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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도 우려’ 벤투 물병 걷어차게 했던 중동 침대축구


입력 2021.08.31 21:46 수정 2021.08.31 21:50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월드컵 최종예선 홈에서 중동팀과 2연전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역시 '침대축구'

초반 적극적인 공세로 이른 선제골 필수

손흥민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매우 어려운 여정이 될 것이다. 많은 팬들의 성원이 필요하다고 꼭 이야기 하고 싶다.”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귀국한 ‘캡틴’ 손흥민(29토트넘)이 축구팬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손흥민은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소집된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향하면서 각오를 전했다.


손흥민은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최종예선은 매우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선수들도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다 할 수 없기에 많은 팬들의 성원이 필요하다고 꼭 이야기 하고 싶다"고 부탁했다.


FIFA랭킹 36위인 한국은 최종예선 B조에서 이란(26위), 아랍에미리트(UAE·68위), 이라크(70위), 시리아(80위), 레바논(98위)과 한 조에 묶였다. 상대는 모두 중동국가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중동팀의 ‘침대축구’ 등에 말려 어려운 경기를 해왔다.


중동 원정 일정 때는 특유의 다습한 높은 기온과 장거리 이동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표팀을 가장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장 지치게 한 것은 침대축구다. 홈이든 원정이든 중동팀들의 침대축구는 승패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한국 축구를 괴롭혔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김학범 감독은 “정말 짜증나는 축구를 한다”고 혀를 찼다.


벤투호는 지난달 국내서 펼쳐진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최종전에서도 레바논을 상대로 2-1로 이기긴 했지만, 상대의 고의적인 시간 끌기에 시달렸다. 레바논 선수들은 작은 몸싸움에도 그라운드에 누워 나뒹굴었다. 지긋지긋한 침대축구를 놓고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쓰러진 선수를 향해 주심도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침대축구에 말린 벤투호는 위기에 빠졌다.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침대축구로 인해 신경이 날카로워진 벤투 감독은 바닥에 있는 물병을 두 차례 걷어차기도 했다. 손흥민의 페널티킥 골과 레바논의 자책골이 아니었다면 홈에서 예상 밖의 결과를 받아들 뻔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벤투 감독은 경기 후 공개적인 자리에서 침대축구를 지적했다. 벤투 감독은 "최종예선에서도 시간 지연(침대축구)이 나온다면 아시아 축구 발전에 좋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고개를 저으면서 "시간 끌기 축구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심판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판도 해결하지 못하는 침대축구를 깰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적극적인 공세로 이른 시간 선제골을 터뜨리고 경기 주도권을 잡는 방법이다.


10년 넘게 중동서 활약에 중동팀들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는 남태희(알두하일)는 “홈에서 열리는 경기라고 하더라도 방심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남태희는 31일 진행된 비대면 화상 인터뷰에서 “서두르지 않으면서 우리가 준비한 것을 하되 선제골을 최대한 빨리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 시작과 함께 집중력을 끌어올려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기회가 오면 꼭 살려 득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른 선제골이 중요하지만 유럽파 공격수들에게 휴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소속팀 일정을 마치고 31일 귀국한 데 이어 9월1일도 팀 훈련으로 하루를 온전히 쉬지 못한 채 2일 이라크전을 맞이하는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등은 선발 출전이 어려울 수도 있다.


중동팀들은 리드를 잡으면 침대축구를 가동한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물론 이라크와 레바논도 정상 전력은 아니다. 이라크는 주전 골키퍼들이 부상으로 모두 빠졌다. 31일 입국한 다른 선수들도 합류하자마자 코로나19 검사 등으로 인해 곧바로 훈련에 참가하지 못한다. 저돌적이고 빠른 이라크의 주전 공격수 모하나드 알리도 30일에나 한국을 향해 출발했다. 레바논은 이미 코로나19 여파로 주전급이 대거 빠진다. 우리로서는 연승할 수 있는 기회다.


손흥민도 걱정하고 벤투 감독도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게 하는 침대축구가 매우 까다롭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연승이 아니면 향후 더 혹독한 원정을 치러야 할 수 있다. 반드시 2연전 전승이 필요하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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