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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지역 막걸리 업체들 봄 축제 취소에 '존폐위기'

  • [데일리안] 입력 2020.03.26 06:00
  • 수정 2020.03.25 22:10
  •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지역 행사 의존도 높은 소규모 양조장 피해 더욱 심각

전통주 취급하는 전문점 손님 발길 뚝 끊겨…예약손님 90%↓

‘찾아가는 양조장’ 등 체험 학습도 사실상 중단

서울의 한 마트에서 주류 관계자가 막걸리를 진열하고 있다. ⓒ뉴시스서울의 한 마트에서 주류 관계자가 막걸리를 진열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정돼 있던 봄 축제가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소규모 막걸리 제조 업체들이 존폐위기에 놓였다.


일반적으로 전통주는 생산업체들의 규모가 영세하고 생산량이 적어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추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역축제는 해당 지역 전통주를 알릴 수 있는 주요 홍보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방문객이 특산물과 함께 지역 술을 맛보면서 자연스레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나 3월은 각 지역마다 봄꽃 축제, 먹거리축제, 각종 체험행사 등 다양한 축제가 시작되는 시기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봄 축제 시기를 오매불망 기다려온 막걸리 업계는 술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막히면서 극심한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남도희 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지역별로 각 회원사 모니터링을 진행했을 때,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출이 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연이은 축제 취소로 타지에서 유입되는 사람들이 크게 줄면서 매출을 온전히 보전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망을 갖춘 업체들은 슈퍼나 편의점 등 인근 소매점이나 인터넷 판매를 통해 매출을 어느 정도 보전하고 있지만, 유통망 조차 갖추지 못한 소규모 업체의 경우 추산하기 어려울 만큼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문제는 행사 취소로 발생한 재고 처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소규모 지역 양조장은 축제를 앞두고 미리 출고 시점을 예상해 막걸리를 빚는데, 갑작스레 판매할 수 있는 판로가 없어지면서 만들어둔 술을 전량 폐기처분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전라남도 구례 소재의 한 막걸리 제조업체 관계자는 “예정대로라면 이달 ‘산수유 꽃길 따라 봄 마중하기’ 축제가 진행됐어야 하는데, 전부 취소되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1년에 한 번 축제기간 동안 매출을 바짝 끌어 올리는데, 내년 3월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축제 취소로 한 박스에 20개씩 들어있는 박스를 이미 140박스나 자체 폐기했고, 현재 남아있는 300박스도 어떻게 처분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전통주 전문점도 덩달아 와르르…“막걸리는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술”


막걸리를 직접적으로 취급하고 판매하는 전통주 전문점 역시 직격탄을 맞으면서 막걸리 제조장과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였다. 업계에 따르면 막걸리를 취급하는 주점의 어려움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이승훈 전통주전문점협의회 대표는 “지역별 의견을 취합해 봤을 때 대구 같은 경우는 매출이 90%이상 떨어졌다”면서 “서울도 로컬상권과 메가상권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메가상권을 예로 들었을 때 명동의 경우 코로나19 발병 이후 매출이 80%이상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소주, 맥주, 와인처럼 유통기한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긴 주류와 달리 유통기한이 짧은 막걸리는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 피해가 더 크다.


이 대표는 “일반적으로 흔히 아는 90% 이상의 막걸리가 필터링이나 열을 가하지 않은 생막걸리인데, 병에 넣어 판매되고 있지만 그 병안에서도 알콜 발효가 일어나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신맛이 나고 알콜도수가 높아져 일정기간이 지나면 판매할수 없는 술이 돼 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주류 중에서도 막걸리는 우유처럼 유통기한이 표기돼 판매되고 있다”며 “유통기한 내에 판매를 못하면 업장에서도 전량 폐기를 해야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막걸리같은 경우에는 생산 원가가 다른 술과 비교해 굉장히 높은 술인데 출고가 되지 못하고 그대로 폐기가 되면 폐기 비용이 다른 주류에 비해 굉장히 크다”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양조장은 폐수처리 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등 폐기하는 것 역시 쉽지가 않다”고 하소연 했다.


예약 손님이 크게 떨어지면서 지나가는 행인에 매출을 의존해야 한다는 점과 현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 역시 업계 불안감으로 통한다.


이 대표는 “외식업장은 단체손님이 예약을 하고 와줘야 매출이 오르는데, 코로나19 발병 이후 이게 눈에 띄게 빠지다 보니 지나가는 손님 들어오는 것만 노려야 한다”면서 “백곰 막걸리의 경우 줄 서서 들어오는 가게로 알려져있는데도 예약 손님이 90%이상 줄었다”고 우려했다.


◇‘찾아가는 양조장’도 제동…“술 빚기 체험도 사실상 중단돼”


코로나19의 여파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활발히 전개해 오던 ‘찾아가는 양조장’ 역시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찾아가는 양조장’은 정부가 지역의 양조장에 대해 환경개선, 품질관리, 체험 프로그램 개선, 홍보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 체험․관광이 결합된 지역 명소로 육성하는 국책 사업이다.


농식품부는 지역의 양조장을 관광 상품으로 육성해, 우리 술 본연의 풍미를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하고자 지난 2013년부터 업체를 선정‧지원해왔다.


이에 따라 그간 '찾아가는 양조장'은 지역 막걸리 업체의 좋은 홍보 수단으로 활용됐다. 방문자가 술 빚기 체험기를 개인 SNS등에 올려주는 등 홍보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는 평이 컸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를 만나 제동이 걸렸다.


찾아가는 양조장 업체로 선정된 경기도 소재 그린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지난해 1~3월 방문객수가 5700여명 정도 되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 절반 이상으로 확 줄었다”면서 “마지 못해 운영은 하고 있지만 2월 중순을 기점으로 사람이 거의 보이질 않는다. 직원들도 유급으로 휴가를 보낸지 오래다”고 토로했다.


서충원 산머루농원 대표도 “찾아가는 양조장을 운영을 하고 있긴 하지만 1월부터 서서히 줄더니 2월말 이후 양조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황”이라면서 “평소와 같으면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매달 5000명 이상 와줘야 하는데, 1월에 1800명 왔고, 2월에 800명, 3월은 전무하다. 직원들 인건비도 못주고 이대로 라면 폐업을 생각해야 할 정도”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막걸리 업계에서는 특별히 손 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가 쏘아 올린 막걸리 업체의 어려움이 시장 전체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지만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포심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는 현 상황에서 막걸리와 관련해 아무리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고 한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않는다”면서 “거시적으로 양조장의 대출 이자를 조금 줄여주거나 할 수 있겠지만, 미시적으로 마케팅적인 기법으로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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