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업 발목 잡는 금융당국…진흥에는 관심無
신규 거래소 진입 통제는 물론 신고수리도 지지부진
금융당국이 신규 암호화폐 거래소 허가에 대해 허들을 낮추지 않으면서 가상자산업 진흥에 걸림돌을 자처하고 있다. 특히 요건을 갖추고 신고를 마친 거래소들의 수리까지 미루는 모습은 당최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고압적 태도로 인한 피해는 결국 당사자인 거래소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 중계업이 신뢰와 안정성이 핵심인 점을 고려하면 신고 수리 늦어질수록 이용자들의 이탈 역시 가속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소 거래소들의 신규 진입에 대해서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가상자산업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사실 애초부터 규제에 특화된 금융당국에 손아귀에 가상자산업을 쥐어준 것 자체가 산업으로서의 진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성장은 억제하고 단순히 통제 대상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익만 취하겠다는 심산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실제 특금법에 따른 실명계좌 발급에 있어서도 금융당국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가상자산업 신고에 핵심적인 실명계좌를 갖고 거래소들을 쥐락펴락 하면서도 지나친 잣대가 아니냐는 비판에는 발급 책임이 은행에 있다며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했다. 이는 가상자산업을 키우고 발전시킬 책임이 있는 주무부처로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 자신들의 이익이 될 수 있는 가상자산업 주도권 확보에는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과 산업의 경계가 모호한 가상자산업을 다른 부서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용을 쓰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은 규제 일변도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이어 가상자산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업권법 제정에도 적극 나설 것이란 의견을 피력한 상황이다.
가상자산업은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다. 업력이 길지 않은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에 머물렀던 한국이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정책적 지원과 업계의 노력이 합쳐진다면 한국의 거래소가 가상자산업계의 뉴욕증권거래소와 같은 위상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말로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업 주무부서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면 이제부터라도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규제에 초점이 맞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내 거래소들이 성장할 수 있을지와 올바른 생태계 구축이 가능할지를 고민해야 된다. 가상자산업의 사행성에 매몰돼 규제로 일관한다면 한국에서 바이낸스는 탄생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