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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기준 마련 없이 '현금 살포'하겠다는 文대통령

  • [데일리안] 입력 2020.03.31 05:30
  • 수정 2020.03.30 21:23
  •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소득하위 70% 재난지원금, 선심성·형평성 논란 여전

국채 발행으로 재원 마련 가능성…재정건전성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인한 비상경제 시국을 타개하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선심성·형평성 논란은 여전하다. 10조원에 달하는 재원 조달 방식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는데다, 지원 방식과 재정 여력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문 대통령은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소득하위 70% 가구에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을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 도입을 결정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 한정된 게 아닌, 대다수 국민이 위기를 겪고 있다는 엄중한 상황인식이 반영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취지에 따라 1400만 가구가 최대 100만원을 받게 되면서, 총 9조1000억에 달하는 재원 마련이 숙제로 남게됐다. 이 중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2조원을 제외하면, 7조1000억원은 중앙 정부의 몫이다.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이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세출사업 삭감에 한계가 있어 재원의 상당 부분은 결국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차 추경으로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선 상황에서 적자 국채 발행이 이뤄지면, 재정건전성 악화는 불보듯 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경우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재원 마련 방식이) 세출 항목에 대한 구조조정이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그것이 국방비다, 뭐다 이렇게 거론이 되지는 않았다"며 "구체적으로 대통령이 '어떠어떠한 부분을 줄여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계제도 아니다"라고 했다. 청와대가 재정 당국에 책임을 떠미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도 긴급재난지원금 도입 배경을 설명하면서 "정부가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을 안으면서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선거 유불리 저울질한 임시방편…빚 누가 감당하느냐"


이 때문에 정부가 빚을 지면서까지 무리하게 현금 살포 정책을 추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연국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은 논평에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정부의 지원은 필요하고 마땅하지만, 지원 방식과 재정 여력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선거 유불리만을 저울질한 임시방편, 임기응변식 대응 일색”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돈이 필요할 때마다 적자 국채로 메꿔서 나중에 그 빚을 어떻게 누가 감당하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긴급재난지원금 검토 요소였던 △국민 수용도 △지자체 차원의 노력 △국내·외 경제상황을 들어 '이상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4·15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란 지적에도 선을 긋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월 24일 있었던 MBC 여론조사에서는 69.5%가 긴급생활비에 찬성했다"며 "오늘 아침에도 유사한 비율의 여론조사들이 계속 발표된 것으로 아는데 국민 공감대가 있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 "재난기본소득에서 출발해 긴급재난지원금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지자체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며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여당)보다, 선거와는 상관없이 먼저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 전세계의 상황과 국민 수용도 이런 걸 모두 충족시키면서 지자체가 스스로 발 벗고 나섰다"고 했다.


지자체 지원과 중복 논란…일회성 지급 효과 의문


청와대가 지원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논란을 낳고 있다. 지자체 지원 방안과 중복 지급될 수 있어서다. 지역별 주거지에 따라 1인당 최대 75만원까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는 정부의 방침과 '소비 진작'이라는 긴급재난지원금 취지가 배치(背馳)된다는 점, 일회성 지급이 경제부양책 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TV조선에 출연해 "막연하게 가구 당 100만원씩 준다는 게 합리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실질적으로) 생계 위협받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선별적으로 택하는 게 온당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일시적으로 100만원을 지급하면 쓰고 난 다음에 합리적으로 잘 배분됐느냐도 문제"라며 "쓰고난 다음에는 생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문제도 사전에 고려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통화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은 지급 범위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전년도 소득 기준으로 소득하위 70%가 책정된다면 현재 코로나19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이번 한 번의 대책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위기가 올때마다 반복적으로 지원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하더라도 긴급재난지원금 효과의 지속 가능성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선 일회성 지급보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기업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리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 교수는 "수출 기업들이 쓰러지면 실업자들이 대량으로 생길 수 있다. 세제 면제나 감면, 회사채 매입 등의 실질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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