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낙동강 하굿둑 시범 개방
국제토론회 앞서 기자단 현장 답사
뱀장어 귀환 등 생태계 회복 확인
염분 피해 우려에 ‘신중 또 신중’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통한 생태계 복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19년 첫 수문을 연 뒤 현재 6번째 시범 운영을 진행 중이다. 향후 추가 개방을 통해 기수생태계(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의 하구 생태계) 복원에 적합한 운영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환경부는 지난 21일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기자들을 대상으로 낙동강하굿둑 개방 시범운영 현장 팸투어(답사)를 실시했다.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2021 국제하구심포지엄에 앞서 낙동강 하굿둑 상태를 보여주고 실제 어떻게 개방이 이뤄지는지, 수문 개방에 따른 기대와 우려를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다.
바다와 강을 가로막은 높이 18m 길이 2.4km 콘크리트
기자단이 현장에서 본 낙동강 하굿둑은 높이 18.7m 길이 2.4km로 부산 사하구 하단동과 강서구 명지동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하굿둑은 철새도래지인 을숙도를 중심으로 좌안배수문과 우안배수문으로 나뉜다. 2006억원을 투입해 1987년 완공한 좌안배수문은 주수문 6기와 조절수문 4기로 이뤄졌다. 2576억원을 들여 2013년 완공한 우안배수문은 주수문 2기와 조절수문 2기로 전체 길이는 좌안배수문 보다 170m 정도 짧다.
하굿둑은 낙동강 하류지역 공업용수 확보와 농경지 용수공급, 바닷물 유입으로 인한 농경지 염분 피해를 막는 목적으로 건설했다.
기록에 따르면 하굿둑 건설 전에는 바닷물 유입으로 1975년 이후 연평균 14회 정도 취수를 중단할 만큼 염분 피해가 잦았다. 1977년에는 연간 45일 동안 취수를 중단했고 당시 최고 염분농도(PSU)는 3.59를 기록했다. 0.5PSU 이상이면 식수나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없다.
1987년 둑 건설 이후 염수 유입에 따른 피해는 없었다. 연간 6억 4800만t의 물을 농사와 식수, 공업용수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이유로 일부 농민들은 지금도 하굿둑 개방을 반대하고 있다.
30여 년 간 닫혔던 하굿둑 개방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20년 넘게 하굿둑에 강물 흐름이 막으면서 낙동강 수질이 나빠졌다. 이 때문에 부산 시민 취수원 확보가 어렵게 되자 부산시가 개방 계획을 먼저 밝혔다. 식수 확보를 위해 만든 둑이 오히려 수질을 나쁘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하구역 관리체계 구축방안 연구’를 시작했고 2016년부터 구체적 방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첫 개방은 2019년 이뤄졌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부산시, 한국수자원공사 5개 기관이 공동으로 1단계 개방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3차례 개방 실증실험을 거쳤다. 올해는 6월과 9월에 각각 1·2차 개방을 끝내고 현재 3차 개방을 진행 중이다.
짧은 운영 기간에도 눈에 띄는 생태 변화
하굿둑 개방의 가장 큰 목적은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 brackish water zone)의 생태계 복원과 낙동강 수질 개선이다.
전자훈 한국수자원공사 하구통합운영부장에 따르면 하굿둑 건설로 염분 피해는 줄어든 반면 생태계 변화가 심했다. 부산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식수로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수질은 나빠졌고 이런 환경은 인간은 물론 자연 곳곳에 상처를 남겼다.
수질 악화와 생태계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재첩’이다. 하굿둑 건설 이전에는 이 지역 재첩이 섬진강을 능가할 정도로 많았다는 게 인근 지역 주민들 설명이다. 60대 이상 주민들 말에 따르면 과거 낙동강 재첩은 섬진강 이상으로 유명했다. 재첩이 너무 많아 아이들이 강에서 물싸움하면서 ‘돌 대신 재첩을 긁어 던졌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그렇게 많던 재첩은 둑 건설 이후 자취를 감췄다. 현재는 바다 쪽 일부 유역에서 소량만 채취되고 있다.
강물 흐름이 둑에 막히면서 하구 기능이 상실된 것도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을숙도 철새도래지 기능이 크게 훼손됐다. 하굿둑 가운데 위치한 을숙도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철새 번식과 월동지로서 기후가 알맞아 하류 일대가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될 정도다.
하굿둑을 관리하는 낙동강하구둑통합운영센터(이하 하구통합센터)가 지난해까지 3차례 실증실험을 통해 확인한 바로 수문 개방은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다. 둑 개방 전 발견되지 않았던 뱀장어가 나타났다. 농어, 문절망둑과 같은 바닷물고기가 늘었고 숭어가 뛰는 모습은 기자단 현장 답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하굿둑 건설 이유가 바닷물 유입에 따른 피해였다는 점에서 염분 상승 문제는 장기간 살펴야 할 과제다. 다행히 시범 운영에서 우려할만한 염분 변화는 없었다. 하구통합센터가 실시간으로 염분·수위·수질·유속을 확인한 결과 지하수 경우 염분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강물도 하류 지점에서 약 8km 구간까지 염분이 확인되긴 했으나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농민 피해 사례도 접수된 바 없다.
농가 피해 최소화 위해 15km까지만 개방
2019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6차례에 걸친 시범 개방 결과 부작용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런데도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수문 개방에 신중하다. 아직 하굿둑 주변에는 21만300ha가량 농경지가 있어 자칫 염분 유입이 농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하구통합센터는 하굿둑으로부터 15km 상류에 위치한 대저수문까지만 해수가 유입되도록 조절 중이다. 71개 지점에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염분 농도와 수위, 수질, 유속, 수량, 수온까지 분석하는 동시에 수문에는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어류 이동과 수중 생태계 변화를 파악하고 있다.
양승경 한국수자원공사 부산권 지사장은 “생태계 보전과 복원도 중요하지만 농민들 입장에선 무엇보다 농사를 짓는 일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 만큼 하굿둑 개방에 다른 피해 최소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수 유입을 조절하고 강물 수위에 따른 염분 변화 등을 계속 자료화해서 실제 염분 피해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하굿둑 개방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낙동강 하굿둑 개방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면 금강과 영산강 등 다른 지역 하굿둑 개방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충청남도는 지난달 금강하구 생태 복원을 위한 민관협력 토론회를 진행한 바 있고, 전라남도 또한 나주시에서 영산강 하굿둑 개방 논의를 최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