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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에어컨' 한온시스템, 하도급 대금 후려치다 115억 과징금

  • [데일리안] 입력 2020.09.24 15:05
  • 수정 2020.09.24 15:05
  •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에어컨 등 자동차 공조 장치 세계 2위 업체

하도급 대금 81억 부당하게 깎았다가 들통

"임직원 잘라야 한다"는 업체에도 요구하고

한온시스템 홈페이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설명해놓은 화면. 한온시스템은 하도급 업체의 대금을 부당하게 깎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공정위한온시스템 홈페이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설명해놓은 화면. 한온시스템은 하도급 업체의 대금을 부당하게 깎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공정위

한온시스템은 2015년 7월 14일 하도급 업체 A사에 대금 중 6억1500만원을 깎으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열흘 뒤 A사는 "매출액이 급감하고 있다. 대금을 1억5000만원 이상 깎으면 임직원을 정리 해고해야 한다"며 "선처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온시스템은 추가 감액을 계속 요구했고, 다음 달 17일 A사와 2억5000만원을 5개월간 5000만원씩 나눠 A사의 월말 납품 대금에서 깎는 내용의 합의서를 썼다. 이 합의서에는 "A사에서 생산성 향상에 따라 효과 금액을 공유하겠다고 먼저 요청해" 감액 합의가 이뤄졌다고 적혀 있었다.


에어컨 등 자동차 공기 조절(공조) 장치 분야 세계 2위인 한온시스템이 하도급 업체에 줄 대금을 부당하게 후려쳤다가 적발됐다. 한온시스템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온시스템이 45개 하도급 업체의 대금 80억5000만원을 부당하게 깎은 행위에 시정(재방 방지 및 지급) 명령과 과징금 115억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고발한다"고 했다.


공정위는 부당 삭감 대금에 지연 이자를 더해 역대 최대 규모인 133억원을 지급하도록 했고, 허위 자료 제출에는 2000만원의 과태료를 매겼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2015년 6월~2017년 8월 하도급 업체 45곳에 줄 대급 80억5000만원을 106회에 걸쳐 부당하게 깎았다. 한온시스템은 이미 결정한 납품 대금을 사후에 협상하며 감액했는데, 이런 방법에 'LSP(Lump-sum Payback)'라는 이름도 붙여가며 이용해왔다.


특히 2015년 하반기에는 '도전 목표'라는 이름으로 추가 감액에 나서 모든 협력사에 10%의 대금을 더 깎으라고 요구했다. 대금 2억5000만원을 부당하게 받지 못한 하도급 업체 A사의 사례가 발생한 때다. 한온시스템은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이런 감액 협상을 강압적인 방식으로 해왔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육 과장은 "한온시스템은 하도급 업체의 거래 의존도·영업이익률 등을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대금 감액을 요구했다"면서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발주 물량을 감축하겠다거나, 거래처를 바꾸겠다는 위협을 협상 전략으로 이용했다. 하도급 업체는 부당한 요구를 받으면서도 오히려 선처를 부탁하며 대금 감액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온시스템은 하도급법(하도급 대금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법 위반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하도급 업체와 '감액 합의서'도 썼다. "하도급 업체의 생산성 향상에 한온시스템이 기여했고, 이런 효과를 공유하기 위해 하도급 업체가 자발적으로 감액을 요청했다"는 허위의 내용이었다.


한온시스템은 하도급 업체가 자발적으로 감액을 요청한 것처럼 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육 과장은 "조사 결과 이런 합의서는 공정위 조사를 대비하기 위해 만들었으며, 실제로는 합의서 내용과 달리 강압적으로 감액이 진행됐다"고 했다.


하도급법에서는 하도급 대금 감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원사업자가 감액의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한온시스템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했다.


조사 과정에서 한온시스템은 "신규 수주, 물량 증가, 생산성 향상 등 대금을 깎을 합리적인 사유가 있었다"고 했지만, 이 주장은 회의록·메일 등 내부 자료에 있는 실제 감액 경위와 달랐다. 심지어 한온시스템이 제출한 입증 자료 다수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뒤에 조작된 허위 자료였다.


공정위는 디지털 포렌식 분석 등을 통해 한온시스템 제출 자료가 공정위 조사 개시 이후 조작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온시스템은 감액 사유와 관련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견적서·계약서·회의록 등을 새로 만들거나, 원본에 없던 문구를 삽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원사업자의 하도급 대금 감액이 정당했는지를 입증할 책임이 원사업자에 있다는 점을 이번 조처를 통해 분명히 알렸다"고 했다.


법 위반 행위 지시자 등을 빼놓고 법인만 고발한 점에 관해서는 "대금 감액 행위를 주도했던 임원이 2016년 초 한온시스템을 퇴사했다"면서 "실질적으로 이 사안에 책임 있는 자가 재직하고 있지 않아 법인만 고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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