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넘은 소비자 물가, 인플레 공포↑
"내년 1·3분기에도 금리 올린다"
지난달 국내 물가상승률이 9년9개월 만에 3%대로 올라가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거세다. 한국은행은 이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이지만, 가파른 시장금리 상승에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한은이 조기 추가 금리 인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은 이미 내년 기준금리 수준을 1.5%~1.75%까지 전망하고 있으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2%까지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를 넘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시장금리까지 치솟으며 서민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마지막 통화결정회의를 앞둔 가운데, 높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며 이달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0.75% 수준으로, 올해 8월 0.25%p 인상된 후 지난 10월 동결됐다. 이달 0.25%p 인상되면 기준금리는 1년 8개월만에 1%대를 회복한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여러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해왔다. 전날 공개된 10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통위원들 6명 중 4명 또한 ‘매파’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공포는 올해를 넘어서 내년도 기준금리 인상까지 부채질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동기대비 3.2% 상승하며 근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2%를 넘었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를 돌파한것이다. 특히 농산물 등 일부를 제외하고 돼지고기, 달걀, 마늘, 휘발유 등 서민들이 자주 구입하고 지출도 많이 하는 141개 품목을 갖고 산정한 생활물가는 4.6% 뛰었다. 장기간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넘는 상황이다.
경기 회복 과정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지만, 문제는 물가 상승 압력이 4분기로 갈수록 커진다는 예상이다. ▲국제 유가 급등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소비 쿠폰 등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은은 당분간 물가상승률이 2%를 상당폭 수준으로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당초 정부와 한은이 예상했던 물가 상승 궤도를 벗어난 것이다.
더불어 이날 미국 연준이 이달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시계도 더 앞당겨졌다. 미국이 테이퍼링 폭을 확대해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기면, 우리도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시점을 앞당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올해는 물론 내년 1월에도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할 것이라는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11월, 내년 최소 1~2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25~1.5%까지 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물가에 대한 환경 변화에 따라 금리인상기 기준금리가 1.75% 이상까지도 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플레 공포로 인해서 금리인상 경기 환경과 별개로 가팔라질 수 잇다는 평이 있다”며 “연준에서는 물가 상승을 일시적이라 보고 있고, 국내도 내년 초가 지나면 물가 상승 상방 압력들이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은 “그럼에도 물가지표가 계속 상승하다 보니,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빠르게 잦아들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한은이 1.2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기회복세가 추가적으로 확대된다면 1.5%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치솟는 물가와 더불어 한은의 거듭되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의 생계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되며 대출 금리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각각 4%, 5%를 돌파했다. 밥상 물가는 고공행진 중인데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대출까지 막혀 금융 취약계층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시중 금리 인상은 2030세대의 ‘빚 폭탄’ 뇌관으로도 작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같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보험업권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생각하면 은행 예대마진 확대는 계속될 수 있다”며 “서민·취약계층의 금리 부담에 대해 여러 가지 대책이 있고, 서민금융에 더 많이 신경쓰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