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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음원 사재기의 늪③] “뮤비 5천회 비용은”…‘사재기’ 견적서, 현실성 있나

  • [데일리안] 입력 2020.04.21 12:48
  • 수정 2020.04.22 09:56
  •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실시간 문자투표-포털사이트 실검도 조작 가능

억대 사재기 비용, 부가 수익 창출 위한 투자

ⓒSBSⓒSBS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언급됐던 한 바이럴 마케팅 업체가 만든 견적서가 떠돌았다. 이 견적서에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 마케팅 단가표를 비롯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멜론 등의 음원 사이트 작업 단가표 등의 상세하게 적시되어 있다.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아티스트의 음원을 유통한 업체의 대표 A씨를 만나 직접 이 견적서가 실제로 현실 가능한지 알아봤다. 이 대표는 실제로 누군지도 모르는 인물들로부터 이와 유사한 제안서가 SNS와 이메일로 수시로 들어온다고 밝혔다.


해당 견적서에는 먼저 ‘음원 사이트 작업’ 카테고리에서 멜론 스트리밍 작업은 1시간에 3000곡까지 동시 재생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가격은 1개당 1만 2000원이다. 다운로드의 경우는 1시간에 1000개까지 가능하며, 개당 1만 4000원의 단가가 책정되어 있다. 댓글과 ‘좋아요’ 작업은 각각 개당 6000원이며 1시간에 1000개까지 가능하다. 또 500만 원의 가격을 지불하면 1시간 동안 ‘멜론 급상승 검색어 10위 안에 올려드린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A씨는 멜론에서 유통사 관리자에게 제공하는 페이지를 띄워 실제 차트 100위권 안에 오르려면 어느 정도의 스트리밍이 요구되는지 통계치를 설명했다. A씨가 유통하는 한 가수의 페이지의 통계치를 계산한 결과 실시간 100위권에 진입하려면 평균 일일 6만 번 가량의 스트리밍이 필요하다.


A씨는 “견적서에 보면 스트리밍이 개당 1만 2000원이다. 총 1만 번을 돌릴 경우 1억 2000만원의 가격이 나오는데,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가격이다. 다운로드의 경우도 1만 4000원씩 1만 번을 돌리면 1억 4000만 원이다. 이를 시간대 별로 500개씩 나누어 돌리는 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음원 수익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순히 음원 수익만 취하려는 게 아니다. 음원 순위를 높여 놓으면 그 아티스트가 화제가 되고, 방송과 행사 섭외가 늘어나고, 몸값도 올라간다. 부가적인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를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뮤직비디오 조회수 5000회 올리는 가격은 단돈 30만 원이었다. 네이버 TV 채널인 TV캐스트 조회수 작업에는 조회수 5만 회에 200만 원이 들었다. 유튜브 조회수 10만 회 올리는 데에 드는 비용은 70만 원이었다. 하루 최대 100만 회를 올릴 수 있었다.


ⓒSBSⓒSBS

사재기 의혹을 받는 대부분의 가수는 내로라하는 아이돌을 제치고 음원 사이트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로 ‘바이럴 마케팅’의 성공 사례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견적표에는 바이럴 마케팅의 주요 창구인 페이스북 단가표도 있었다. 페이지 ‘좋아요’는 최소 200개부터 가능하며 무한대로 가능하다. 가격은 1000개당 30만 원이다. 게시물 ‘좋아요’는 최소 1000개부터 무한대로 가능하고 1000개당 20만 원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게시물의 댓글과 공유는 모두 최소 50개부터 1000개까지 가능하다. 가격은 100개당 각각 15만 원, 10만 원이다.


A씨는 “SNS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은 대부분 광고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바이럴 마케팅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광고성일 경우에 그 사실을 고지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실 SNS를 활용하는 것은 ‘입소문’이라고 포장하지만 사실상 사재기의 물밑 작업이라고 보면 된다. 음원 사재기로 갑자기 차트에서 순위가 ‘역주행’할 경우 ‘왜’가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럴 때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발판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증거’를 남기는 셈”이라고 폭로했다.


특히 “2016~2017년 즈음에 한 SNS에서 유령 계정을 이용한 마케팅이 성행하자 이를 막기 위해 실제 사용하지 않는 계정을 모두 삭제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진 바 있다. 그러자 한 아티스트의 게시물에서 ‘좋아요’ 개수가 눈에 띄게 떨어진 경우가 있었다”며 SNS 역시 해킹, 혹은 유령 계정을 구매해 사용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조작은 음원 차트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이런 조작이 음악 관련 사이트나 SNS 뿐만 아니라 주요 포털의 여론 형성에까지 번졌다는 정황이 있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에 1시간 동안 안착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5000만 원, 다음의 경우는 400만 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은 1회 80만 원, 다음 카페 인기글은 50만 원이면 가능하다. 커뮤니티 15곳에 글을 올리는 데 드는 돈은 고작 180만 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실시간 투표도 조작이 가능했다. 아이디만 필요한 실시간 투표의 경우는 1표당 6000원이 필요하고 최대 7만 표까지 끌어 모을 수 있었다. 아이디와 이메일, 혹은 휴대폰 인증이 필요한 경우에는 1표당 7000원으로 최대 3만 표까지 모집이 가능하다.


음원 사이트를 비롯해 SNS, 주요 포털 사이트, 심지어 시청자들의 문자 투표까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A씨는 “한 게임에서 사용되던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거다. 요즘 흔히 들리는 매크로 프로그램인데, 국내외에서 서버를 구매하고 그 서버를 여러 개로 쪼개서 그 안에 여러 계정을 집어넣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잘못된 방법인 걸 알면서도 제작자들의 수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여러 제작자들이 ‘사재기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빚을 내서라도 일단 소속 아티스트를 띄워야 한다는 간절함 때문인데, 이런 수요가 있는 이상 음원 사이트 등을 조작하는 이들이 사라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화제성을 잡는 것도 좋지만, 무너진 업계의 정상화와 건강한 성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제작자들이 먼저 이런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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