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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담합의 말로는 이렇다

  • [데일리안] 입력 2020.03.02 09:00
  • 수정 2020.03.02 08:17
  • 데스크 (desk@dailian.co.kr)

비례민주당 애드벌룬 띄우기

탄핵 안 당하려면 알아서 하라?

진퇴양난에 빠진 집권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2차 회의에서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 논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2차 회의에서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 논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신작로(선거법)를 만들어 놓으니까 개구리(미래통합당)가 뛴다.”


더불어민주당의 4선 송영길 의원이 일전에 했다는 말이다. 표현을 눅여 하느라 고심깨나 한 듯하다. 그 바람에 신작로와 개구리라는 아주 어색한 짝을 등장시켰다. 아마도 ‘거동 길 닦아 놓으니까 깍정이(깍쟁이)가 먼저 지나간다’는 속담을 흉내 낸 것 같은데, 답답한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터무니없는 남 탓이다.


공수처설치법 찬성 얻어내려고 군소정당들에게 던져 준 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해괴한 선거법 아닌가. 서로 좋자고 담합해서 바꿔먹기 한 것인데 왜 미래한국당을 비난하는지, 그 엉뚱함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말은 바로 해야 한다. 신작로를 만들었는지 고속도로를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자기들만 다니자고 (당시)자유한국당을 밀어젖히고 닦은 길이다.


비례민주당 애드벌룬 띄우


미래통합당으로서는 어쩔 수없이 자신들이 갈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닦아야 했다. 그 결과로 생겨난 것이 미래한국당이다. “그쪽은 그 길로 가세요. 우린 이 길로 갈 테니까.” 이런 우회로가 있을 줄도 모르고 ‘패스트트랙 파동’을 일으켰던 민주당이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 이거야 말로 자승자박이구나!” 일껏 냈다는 꾀가 죽을 꾀가 된 것이다.


지난해 4월 그 소동을 벌일 때만 해도 (당시)자유한국당은 상대도 안 될 정도로 ‘폭망한’ 정당이었다. 비례대표 의석을 손해 보더라도 한국당은 너끈히 이겨낼 것으로 믿어마지 않았을 터이다. 그래서 호기롭게, 그러면서도 치사하게 선거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는데, 정치는 한순간도 멈춰 있는 법이 없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오히려 민주당의 패색이 짙어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비례대표까지 그때의 한국당, 지금의 미래통합당에 뭉텅 떼 줘야 하게 되면 21대 국회의 판도는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창피하지만 미래통합당 흉내를 내서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난관이 예사롭지 않다. 패스트트랙 담합 파트너들과의 신의를 정면으로 깨트리는 셈이 된다. 국민들에게도 도리가 아니다. 미래한국당 창당에 대해 온갖 표현으로 비난하고 조롱하고 비아냥거렸던 민주당이 그걸 흉내 낸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일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유혹이 더 강하다. 그래서 핑계를 미래한국당에서 찾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람들, 총선이 가까워오자 애드벌룬을 띄우기 시작했다. 당내 모모한 사람들이 서로 역할을 분담했는지 ‘한다’ ‘안 한다’는 말을 번갈아 흘린다. 그렇게 되풀이 되면 어느새 그건 기정사실화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너무 촉박하다. 그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가 주저될 수 있다. 그렇지만 절박함이 앞서면 밀어붙일 개연성이 높다. 당 만드는 일 자체는, 이 사람들에게 어려운 게 아니다. 이미 신당창당을 준비하는 외곽세력과 연대하는 방법도 있다.


탄핵 안 당하려면 알아서 하라?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까 정의당과 민생당(바른미래당(일부)+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황망해졌다. ‘그 굳은 언약은 어떻게 하고 이런 교활한 결별장을 보내느냐’ 하는 심정이 되었을 법하다. 만약 민주당까지 비례정당을 따로 만든다면 군소정당들은 이용만 당한 셈이 된다. 저쪽은 공수처를 확실하게 챙긴 반면 이쪽은 아무 것도 얻은 게 없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것을 회심의 역작으로 여겨 기세 좋게 추진했던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국민적 바보’라는 칭호를 얻게 생겼다. 배신감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자업자득이다. 아무리 형편이 어렵다 해도 정치는 상식선에서 해야 한다. 제도를 비틀어 괴물을 만들어두면 그 자신도 피해자가 되고 만다는 것을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안 좋은 꾀를 같이 내면 언젠가 뒤통수를 맞게 마련이다.


어쨌든, 민주당의 ‘계약 위반 낌새’를 참다 못 했는지 심 대표가 입을 열었다. 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비례민주당 출현은 진보 개혁 세력의 위상과 역할을 약화시키고, 민주당의 지역구 선거 참패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감정을 다스리느라 애썼을 법하다. “심상정과 (연대는) 안 된다. 정의당이나 민생당이랑 같이 하는 순간 ‘X물’에서 뒹구는 격이 되고 만다.” 26일 민주당의 친문 핵심 5인의 회동에서 나왔다는 말이다. 더할 수 없이 모욕적인 언사를 참기가 힘들었겠지만 감정대립으로 판을 깰 수 없다는 생각에 많이 자제한 것으로 여겨진다.

5인 회동에선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비례민주당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왔었다.이 말을 겨냥한 듯 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된 것은 민주당이 원내 1당이어서 된 것이 아니다. 국정농단을 끝내야 한다는 국민의 압도적인 의사와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개혁 세력의 협력에 의해 탄핵이 가결된 것이다. 정말 국민의 뜻에 의해 탄핵 위기가 온다면 민주당이 과반을 가진다고 해도 막을 수 없다.”


이런 말도 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집권 민주당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대로 협치를 가장 큰 전략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 총선 후 문 대통령의 탄핵을 막고 촛불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협치다.”


민주당이 배신하면 자신들도 탄핵파 편에 설 수 있다는 엄포이겠다. 이 말에 겁이 나서 심 대표 표현처럼 ‘연동형비례대표 취지대로’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이들 군소정당, 특히 정의당에 양보하면 총선 이후를 안심해도 될까? 천만에! 심 대표의 이 말은 이러나저러나 민주당의 앞날에 굴곡이 많으리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군소정당들의 의석이 크게 늘면, 범여권 안에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 즉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일상화할 게 뻔하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민주당은 애초에 심 대표의 ‘협치’가 아니라, 국민들이 이해하는 ‘협치’에 충실했어야 했다. 집권여당으로서 제1야당을 우선적 파트너로 삼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이치에 맞는 선택일 것이었다. 그런데 군소정당들을 꾀어서 제1야당을 배제한 정치를 하려고 했다. 제1야당이 협조를 않는다는 점을 핑계 삼았겠지만 대화‧설득‧타협을 위한 인내심과 정열 없이는 애초에 ‘협치’를 운위할 일은 못된다.


총선은 좌파와 우파 사이에 공수(攻守)가 바뀌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집권당으로서도, 또 범 진보세력으로도 별로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이 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인(因)을 돌아보면 과(果)가 보일 것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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