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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제거’ 한반도에서도 가능할까?

  • [데일리안] 입력 2020.01.06 09:00
  • 수정 2020.01.06 08:16
  • 데스크 기자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점증되는 미국인의 전쟁 혐오증

인계철선 걷어내기에 바쁜 한국…허물어지는 70년 평화유지 구조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점증되는 미국인의 전쟁 혐오증
인계철선 걷어내기에 바쁜 한국…허물어지는 70년 평화유지 구조


2019년 7월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6.25전쟁 정전협정 66주년을 맞아 7.27 정전협정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군사분계선 너머로 북측 판문각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2019년 7월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6.25전쟁 정전협정 66주년을 맞아 7.27 정전협정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군사분계선 너머로 북측 판문각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Quds·이란혁명수비대의 정예군) 사령관이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이란이 복수를 다짐하고 미국이 상응한 조치를 예고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면도날 제거’였다. 솔레이마니 탑승 차량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철저히 부서졌다. 김정은의 느낌을 어떨까?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그 또한 평양 한 가운데서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어쩌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경고까지 포함해서 솔레이마니 도려내기 작전을 승인했을 지도 모른다.

점증되는 미국인의 전쟁 혐오증

그런데 미국의 그 같은 고도의 제압‧제거 수단이 대한민국의 안전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독특한 대통령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고집이 바로 국가정책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개입 여부는 대통령 한 사람만의 결단으로 결정되진 않는다. 정부 내의 합의가 물론 필요하겠지만 의회의 승인, 국민적 지지, 외국의 이해가 더해질 때만 대통령의 결단은 실천에 옮겨질 수 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팀 케인 민주당 의원(버지니아)이 3일(현지시각) 트럼프에 제동을 거는 결의안을 발의했다고 언론들이 전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추가적인 적대행위를 고조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가결 여부는 불분명하한 모양이다.

언론들이 보도하기로 워싱턴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서 반전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반전조직 코드핑크의 메디아 핑크 이사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이 정도로 많은 인파가 시위에 몰린 것은 처음”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인들이라고 자신들의 자녀가 소중하지 않을 리 없다. 국민적 격분을 유발하는 사건이나 계기가 아니라면 전쟁을 지지할 리 있겠는가.

사실 미국은 전쟁국가다. 미국은 상시적으로 전쟁상태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미국 국민들은 전쟁 피로증‧공포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전쟁혐오 분위기가 가장 고조되어 있는 곳도 미국이게 마련이다.

우리는 1950년 6‧25전쟁 이래 70년을 미국의 보호 하에서 평온상태를 이어올 수 있었다(북측의 수많은 도발이 있었지만 그러나 전쟁상태로 비화하진 않았다). ‘전쟁 없는 67년’을 누린 것이다. 유사 이래 평화상태가 이처럼 길게 이어진 적이 있었을 것 같지 않다. 북한 김씨 왕조체제의 자제력 덕분이 아니라 미국의 후견덕분이었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이 한국 안보의 근간이 되어왔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인계철선 걷어내기에 바쁜 한국

방위조약의 경우,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말 그대로 ‘심혈을 기울여’ 이끌어낸 대한민국 안전판이었다. 이에 따라 미군이 우리 영토 내에 주둔하게도 됐다. 다만 방위조약에는 유사시 자동개입조항이 없다. 당초 조약 체결 자체를 꺼렸던 미국이다. 이런 조건을 만들어 스스로 발목 잡히려 할 까닭이 있었겠는가. 불만족스러운 대로 어쨌든 조약은 성립됐고 그에 근거해서 한국은 미국이라는 방패막이 안에서 안전을 구가했다.

자동개입조항이 없는 게 흠이긴 했다. 그러나 사실상 그걸 보장하는 장치는 구비돼 있었다. 주한 미 전투부대가 북한군의 주요 남침로에 배치됨으로써 북측의 대남 도발은 곧 미국에 대한 도발이 될 것이었다. 이른바 ‘인계철선’이다. 미군의 자동 개입을 유도하는 역할을 주한미군 2사단이 감당하고 있다는 뜻에서 그런 명칭이 붙여졌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주한미군 사령관이 쥐고 있는 것 역시 같은 효과를 내는 기제다.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미군 장성이 맡고 있는 체제도 유사시 미국의 자동개입을 불가피하게 한다.

그런데 한국 진보‧좌파 정권에 의해 이 철선들이 하나하나 걷히고 있다. 주한 미 전투사단은 평택 기지로 이전했다. 문재인 정권의 집요한 요구에 따라 전작권 전환인지 환수인지 하는 것의 시기도 목전에 이른 분위기다. 한미연합사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존속하되 사령관을 한국군 장성이 맡는 것으로 양국 간 합의가 이뤄졌다. 주한미군이 유사시 자동적으로 개입할 이유도 명분도 없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된 이후 북한이 남침을 해올 경우 미국이 개입해줄까? 한미상호방위조약 제 2조는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각 당사국은 상대 당사국에 대한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동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절차에 따라 행동한다.”

허물어지는 70년 평화유지 구조

헌법상의 절차를 따른다? 미국 헌법상 전쟁 개시 및 개입의 권한은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있다. 미국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 있을 경우 대통령은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의회가 주도하게 될 것이다. 미국 의회의 결정은 미국 국민들의 의사에 좌우된다. 설령 우리를 지원하기로 한다고 해도 결정 기간이 오래 걸릴 것은 물론이고 지원의 내용이나 규모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은 한국정부가 미국에 대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정권의 실세들은 폐쇄적 민족주의에 경도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민족공조’를 교의로 삼고 있는 인상을 준다. ‘민족자주’ ‘민족자결’도 이들이 즐겨 쓰는 구호다. 입으로는 ‘한미동맹 강화’를 말하지만 한반도 문제와 관련, 가능하면 미국의 영향력을 밀어내려는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

좌파의 집권기간이 길어지면 한반도 안보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가늠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라는 사람이 “주한미군 철수 시 중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한 상태로 북한과 협상을 하는 방안은 어떠하겠느냐”는 따위의 주장을 내놓고 있는 시절이다. ‘나가버리라’는 말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정부가 정말 안보정책의 틀을 그렇게 바꾸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없을까?

이제부터라도 자기편의적 상황인식, 김정은‧시진핑 눈치 보기 다 그만두고 지난 70여 년간 잘 작동해온 안보 기제를 어떻게 더 공고화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연구할 일이다. 세계 어디에 초강대국 미국의 안보 지원을 우리처럼 장기적으로 강력히 받는 나라가 있는가. 이 ‘특별한 이익’을 버리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의 이념놀이가 어이없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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