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채소 품귀 현상…햄버거에 양상추 빼기도
자영업자 발동동…가격 인상 놓고 고심, 소비자 눈치
소비자, 낮아진 서비스에 불만 급증…“식비도 부담”
때 이른 한파에 채소 생산량이 급감하고 가격은 치솟으면서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메뉴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외식경기 하락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반감 역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파, 양파, 시금치, 양배추, 상추, 깻잎, 애호박, 오이 등 주요 채소의 올해 연평균 가격은 최근 5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추와 깻잎의 경우 4㎏ 한 상자 당 3만원을 넘기면서 작년 대비 1만원 이상 가격이 급등했다.
채소 값이 급등한 배경은 예년보다 이른 ‘10월 한파’의 영향이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산지에서 최근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양상추는 햄버거·샌드위치·샐러드 등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인데 평소보다 빨리 찾아온 추위로 공급이 줄면서 값이 치솟았다.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수입도 어려운 상황이라 식품업계는 양상추 정량을 줄이거나 대체품을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프랜차이즈 버거 빅3(맥도날드·버거킹·롯데리아)업체는 현재 양상추 수급난을 겪고 있다. 롯데리아는 계약재배 방식과 진공포장 유통으로 그동안 비교적 수급이 원활했지만 냉해로 인한 타격까진 피하긴 어려웠다.
이에 따라 맥도날드는 햄버거에서 양상추를 빼거나 정량을 줄인 대신 무료 커피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버거킹은 양상추 재고 소진 시 너겟킹(치킨 너겟) 3조각을 제공하기로 했고, 롯데리아는 양상추와 양배추를 혼합한 햄버거로 대신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현재 양상추 수급이 불안정한 부분은 맞다”며 “지방의 경우 양상추와 양배추를 혼합해서 최대한 정상 제품 제공에 노력하고 있지만, 수확량에 따른 공급이 불안정해서 계속 수급 사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품을 팔아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소비자물가가 7개월째 2% 이상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가격 인상 불길이 장바구니에서 식당으로 빠르게 옮겨붙고 있다. 원재료 가격을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이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시작과 동시에 재료 인상분을 음식값에 반영하고 있다.
이달 이후 점진적으로 소비자의 지갑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고삐 풀린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심지어 ‘하룻밤 자고 나면 값이 올라 있더라’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정도다.
경기도 일산에서 쌈밥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매일 직접 재료를 구매하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양상추를 뺄까 잠시 고민했다”며 “경기가 안 좋아 가격인상 카드는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질수 있기 때문에 손해를 봐가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연말까지 물가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최근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정부가 딱 부러지게 대응할 수 없는 전 세계 공급망 붕괴와 원자재 가격 급등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한국은행은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행되면서 점차 둔화될 것”이라면서도 “당분간 2%를 상당폭 넘어서는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떨어진 서비스 질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상당수의 고깃딥들은 상추와 깻잎이 함께 나오던 채소 구성을 둘 중 하나로 줄여 운영하고 있다.
재료값이 오르면서 외식물가가 요동치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식비같은 경우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 지출 품목인 데다, 사실상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체감도가 훨씬 높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조모(30대)씨는 “최근 회사 사람들과 함께 강남에 있는 목살 집에 방문했는데, 상추와 깻잎을 안 주더라”며 “요즘엔 나가서 사먹든 집에서 해먹든 뭐든 부담이 크다. 물가상승 뉴스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