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디케의 눈물 ⑤] "판사님 아직 할 말 있다고요!"…법정서 목청높인 그 남자


입력 2021.09.14 05:15 수정 2021.09.13 23:40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욱'해서 사이드미러 내리쳐 벌금형…법정 소란에 판사, 불이익 경고

법조계 "법정 소란시 감치·과태료 처분…심할 경우 3년 이하 징역까지"

'기분장애' 병력 탓에 흥분참기 어려워…재판부 "선처 해보려고 했으나..."

서울 서초구 법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재물손괴죄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선고 결과에 불복해 목청을 높이는 등 거칠게 반발하다가 판사에게 호통을 듣는 등 소란이 빚어졌다. 자칫 법정소란죄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정상이 참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재물손괴죄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 서울 강남역 모처에서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승용차가 서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홧김에 사이드미러를 내려쳐 부순 혐의를 받았다.


선고가 끝나자마자 피고인석에 서있던 A씨는 다급하게 "할 말 있다!"고 외쳤다. 송 판사는 "판결을 선고하는 순간 끝이다, 피고인이 판단을 더 받고 싶으면 항소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고 설명하자, A씨는 "재판을 받는 동안 힘들었는 데 또 질질 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거칠게 항의했다.


A씨는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도 법정에 들어서며 경위와 큰 소리로 실랑이를 하는 등 소란을 피우다 재판장에게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음식물 소지가 금지된 법정에서 물을 가지고 들어오려다 이를 제지하는 경위에게 "내가 물 마시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소리치며 반발한 것이다.


이를 본 송 판사는 "법정은 피고인이 마음대로 언성을 높이는 공간이 아니고, 경위는 법원에서 부여받은 경찰권을 가지고 질서를 유지하는 사람"이라며 "재판부로서 굉장히 불쾌하다"고 꾸짖었다. 이어 "이런 행동은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고 강제처분을 내릴 수 있는 등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원조직법 제61조에 따르면 법정 내외에서 폭언, 소란 등 행위로 법원의 심리를 방해한 사람에 대해 법원은 20일 이내 감치에 처하거나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감치는 법정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들이 판사의 명령에 따라 경찰서 유치장, 교도소, 구치소 등에 수용되는 것을 말한다. 심할 경우에는 형법 138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700만원 벌금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알고보니 A씨는 '기분장애' 병력으로 오랫동안 약을 복용해왔고, 이때문에 흥분한 감정을 참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기분장애란 스스로 기분이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해 비정상적인 정서 상태가 지속되는 장애를 일컫는다.


A씨는 자신의 재물손괴죄 혐의에 대해서도 "자제력을 잃고 흥분해서 손이 나갔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지만 벌금 낼 형편이 안 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사이드미러 파손 (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송 판사는 "범행을 반성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있으며 정신질환으로 치료받고 있는 점을 참작해 선처해보려고 했다"며 "하지만 같은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2회나 있어 선처해줄 수 없다"며 결국 벌금형을 선고했다.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한 A씨는 또다시 화를 주체하기 어려운 듯 "벌금을 낼 수 없다!" "당장 노역장에 보내달라!"며 목청을 높였다. 그는 경위에게 붙잡혀 억지로 법정 밖으로 끌려나간 뒤에도 한참 동안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선고 결과에 거듭 불만을 표출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자칫 A씨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었으나 기분장애 병력이 참작돼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른바 '법정소란죄'는 법원조직법에 따라 판사가 내릴 수 있는 행정벌"이라며 "소란이 반복되거나 심할 경우 형법상 '법정모욕죄'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실제 법정소란죄로 형사 처벌까지 치닫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판사도 사람인 만큼 피고인의 불량한 태도 및 부적절한 언행이 반복되면 선처를 망설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다만 이번 경우는 피고인이 화를 억누르기 어려운 상황임을 참작한듯 하다"고 말했다.

'디케의 눈물'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효숙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