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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사각지대 놓인 공공기관 출자회사…복잡한 출자구조가 한 몫


입력 2021.10.21 07:01 수정 2021.10.20 18:12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낙후된 폐광지역 경제 진흥 위해 설립된

광해광업公, 강원랜드 출자한 주식회사

대부분이 부실경영, 적자난에 허우적

"직접운영 또는 모기업 편입해 운영해야"

한국광해광업공단과 강원랜드가 공동출자한 '㈜문경레저타운'은 전 대표이사가 여직원 성희롱이라는 불미스러운 의혹으로 인해 지난 8월 해임된 상황이다. 사진은 ㈜문경레저타운 전경. ⓒ문경시

우리나라 공공기관 출자회사 방만경영 적발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은 출자구조가 복잡다단해 관리 사각지대 놓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이 자회사나 출자회사 부실 책임을 피하려 한 발 떨어져 관망만 하는 태도가 만연한 모습이다. 출자회사 적자 운영에 대한 '찔끔' 지원 대신 모기업에 편입해 직접 운영하거나 체인화해 운영해야 한다는 대안적인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본보는 지난 20일 <[단독]씨랜드 참사 재발하나…혈세 투입된 공공기관 출자회사, 도덕적 해이 논란> 보도를 통해 한국광해광업공단과 강원랜드 출자회사인 ㈜키즈라라 방만한 경영 의혹을 짚어봤다. 그런데 키즈라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석탄산업 사양화로 낙후된 폐광지역 경제를 진흥시키고자 광해광업공단과 강원랜드가 출자한 주식회사 중 제대로 운영되는 곳이 없었다.


광해광업공단이 출자에 참여한 주식회사는 ㈜강원랜드, ㈜문경레저타운, ㈜블랙밸리컨트리클럽, ㈜대천리조트, ㈜키즈라라 등이다. 문경레저타운은 전 대표가 여직원 성희롱이라는 불미스러운 의혹으로 인해 지난 8월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상황이다. 현재 본부장이 직무대행을 하고 있다. 이전에도 간부직원 법인카드 남용과 토착비리가 밝혀지기도 했다. 문경레저타운 간부직원들 부정부패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또 강원랜드는 대규모 적자가 날 게 뻔하다는 감사원 경고를 무시하고 워터파크 사업을 강행하다가 벌써 적자가 300억원이 넘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주환 의원이 강원랜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워터파크를 개장한 2018년 23억9000만원 영업손실이 발생한 후 2019년 85억6000만원, 2020년 146억원, 올해 6월 기준 67억원 적자가 누적돼 4년 만에 총 322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경제성이 낮은 사업을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무리하게 강행해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대천리조트는 재무 상황 악화를 견디지 못해 2019년 11월 매각 절차가 진행됐다. 법원 매각 경매에 따라 충북충주 소재 '대영'이 315억원에 최종 낙찰을 받았다. 총 자본금 740억원으로 혈세가 투입된 출자회사가 한순간 절반을 날렸다는 사실에 지역민들은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초기 과도한 차입금에 안일한 회사 운영, 낙하산 인사까지 방만한 공기업 경영 실태가 매각이라는 인재를 불러일으켰다는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강원랜드가 출자한 회사도 재무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투자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분기 기준 강원랜드 투자 손실률은 60.3%에 달한다. 강원랜드가 출자한 회사는 ㈜하이원엔터테인먼트, ㈜하이원추추파크, ㈜문경레저타운, 블랙밸리컨트리클럽㈜, ㈜키즈라라, ㈜하이원파트너스 등이다. 강원랜드는 광해광업공단이 출자한 회사이기 때문에 중복되는 다수 공동출자회사 부실경영에 대해서도 공동책임이 있다.


강원랜드가 90% 이상 지분을 보유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진 자회사의 경우 투자 손실률이 하이원엔터테이먼트 84.0%, 하이원추추파크 81.2% 등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강원랜드가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인 하이원엔터테인먼트(647억)는 공중분해 됐다. 영월 하이원상동테마파크(425억)는 건물은 다 지어 놓고도 개장을 못한 채 청산됐다.


그나마 운영되고 있는 삼척 하이원추추파크는 누적적자가 쌓이며 리조트 운영에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하이원추추파크는 폐광지역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750억원을 투입해 강원랜드 자회사로 설립됐지만 설립 이후 단 한 해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하이원추추파크 정상화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하이원추추파크의 현재 운영 상황은 고사 직전이고 어떤 방법을 써도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


영월 동강시스타도 마찬가지다. 강원랜드가 광해관리공단, 영월군, 강원도, 지역 시멘트사와 함께 1089억원을 출자해 설립, 2011년 3월 골프장, 콘도, 스파 등으로 영업에 들어갔지만 지역의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동강시스타는 파산 위기까지 내몰리다 영월군의 65억원 자금 지원이 결정되면서 기업회생이 개시됐지만, 영월군 배임죄 처벌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시 지원 불가한 상태가 됐다.


이같이 공공기관 출자회사 부실 운영 사례가 빈번한 것은 우리나라 공공기관 출자구조가 복잡다단해 관리 사각지대 놓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광해광업공단이나 강원랜드 출자회사 부실 운영과 관련해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공공기관 고위 관계자는 "폐광지역 주민들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광해광업공단과 강원랜드 출자회사가 그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채 힘 있는 사람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자회사의 방만한 경영 상태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재정 상황이 단적인 증거"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출자회사의 적자 운영에 대해 공공기관이 찔끔 지원하는 대신 아예 모기업에 편입하거나 체인화해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며 "예를 들어 리조트의 경우 부실 책임을 피하려 자회사나 출자회사로 한 발 떨어져 관망만 하지 말고 고객 모집과 운영 등을 통합하면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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