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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의 이탈은 정권의 해거름 알리는 시그널

  • [데일리안] 입력 2020.02.10 09:00
  • 수정 2020.02.10 15:17
  • 데스크 (desk@dailian.co.kr)

권력의 병은 이렇게 깊어진다

청와대의 무모한 피의자 보호

“명백한 대통령 탄핵‧처벌 사유”

ⓒ데일리안 DBⓒ데일리안 DB

“국가는 자살에 의하지 않고는 결코 쇠망하지 않는다.”(R. W. 에머슨)


국가 아닌 다른 조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구성원 모두가 서로 믿으며 결속돼 있는 동안에는 왕성한 생명력이 발휘된다. 그렇지만 신뢰가 깨어져 서로가 의심하게 되면 그 조직은 와해의 길로 접어든다.


가장 무서운 독(毒)은 리딩그룹에 대한 불신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창업 때의 긴장은 이완되고 대신 욕심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된다. 그럴 때부터 팔로어들의 배신감과 그로 인한 분노가 자란다. 더 위험한 것은 대의명분의 퇴색이다. 리더 혹은 그가 속한 그룹이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점주 노릇에 맛을 들이면 팔로어들은 신뢰를 거둬들인다. 명분을 잃은 정권이나 조직은 와해되게 마련이다.


권력의 병은 이렇게 깊어진다


대개들 창업초기에는 나름의 책무와 미덕을 충실히 지키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제시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진심의 소리였을 수 있다. 그런데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이념적 동지나 심복들에게 둘러싸여 버렸다. 국민은 물론이고 정상적 판단과도 결별하게 된 것이다.


권력자의 권위의식에는 아집이 따라붙는다. 자신이나 권력서클의 구성원들이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원천적으로 부인한다.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정의를 도둑맞는 듯한 적개심을 느낀다. ‘통치권의 초법성’에 입맛을 다시게 된다. 과오를 거듭할수록 겁이 없어진다. ‘권력의 병’은 이렇게 시작되고 깊어진다.


권력 동아리 안의 사람들 대부분은 권력의 편에 서 있다는 만족감이나 과시욕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렇지만 원칙주의자들, 양심적인 사람들, 용기 있는 인사들은 권력의 오만과 과오를 직시하려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의 위중함을 깨닫게 되면 양심의 저변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듣고 귀 기울이게 된다.


내부로부터의 붕괴는 그런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한두 사람의 이탈로는 권력의 중심을 흔들지 못한다. 그들을 ‘변절자’ ‘배신자’로 매도하면서 통치권자를 안심을 시키려는 사람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뜻 있는 사람들의 이탈은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임을 깨달아야 한다. 일엽낙지천하추(一葉落知天下秋)라고 하지 않던가. 나뭇잎 하나가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다.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몸짓이다.


문재인 정권의 오만, 월권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평등 공정 정의’의 명분 아래 독선과 독단과 독주를 일삼았다. 그게 별 저항 없이 통하는 듯하자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패스트트랙 4개 법안을 머릿수로 밀어붙여 입법화할 때부터 권력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청와대의 무모한 피의자 보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과도한 집착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는 자신이 믿고 총애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기어이 법무부장관으로 기용했다. 검찰이 조 전 장관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불쾌감을 넘어 적개심까지 내비쳤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결국 조 전 장관이 사퇴해야 했는데도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진심어린 대국민 사과 한 마디에 인색하다.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8전 9기의 신화를 만들어주기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선거개입을 한 정황과 증거가 넘쳐나도록 많은데도 문 대통령은 모르쇠로 일관이다. 암묵적이었든 명시적이었든 자신의 지시가 없었다면 청와대 비서실의 8개 조직이 선거에 개입하는 일이 상상으로라고 가능하겠는가.


정권측은 조 전장관 및 가족들의 비리혐의, 청와대의 불법 선거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리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법무장관으로 발탁해서 최전방으로 내보냈다. 추 장관은 취임하기 무섭게 인사의 칼을 휘둘러 검찰조직을 난도질하다시피 했다. 윤 총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였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조직개편작업의 의도 또한 다르다 할 수 없다.


서울 중앙지검장에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을 보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를 저지하려 했으나 윤 총장의 기세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자 추 장관은 공소내용 공개 거부라는 다른 잔꾀를 구사했다. 이 사람들의 자기합리화, 말 꾸며대기 재주는 가위(可謂) 발군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것도 동아일보가 공소장 전문을 보도해버림으로써 코미디가 되고 말았다.


‘청와대+법무부 vs 검찰’이 벌이고 있는 이 백주의 혈투를 보면서 정권 실세라는 사람들, 정말 무서운 게 없어졌구나 하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어떻게 이 지경에 까지 이르렀을까? 아마 문 대통령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엔 한 발짝 밀어 넣어 보다가 자신이 생기니까 한 걸음씩, 그래도 아무런 탈이 없으니까 아예 뜀뛰기를 한 게 아닐까?


“명백한 대통령 탄핵‧처벌 사유”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의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가 청와대를 공격하고 나섰다. 그는 청와대의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서 “민주화 세력은 독재정권을 꿈꾸고 검찰은 반(反)민주주의자들에 저항하는 듯한 초현실”이라며 개탄했다. 권 변호사에 따르면 이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으로 미루어) ‘대통령의 명백한 탄핵 사유이고 형사처벌 사안’이다.


권력 자랑을 어지간히 했어야지, 법이고 관행이고 가릴 것 없이 무시해대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겠는가. 권 변호사뿐만이 아니다. 법원 내 진보적 성향 판사들의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추 법무장관의 검찰인사에 대해 페이스북에서 일갈했다.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경우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다. 그는 대표적 진보논객으로 대단한 명성을 얻었다. 그만큼 보수 측에서는 비호감 기피인물로 치부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진 교수가 조 전 법무장관에 대한 청와대와 법무부의 과도한 보호 및 진실왜곡 행태에 절망하고 분개해서 포신을 그들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가장 부지런한 문재인 정권 공격수가 되어 연일 포격을 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해온 지식인들의 이탈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정권이 조락(凋落)의 계절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시그널임을 깨달아야 한다. 문 대통령, ‘우한폐렴’ 난리 속에서도 마스크 쓰고 부산에 가서 수백 명 마스크 부대들과 만나던데, 그렇게 해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총선에서 이긴다고 해도 정권에 드리우기 시작한 낙조(落照)를 걷어내지는 못한다.


권력의 해거름은 책임추궁의 시간이다. 가장 큰 목소리는 자신의 편이었다고 여겼던 이들로부터 나올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너무 큰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겼을 것이므로!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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