다. 이게 곧 진영논리다. 내편은 어떤 과오를 저질러도 문제될 것이 없고, 그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잘못이라는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해댄다. 사회적으로 똑똑하다고 알려진 사람들이다. ‘아는 게 힘’이라며 근학을 독려하던 시대에 태어나 살아 온 사람으로서 ‘식자우환’의 상황을 목도하는 심정이 ‘참담’하다. 설상가상, 집권 민주당의 ‘자위’ 시비는 정치에 대한 한 가닥의 기대마저 잘라버렸다.

“소명 기회 끝까지 기다리겠다”

조 후보자는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인상이다. 그는 1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그는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국민께 소명할 기회를 기다려왔는데 답답한 심정”이라며 “여야 합의로 정해진 일정이 지켜지지 않아 장관 후보자로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있다. 오늘 늦게라도 청문회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대단한 뚝심이라고 해야 할지 집착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이점에서도 예사 사람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소명’하겠다고 했는데 이제까지 쏟아져 나온 자신에 대한 의혹 가운데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전면 부인하겠다는 알 수 없다. 이제까지 버틴 게 인정하기 위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이 아니다. 다만 음해이거나 오해일 뿐이다.” 그런 답변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이 어떻게 공격하든 그걸 겁낼 조 후보자도 여당도 아니다. 어떤 청문회가 되든, 아니면 아예 청문회가 열리지 못하든 자신이 장관으로 임명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법하다. “지난 1월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도 청문회 없이 임명되었는데 조국이 그러지 못할 까닭이 뭐냐?” 그런 심사로…. 다만 자존심이 너무 상해 있으니까 해명, 다시 말해 자기주장을 할 기회를 갖고 싶다는 뜻인 것 같다. 아닌가.

이제쯤 문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국민의 근본적 의문에 대해 답해줘야 한다. ‘촛불혁명’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배경과 이유는 무엇인가. 혁명의 이상은 있는가.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이런 나라를 만들고자 한 것인가. 진정으로 그 것을 구현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국정을 이끌어 왔는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어떤 것으로 구상(構想)되었는가. 이런 나라를 만드는데 반드시 조국 후보자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조 후보자가 아닌 문 대통령의 대답을 듣고 싶다. 일개 국민으로서 과람(過濫)한 희망인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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