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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북한 생각, 그 진심을 알고 싶다

  • [데일리안] 입력 2020.03.30 09:00
  • 수정 2020.03.30 08:18
  • 데스크 (desk@dailian.co.kr)

‘북한 소행’ 따져 물어야만 대답

김여정의 공격으로 겁에 질렸나

위험한 대북 평화실험 언제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분향하는 가운데 한 유가족으로 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분향하는 가운데 한 유가족으로 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서 헌화‧분향하고 기념사도 낭독했다. 그가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었다. 청와대측은 천안함 폭침 10주년이고, 또 ‘천안함 46용사’ 10주기여서 참석했노라고 밝혔다. 원래 대통령은 10주년 20주년 단위로 참석하는 것이라면 재작년엔 베트남 국빈방문 때문에, 작년엔 대구 경제 투어 때문에 참석할 수 없었다는 해명은 말 그대로 사족(蛇足)이겠다. 그래도 어쨌든 청와대는 그렇게 설명을 했다(“총선 표가 급해서 갔다”는 말 같은 것은 없었다. 그랬다는 증거도 물론 없지만).


‘북한 소행’ 따져 물어야만 대답


그날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천안함을 공격해 침몰시킨 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정말 몰라서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한 김정은 집단의 소행임은 명백한 증거로 입증이 되었고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의 전문가들도 대부분 인정한다. 그런데 한국 정권의 실세들과 그 지지자들만 모른다는 표정이다. 용사들의 순국은 기리면서도 그 가해자는 특정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도대체 왜 그러는가.


문 대통령은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누구 소행이냐”고 따져 묻자 마지못해 “정부의 공식 입장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며,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의견이나 입장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한 답변이었다. 그렇게 조심스러워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


기실 ‘북한 소행’이란 표현을 하기도 아주 힘들었을 법하다. 취임 후, 김정은과 그 옹위세력들이 듣기에 거북해 할 말은 한사코 꺼려왔던 문 대통령이다. 그러니 ‘북한 소행’이라고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가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김정은 집단’이라는 말은 아예 머릿속에 없었을 것이고…. 표정만으로도 말조심 하는 빛이 역력했는데, 이 사정을 충분히 짐작했을 북한은 그예 불쾌감을 표출했다.


저들은 29일 아침에 또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2발의 단거리 발사체를 쐈다. 이번 달에만 4번째다. 초대형 방사포이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건 무력시위도 하고 성능시험도 하자는 의도 아니겠는가. 목적이 무엇인지와는 상관없이 한 번씩 발사할 때마다 우리에 대한 위협의 수위가 높아진다는 것은 따져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김여정의 공격으로 겁에 질렸나


그런데 대한민국의 안보‧국방 총사령탑인 청와대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지난 2일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하더니 그 이후엔 아예 침묵 수준의 대응으로 일관한다. 바로 그 다음날의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이 통신은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에 강한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라고 한 김여정의 말을 전했다. 이 말에 청와대가 움찔한 것일까?


북한이 9일 다시 발사체 두발을 쏘자 청와대는 역시 관계장관 회의라는 것을 열긴 했으나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반응했다. 21일에는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미국의 지대지 미사일)를 두발 쐈으나 청와대는 대책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그리고 29일에는 아침에 ‘긴급대책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고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혔다. 내키지는 않지만 마지못해 회의를 여는 시늉이라도 하자고 한 눈치다.


어쩌면 처음엔 4‧15 총선을 앞둔 시점인 만큼 국민들에게 안보 태세를 보여주기 위해 약간 용기를 내 봤던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여정이 직접 불쾌감을 한껏 표출하고 나섰다.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도 용이 쓰이는데 총선에 역효과까지 낼 것이라면 차라리 반응을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코로나 때문에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관심 두는 국민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만약 북한에 대해 할 말 다하는 정부라는 이미지가 총선 표 모으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됐다면 어떨까? 문 대통령이 직접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서 강력한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발표했을까? 어쨌든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서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는 한 번도 없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를 열면 북한이 군사 도발을 했다고 정부가 확인한 셈이 되고 그럴 경우 “현 정부 들어 군사적 마찰은 없었다”고 주장하기가 어렵다는 계산 때문이었을 터이다.


위험한 대북 평화실험 언제까지


문 대통령 스스로 자신을 ‘남쪽 대통령’이라고 평양시민들에게 소개했었다. 그건 ‘북쪽 대통령’의 존재를 전제로 할 때 가능한 표현이다. 그러니까 문 대통령은 이미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국가’가 이뤄졌다는 인식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북한을 대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북한이 어떤 행태를 보이든 한없는 인내심으로 대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점도 누군가 대통령을 바로 대해서 따져 물어주면 좋겠는데, 앞으로 유사한 행사 때는 경호가 강화될 테니까 기대할 바 못된다. 그러니 대답을 기대할 수도 없다. 아마 임기 끝까지 그는 이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마음에 담고 갈 것이다. 대한민국과 그 국민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사명‧의무‧도리 같은 것에는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특별히 마음 쓸 것 같지 않다. 적어도 느낌으로는 그렇다.


그래서 다시 묻고 싶어진다. 군사력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대에게 한없는 인내심을 발휘하면 저쪽이 감복해서 마침내 무기를 버리고 화해를 청한 역사적 사례가 있는가. 이쪽에서 먼저 무기를 버리고 손을 벌리면 상대가 호응해올 게 확실한가. 군비증강‧핵무장에 여념이 없는 상대를 향해 맨손으로, 덕담을 하면서 다가가면 언젠가 평화는 정착될 것이라고 믿어도 되는가.


북한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게 아니다. 5,200만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이전에 성공 가능성이 전혀 증명된 바 없는 평화실험을 해도 되느냐는 질문이다. 대통령의 권한에 그것까지 포함되는지도 알고 싶다. 그걸 문 대통령이 증명해 내지 못하면 이는 헌법에 대한 그의 중대한 도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혹 표 모으기 행사를 또 기획하고 있다면 그 이전에 대답해 주시라. 대통령과 청와대의 진심이 무엇인지를.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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