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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9가지 키워드로 본 일본의 병증…‘나쁜 나라가 아니라 아픈 나라였다’

  • [데일리안] 입력 2020.03.25 15:54
  • 수정 2020.03.25 15:54
  •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일본을 ‘나쁜 나라’로 만드는, 현대 일본이 앓고 있는 고질적인 ‘병’에 주목

ⓒ행성Bⓒ행성B

일본이 이상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대국이자, 한때는 탈아시아급 국가로 불리었던 일본이 지금은 방향을 잃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일삼는 국가로 비판받는다. 특히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에 우왕좌왕하는 태도나, 일본에 이득이 되지 않는 한국을 향한 경제 제재 조치 등은 비이성적이기까지 하다. 3월 25일에 1년 연기가 결정됐지만, 도쿄올림픽 개최와 관련해서도 일본은 세계인의 시선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엉뚱한 고집만 부려 비난을 샀다.


과거 일본의 부흥을 본 일부 국민은 아직도 일본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혹은 부러움의 대상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제 많은 국민들은 일본이 문명국가로서의 불리는 것에 의아해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일본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또 제대로 알고 있을까.


정작 일본에서는 사회의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 면에 대해서도 이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고, 나온다 해도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빤히 보이는 문제점을 아예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서로 쉬쉬하는 사회.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경제대국이자, 국민의 의식면에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장인정신이 투철한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 사회의 실상이다.


이 책 ‘나쁜 나라가 아니라 아픈 나라였다’는 일본에 대한 기존의 평가가 어느 때보다 흔들리고 있는 이 시점에, ‘21세기 일본’의 비밀스러운 심층을 낱낱이 파헤친다.


이 책은 특히 일본을 ‘나쁜 나라’로 만드는, 현대 일본이 앓고 있는 고질적인 ‘병’에 주목한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우려하는 현실은, 집단에 매몰돼 뭔가 어긋나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개인들이 지금의 일본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내 한 여론조사에서 40퍼센트가 넘는 젊은이들이 ‘이 나라에 사는 자신에게 희망이 없다’고 답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사회 곳곳에서 현상 유지에 급급하며, 나아갈 줄 모르는 습관성에 물들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현대 일본의 속성을 이 책에서 새롭게 정의한 개념이 ‘자기 속박주의’다.


이 책의 각 장에서 다루는 9가지 키워드(배제 사회, 집단 사회, 억압 사회, 자기 속박 사회, 함몰 사회, 호족 사회, 종교 사회, 관례 사회, 자멸 사회)는 ‘자기 속박주의’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귀결된다. ‘자기 속박주의’는 저자가 오랜 취재와 탐구를 통해 도출해낸 개념이다. 과거 일본이 ‘축소 지향 사회’, ‘안전 사회’ 등으로 규정된 적은 있지만, 이러한 접근은 이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창적인 현대 일본 분석론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속박주의’가 지금의 일본을 한 단어로 규정한 개념이라면, 아홉 개 장(章)으로 전개되는 9가지 키워드는 사회 전반에서 갖은 병으로 신음하는 일본의 환부를 조금 더 깊게 파고드는 세부적인 병명이다.


‘이지메’로 대표되는 일본 사회의 가장 근원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배제 사회’를 다룬 1장을 필두로, 2장에서는 일본인의 무의식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메이와쿠’의 정신세계를 ‘집단 사회’라는 키워드로 들여다본다. 3장의 ‘억압 사회’는 약자를 대상으로 무자비하게 행해지는 ‘묻지마식’ 범죄처럼 극도로 억눌린 개인의 감정이 일본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 분석한다. 여전히 남아 있는 성차별과 단일민족에 대한 환상 등 변화가 더디다 못해 일부 전근대적인 일본 사회의 모습은 ‘자기 속박 사회’라는 이름으로 4장에서 살펴본다. ‘함몰 사회’로 명명된 5장에서는 일본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는 젊은이들의 내부 지향적인 성향과 고령화가 가져온 갖가지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호족 사회’로 이름 붙여진 6장에서는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야 하지만 세습과 파벌로 얼룩진, 가장 후진적 형태로 굴러가고 있는 정치 분야를 논한다. 7장의 ‘종교 사회’는 세속적 의미의 왕보다는 신적 존재인 ‘제사장’에 가까운 덴노가 아직 건재한 일본의 독특한 면모를 들여다본다. 8장에서는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일본 경제계의 몰락을 통해 왜 일본이 급속도로 쇠락하고 있는지를, ‘관례’라는 안일주의에 빠진 ‘관례 사회’라는 틀에서 알아보고자 했다. 9장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핵을 고집하는 등 바뀌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자멸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표적 한일 관계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이 책은 ‘무라하치부’ ‘메이와쿠’ 등 근원에서 출발해, 사회현상에서부터 현실 속 ‘일본 사회학’을 전개해간다. 탁월한 통찰이 담겼다”고 말했고, 이영채 일본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지금의 일본에 대해 이토록 명확하고 철저하게 분석한 책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일본이 더는 경계나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도 ‘아픈 나라’가 되지 않기 위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나라임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다. 21세기 일본을 포착한 현장 르포의 역작”이라고 책에 대해 평가했다.


이 책의 저자 이승철 KBS 기자는 2016년부터 3년간 일본 특파원으로, 도쿄대 연구원으로 재직한 일본 전문가다. 직접 발로 뛰며 일본의 곳곳과 각계각층의 사람을 취재한 결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9가지 키워드를 토대로 ‘자기 속박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도 현장 취재라는 단단한 바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철저히 팩트를 기반으로 한 날카로운 저널리즘적 시각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직간접적으로 일본의 모델을 많이 참조한 우리로서는 현재 일본이 겪고 있는 여러 병증을 그저 남 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어떤 문제는 이미 체감 중이거나, 심지어 더욱 심각하게 발전하고 있는 우리의 미래도 일본의 미래를 닮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책은 일본을 단순히 ‘나쁜 나라’로 보는 반일이나 혐일의 태도를 뛰어넘어, 반면교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 소개] 이승철


KBS에서 법조부와 정치부를 두루 거친 20년 경력의 기자로, 현재 KBS 보도국 사회부 팀장으로서 법조팀을 이끌고 있다. 2016년부터 3년간 도쿄 특파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일본 곳곳을 누비며 수백 명의 취재원을 만났다. 일본의 정체를 파헤쳐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일본의 주요 지진,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한일 관계를 심층 취재한 일본 현장통이다. 도쿄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한 이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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