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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통령제와 비례대표제의 부조화’에 대하여

  • [데일리안] 입력 2020.03.16 09:00
  • 수정 2020.03.23 08:13
  • 데스크 (desk@dailian.co.kr)

비례정당 그렇게 비난하더니

민주당도 도둑질하려는 걸까

의원을 왜 정당들이 선임하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공직선거법에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자 미래통합당은 자구책으로 비례대표 의석확보만을 위한 위성정당으로서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군소정당 연합군의 공격 앞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은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선거법을 유린당하다시피 했으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겠는가. 그야말로 생존권 사수 차원의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 창당 구상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 등 이른바 ‘4+1’연대는 격렬히 비난하고 모욕을 안겼을 뿐 선거법 개정안은 그대로 밀어붙였다.


비례정당 그렇게 비난하더니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원산지가 독일이다. 독일은 의석의 절반은 지역선거구 투표로, 나머지 절반은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투표로 채운다. 정당별 의석 배분 기준은 정당투표 득표율이다. 전체 의석을 권역별로 나눈다. 그리고 권역별 정당투표 결과로 각 정당의 배분 몫을 정한다. 거기서 지역선거구 당선자 수를 빼고 나머지를 비례대표로 채운다. 그게 독일식 비례대표제다.


이와 유사한 선거제도가 패스트트랙이라는 대소동까지 겪으면서 기어이 선거법에 도입된 과정은 국민 모두가 지켜본 그대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즉 공수처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가 관련법을 통과시켜줘야 할 것이었다. 당시의 자유한국당 협조를 받기는 애초에 글렀던 만큼 정의당 등 군소정당과의 연대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게 ‘물물교환’조건의 입법연대였다. 공수처 받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주기로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의당에는 대단히 불만스러운 법이 되고 말았다. 당초 합의 내용은 비례대표 의석을 75석으로 하고 그걸 연동제로 배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4+1’의 최종 합의안은 ‘비례대표 47석, 30석에 대해서는 연동제 적용’이었다. 속은 기분이 들었겠지만 그래도 연동제 30석에는 거대정당들이 손을 못 댈 것이라고 여겨 정의당 등이 합의해 줬을 터이다.


미래한국당이 창당된 후에도 정의당 등은 민주당이 의리를 지켜주리라고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단 한 석이라도 그저 굴러들어올 의석을 포기할 정당은 없다. 게다가 미래한국당이라는 핑계거리까지 생기지 않았는가. 옳다구나 하고 민주당도 비례전담 정당 만들기에 뛰어든 것이다. 다만 정의당 등 패스트트랙 동지들에 대한 의리도 있고, 절대로 그런 짓은 않겠다고 국민에게 공언한 바도 있어서 뜸 들이는 시늉이라도 할 필요가 있었다.


민주당도 도둑질하려는 걸까


며칠 고민하는 척하다가 ‘전 당원 투표’에 책임을 떠넘겼다. 거기서 74.1%의 찬성을 얻어낸 다음 ‘비례 연합 정당’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그게 13일 아침이었다. “민주당이 의석 욕심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다. 소수정당의 의석을 도둑질 하려는 미래한국당을 응징하기 위해서는 이럴 수밖에 없다.” 그들의 논리다. 그러니 정의당도 민생당도 참여하라고 했지만 정의당은 거절했고 민생당도 지금까지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민주당을 만드는 방식보다는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괜찮은 모양이 될 것이라고 여겨 정의당 등에 참여를 요청했지만 그렇다고 애걸한 생각까지 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럴 필요가 없다. 녹색당, 미래당, 기본소득당, 가정환경당, 소상공인당 등 ‘연합’할 대상은 널려 있기 때문이다. 비례연합정당이라고 하지만 비례민주당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건 자신들도 알고 국민도 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이런 상황이다.


기실 하고자 하는 말은 달리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말할 것도 없고, 비례대표제 그 자체가 명분 없는 제도이다.” 몇 차례나 칼럼에서 지적했지만 또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과 같은 의원내각제 정치체제 하에서는 비례대표제가 나름대로 명분을 주장할 수 있다. 의회 선거는 국민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절차이기도 하지만 정권을 담당할 정당을 정하는 절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의원 내각제는 ‘의회 안의 행정부’체제다. 원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캐비닛을 구성해 행정권을 행사한다. 과반수 정당이 없으면 두개 혹은 그이상의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대통령제에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별개기관으로 분립돼 있다. 총선에서는 국민의 대의원만 선출하면 된다. 정권을 장악할 정당까지 선택할 이유도 명분도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를 하면서 정당투표까지 하는 것은 정당에 대한 과도한 특권과 특혜다.


의원을 왜 정당들이 선임하나


득표율과 의석비율의 비례성을 주장하지만 이야말로 정당위주의 발상이다. 유권자는 지역선거구에 출마한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고르면 된다. 정권의 담당자는 대통령 선거라는 별개의 선거에서 선출된다. 따라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득표율과 의석비율의 비례성을 따질 일이 아니다. 그걸 따질 것이면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별 득표율과 권한의 비례성도 따져야 옳다. 41%의 득표한 대통령이 100%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야 말로 불비례성의 전형적 양상 아닌가.


특히 대통령제 하에서 국민 대표는 선거권자가 직접 선택해야 한다. 정당에 국회의원 선임권을 부여하는 것은 민주적 선거의 의의에 맞지 않는다. 이야말로 ‘주권자의 고유권한’ 아닌가. 선거는 대의민주제 성립의 제1요건이다. 당연히 국민의 주권이 직접 반영돼야 한다. 어떻게 정당들이 그 권력행사를 일임 받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인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이기 때문에 괜찮다? 국민들에게 후보명단을 제시한 다음에 하는 선거이니까 후보에 대한 직접 투표나 마찬가지라고 하겠는가? 대통령제에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라는 것은 공산주의 일당독재 체제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그렇지만 그들도 그렇게는 안 한다). 대통령 권력의 비례성을 요구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뭐라고 할 지 궁금하다.


대통령제의 순수형이라면 미국의 제도를 들 수 있겠다. 그 나라의 의회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이다. 심지어 의원내각제인 영국도 비례대표제도를 두지 않고 있다. 우리는 과거 5‧16정권이 정당들을 달래기 위한 당근으로서 전국구 제도라는 것을 만들었고 그것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5.16’이라면 이를 가는 사람들이 그 정권의 통치수단으로 이용됐던 비례대표제엔 오히려 집착하는 게 신기하면서도 한심하다. 제발 대의민주정치의 의의를 충분히 숙지하고 그에 모순되지 않는 선거제도를 갖추기를 바란다. 억지 부리지 말고!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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